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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세상 모든 위인을 미소녀로, 영웅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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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위인의 모습을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개조하여 작품에 선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 게임,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가공 된 위인을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오죽하면 일부 작품 중에는 ‘그래도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인데,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미소녀게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바로 본래의 성별과 무관하게 영웅을 미소녀 캐릭터로 바꿔버리는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 아더왕의 성별을 바꿔 놓은 '페이트' 시리즈의 '세이버'가 있겠군요. 오늘 소개할 작품은 그 중에서도 스케일이 남다른 작품입니다. 전 세계의 영웅을 모에화시키며 시장에 큰 이슈를 불러온 작품, 바로 텐코의 미소녀게임 ‘영웅전희’입니다.

▲ '영웅전희' 타이틀 이미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사이트)

커다란 포부로 시작하여 수작을 만들어내다, 텐코

우선 ‘영웅전희’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개발사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풀어볼까 합니다. 텐코(天狐)는 지난 2012년 설립된 미소녀게임 개발사입니다. 비록 얼마 되지 않은 신생 개발사지만, 많은 팬을 거느린 원화가 오오야리 아시토가 합류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죠.

그 행보도 범상치 않았습니다. 보통 라이트노벨과 같은 가벼운 게임으로 시작하는 다른 미소녀게임 개발사와 달리, 이들은 첫 작품부터 전략 시뮬레이션, 그것도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게임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영웅전희’입니다.


▲ 그 행보부터 남달랐던 텐코였기에, 수작이 탄생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개발사의 호언대로 ‘영웅전희’는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했습니다. 일본, 영국, 유럽, 미국 등 세계 여러 지역을 무대로 했을 뿐만 아니라, 수십 명에 달하는 실존 혹은 신화 속 인물을 미소녀화하여 담아냈습니다. 또한, 미소녀 전략 시뮬레이션 개발에 대해서는 업계 최고라 불리는 앨리스소프트와 손을 잡아, 게임성에 대한 기대감도 끌어올렸죠. 실제로 출시된 ‘영웅전희’ 역시, 이런 기대에 걸맞은 수작이었습니다.

미소녀 영웅들의 힘을 하나로, 영웅전희

그럼 본격적으로 ‘영웅전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웅전희’ 장르는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세계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는 열강들의 대결을 그립니다. 주인공은 우연히 기억을 잃고 동방의 작은 섬나라 ‘지팡구’에 표류하게 된 인물로, 주위 영웅들을 이끌어 세계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전투에 뛰어들게 됩니다.

▲ 갑작스럽게 나타난 주인공은 '히미코'를 구하게 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위 스토리처럼, 플레이어의 목표는 간단합니다. 바로 ‘세계정복’입니다. 물론, 그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처음에 도착하게 되는 ‘지팡구’부터 내란에 휩싸였기 때문에 1차적으로 통일시켜야 하고, 이후에는 수많은 영웅이 포진한 강국 EU, 빈랜드, 브리타니아 등과도 싸워야 하죠. 어떤 의미로, 스토리부터 주인공의 고생길이 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캐릭터 소개>

▲ 치하야: 본작의 주인공. 지팡구 무녀 ‘히미코’의 부름을 받아,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난다.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위기에 빠진 ‘히미코’를 구하면서 ‘하늘의 사자’라 불리며 이름을 떨친다. 정작 본인은 하늘에서 떨어지기 이전에 대한 기억이 전무하다.

▲ 히미코: 처음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무녀. 일본 역사 최초 여왕 ‘히미코’가 모티브다. 앞으로 다가올 어두운 미래를 예지하고, 세계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무력, 지력이 따르지 않아서 지팡구의 내란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민중에게는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지도자다.

미소녀도 좋지만, 우선 완성도 높은 전략이 일품

기본적으로 ‘영웅전희’는 미소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보다는 게임성으로 큰 주목을 받은 게임입니다. 특히 명작 ‘란스’ 시리즈로 정평이 난 앨리스소프트가 개발에 참여하면서, 전투의 깊이가 남다르죠.

우선 ‘영웅전희’는 앨리스소프트의 ‘전국란스’와 유사한 지역 점령과 부대 전투를 골자로 진행됩니다. 전투는 6x3 칸으로 이루어진 전장에서 이루어지며, 플레이어는 주어진 칸에 최대 6개 부대를 자유로이 배치해 적과 전투를 펼치게 됩니다. 병과 구분, 영웅 능력치, 공격 딜레이 등 부대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기 때문에,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승리의 관건이죠.

▲ 앨리스소프트의 '전국란스'와 비교하자면...(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유사한 틀을 따르고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물론, 전투는 단순히 상성 관계에 의해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때로는 불리한 전황을 뒤집을 수 있도록 ‘브레이브 시스템’이라는 전략 요소를 더했죠. ‘브레이브 시스템’을 통해 상성 관계에서 불리한 부대는 공격을 받을 때마다 ‘브레이브 게이지’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일발역전의 필살기를 발동할 수 있습니다.

‘브레이브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미소녀 전략 시뮬레이션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상성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단조로운 전투를 타파했습니다. 여기에 게임 클리어 후에 더 높은 난이도로 즐길 수 있는 ‘고난이도 모드’와 다양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재미를 담은 ‘미궁 샴발라’ 등 반복 플레이할 여지를 남겼죠. 결과적으로 이런 부분들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미소녀 뿐만 아니라, 게임성까지 갖춘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데 일조했습니다.

▲ 반복 플레이해도 질리지 않는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매력적인 캐릭터로 화룡점정을 찍다

위의 전투 요소만 살펴보더라도 ‘영웅전희’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진 수십 명의 개성 넘치는 미소녀 캐릭터와 시나리오는 그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볼 수 있죠.

사실 이전에도 같은 소재, 장르를 한 ‘전극희’라는 게임은 있었지만, 그 완성도는 ‘영웅전희’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전극희’는 10명이 넘는 원화가를 기용하면서 들쭉날쭉한 캐릭터 원화 품질을 보여준 반면, ‘영웅전희’는 미소녀게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원화가 오오야리 아시토가 원화를 전부 담당하여 캐릭터를 완벽한 품질로 그려냈죠.

▲ 보기만해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일품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또한, 위인과 관련된 실제 일화와 전설을 재미있게 각색하여, 각 영웅 캐릭터들의 설정 혹은 스토리에 담아냈죠.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는 실제로 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가령, 중국의 ‘진시황’은 불로불사의 비법으로 수은을 먹었다는 일화를 고스란히 담아내 병약한 미소녀로, 폭군 ‘네로 황제’는 방탕하고 주위 말을 듣지 않는 성격으로 표현하기도 했죠. 이렇게 역사적 사실을 가져와서, 캐릭터의 성격에 고스란히 부여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 의외로 캐릭터마다 그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민감한 소재는 정면돌파보다는 우회하여 표현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반면, 조금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은 그대로 뒤엎어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탐험가 ‘콜럼버스’와 인디언 추장 ‘제로니모’입니다. 본래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내는데 앞장섰고, 반대로 ‘제로니모’는 이런 원주민 저항운동의 선구자인데요. 이번 ‘영웅전희’에서는 이를 그대로 표현하기보다는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사이 좋게 살고 있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이 외에도, 뜬금없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잔 다르크’가 유폐되어 있거나, 유럽에서는 ‘나폴레옹’이 ‘한니발’과 공동 전선을 펼치는 등 황당하다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 역사적인 소재가 필연적으로 가지는 민감함을 잘 피하면서, 게임 고유의 색채를 잘 담아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 본 역사와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는 영웅도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혜성과 같은 등장, 다음 만남을 기대해본다

‘영웅전희’라는 수작을 선보이며, 혜성처럼 등장한 텐코… 그런데, 정작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든 개발사는 갑자기 동면에 들어갔습니다. 실제로 2013년에 확장팩 ‘영웅전희 GOLD’를 내놓은 이후로 어떠한 소식도 공개하지 않고 있죠.

실제로 개발사 트위터에서는 2016년 10월쯤에 슬슬 다음 신작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만, 사정이 있어서 늦어질 것 같다고 한 이후로는 잠잠하죠. 지금은 메인 원화가 오오야리 아시토가 따로 개발하고 있는 육성 시뮬레이션 ‘머신 차일드(Machine Child)’에 대한 정보만 올라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현재는 동면 중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런 상황으로 보건대, 당분간은 ‘영웅전희’ 후속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텐코가 처음 ‘영웅전희’를 선보일 때처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다시 한번 혜성처럼 등장할지도 모르죠. 흔치 않은 완성도를 선보인 개발사인만큼,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밑받침 삼아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하며 이번 미소녀메카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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