웹툰 못지않은 난장판, ‘선천적 얼간이들’ 게임은 어떤 모습?

웹툰을 보는 사람 중 ‘선천적 얼간이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선천적 얼간이들’은 웹툰작가 가스파드의 대표작이자 일상 개그툰 전설로 남은 작품으로, 완결 후에도 여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인터넷 상에서 각종 밈(meme)을 다수 생산하고 있다. 최근 재연재를 시작하자마자 네이버 웹툰 순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만 봐도 ‘선천적 얼간이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높은 인기 덕분일까. ‘선천적 얼간이들’이 모바일게임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팬들이 관심을 보였다. ‘약 빤 웹툰’ 대명사 ‘선천적 얼간이들’이 어떤 게임으로 재탄생하느냐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평범한 게임에 웹툰 스킨만 억지로 덮어씌운 양산형 게임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사전예약과 함께 공개된 ‘선천적 얼간이들’ 게임 플레이 영상은 이러한 걱정을 불식시켰다. 원작 트레이드마크 ‘얼간이들의 난장판’을 여러 유저가 한 공간에서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대난투’ 장르로 승화시킨 것.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희한한 무기를 들고 서로를 마구 공격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얼간이들’ 그 자체였다. 대체 어떻게 ‘선천적 얼간이들’에서 대난투 게임이 나왔을까? 게임메카는 ‘선천적 얼간이들 with 네이버웹툰’을 개발 중인 이키나게임즈를 찾아가, 게임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우선, 이키나게임즈는 모바일 RPG를 주로 개발하던 회사다. 일본에서 ‘페어리테일’ 게임을 2년 넘게 서비스 해왔고, ‘소환소녀’, ‘세인트세이야 파티배틀’ 등을 개발했다. 이처럼 RPG 위주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회사 내부에서 문득 실시간 대전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윽고 몇 차례 개발과 테스트를 거치며 실시간 액션 게임에 대한 기술은 마련됐다. 그러나 마땅한 포장지가 없었다.

이 때, 네이버웹툰이 제안한 ‘선천적 얼간이들’ IP는 그야말로 딱 맞는 옷이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정신없는 상황 전개는 실시간 게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콘셉트였다. IP 제안을 받은 후에는 모든 기획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모든 캐릭터가 뒤섞여 싸우는 ‘대난투’ 콘셉트에 슈팅 액션을 결합한 장르. 살아 숨쉬는 ‘선천적 얼간이들’의 난장판은 이렇게 완성됐다.

이키나게임즈 김창선 아트디렉터는 ‘선천적 얼간이들’의 가장 큰 매력을 ‘병맛’으로 꼽았다. 김 디렉터는 “남자들, 특히 어릴 때부터 친했던 일명 ‘불알친구’끼리는 서로 ‘병맛’ 수준이 높은 것을 은연중에 자랑하곤 한다. 그런 면이 가장 잘 표현된 만화가 아닌가 싶다”라며 “웹툰을 보다 보면 마치 어렸을 적 친구들을 만나는 느낌도 든다”고 ‘선천적 얼간이들’의 장점은 ‘병맛’에 있음을 설명했다.

이러한 ‘병맛’ 요소는 게임 속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예를 들어 게임 속 무기만 해도 일반 총기는 딱 세 개(권총, SMG, 스나이퍼건)뿐이다. 나머지는 확성기나 나팔, 선풍기 등 무기 같지 않은 것들이다. 특히 원작에 등장한 공룡 모양 비눗방울 총이라던지, 스프레이에 불 붙이는 화염방사기 같은 무기(?)들도 게임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게임 머니 이름도 흔한 ‘골드’가 아니라, 원작에서 가스파드와 동료들의 자금줄이 되었던 ‘감자칩’을 활용했다. 이처럼 게임 내에는 원작 팬이라면 반가워 할 부분이 산재해 있다.

원작자 가스파드도 이러한 ‘병맛’ 요소에 힘을 보탰다. 게임 내에는 무려 ‘누드’ 캐릭터 스킨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가스파드 작가의 의견이라는 것. 이에 대해 이키나게임즈 하태일 이사는 “작가님은 누드에 모자이크를 덧붙이자고 제안했지만, 막상 게임에 적용하니까 무슨 근두운 타고 다니는 느낌이 들어서 아예 쌩 누드로 해버렸다. 어차피 동물 캐릭터니까 누드 스킨도 별로 선정적이진 않더라”라며 게임 속 병맛 요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천적 얼간이들 with 네이버웹툰’의 장르는 대난투 슈팅 액션이다. 최대 8명이 한 개의 맵에서 서로 결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팀전은 4대 4, 개인전의 경우 나 빼고 모두가 적이다.

여기에 ‘배틀그라운드’처럼 한 명의 생존자가 남는 방식이 아니라, 몇 번씩 죽어도 끝없이 리스폰된다. 따라서 게임의 목표는 전장에서 많은 킬을 올리고 레벨 업 하는 것이다. 게임 오버가 없기 때문에 한 번 시작된 게임은 24시간 유지되며, 한 명이 나가면 즉시 새로운 플레이어가 그 자리를 메꾼다. 따라서 방을 만들고 사람을 기다리는 준비 과정 없이 언제나 즉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초반에는 기초적인 무기가 주어지지만, 킬을 많이 올려 리그를 상승시키면 더 고급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고등급 리그 무기가 반드시 강한 무기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저등급 리그 무기일수록 컨트롤이 쉽고, 고등급 리그 무기는 세밀한 컨트롤을 요하는 대신 위력이 강한 경우가 많다. 무기는 근접-중거리-원거리로 나뉘며, 그 외에도 비눗방울이나 압정처럼 덫을 놓는 무기, 얼음선풍기 등 상태이상을 유발하는 무기, 도트 대미지를 넣는 무기, 장판 대미지를 주는 무기 등 다양한 특수 무기가 등장한다. 총 무기 수는 오픈 기준 35종에 달하며, 각 무기마다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듯 한 느낌을 준다.

다양한 캐릭터 역시 전술 선택 폭을 넓힌다. 게임 내에는 ‘가스파드’, ‘산티아고’, ‘피에로’, ‘디노’, ‘펠’ 등 5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각 캐릭터는 웹툰 성격이 반영된 능력치를 가졌다. 예를 들어 항상 화가 나 있고 뛰어다니는 캐릭터인 ‘산티아고’는 이동속도가 높지만, 거북이 캐릭터인 ‘가스파드’는 이동속도가 느린 대신 체력이 높다. 따라서 무기를 고를 때 캐릭터와의 궁합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근접무기의 경우 이동속도가 빠른 ‘산티아고’가 들 때 진가를 발휘하며, 중거리 무기는 체력이 높은 ‘가스파드’가 유리하다.

여기에 고유 필살기를 통해 캐릭터 개성을 살려냈다. 예를 들어 웹툰에서 비만 오면 컨디션이 저하되는 ‘가스파드’는 필살기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동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지지만, 체력이 급속도로 회복된다. 커피 주문받는 것을 엄청나게 귀찮아하는 ‘삐에르’는 “커피 좀 그만 시켜!”라는 말과 함께 커피잔을 던져 대미지를 입힌다.

하태일 기획이사는 “필살기도 적당히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 웹툰 캐릭터를 분석하다 보니, 오히려 캐릭터보다 필살기 만드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더라”라고 개발 과정에서의 일화를 밝히며 웃음지었다.

1월 오픈 시점에서, ‘선천적 얼간이들 with 네이버웹툰’은 개인전과 4대 4 팀전 두 가지 모드를 탑재한다. 개인전의 경우 킬/데스를 관리하며 세세한 컨트롤을 펼쳐 자신의 실력을 널리 알릴 수 있고, 팀전의 경우 다양한 무기의 팀워크를 통해 치열한 세력전을 즐길 수 있다. 두 모드는 모두 PvP 대전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PvE나 협동 모드를 원하는 유저를 위해 레이드 모드, 좀비 모드 같은 새로운 모드도 업데이트 예정이다. 레이드 모드는 동료들과 함께 적을 물리쳐 나가며 마지막 보스까지 잡는 모드로, 탄막슈팅 느낌을 강하게 준다. 좀비 모드는 좀비로 선정된 유저와 인간 팀이 일정 시간 동안 서로 쫒고 쫒기며 싸우는 형태로 기획되고 있다. 추후에는 1명의 유저만 살아남는 배틀로얄 모드 등도 고려하고 있다.

이키나게임즈 하태일 기획이사는 "원작의 명성을 훼손하지 않고 웹툰의 매력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각오로 게임을 개발했다. 부디 웹툰 팬과 일반 게이머 모두 재미있게 즐기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