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는 케이스 내부에 원반 형태의 플래터가 회전하며 동작하는 방식으로, 물리적인 동작 속도에 한계가 있다. 현재 보편적인 회전 속도는 분당 7200회, 안정성과 저전력 설계 제품은 5400RPM으로 회전한다. 플래터를 더 빨리 회전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저장 데이터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CPU의 캐시 메모리처럼 데이터 활용 환경을 향상시켜 주는 버퍼 메모리도 64MB나 128MB가 대부분이고, 256MB가 적용된 제품은 가격대가 높다.
그러면 HDD 사용자들은 대책 없이 현재의 성능에 만족해야 할까? 비슷한 의문을 인텔과 마이크론에서도 가지고 있었고, 새로운 메모리 집적 기술이 적용된 비휘발성 메모리를 만들어 HDD의 속도를 1000Mb/s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솔루션을 공개했다. ‘옵테인 메모리’와 조합된 HDD는 기존의 200Mb/s 정도에 불과했던 읽기 속도를 최대 1400Mb/s 이상으로 끌어올려 PC 전체의 성능을 향상시켜 주는 아이템이다.
옵테인 메모리, 설치에 시간 낭비하지 않는 방법
인텔 홈페이지의 옵테인 메모리 항목을 보면 제품에 대한 소개와 자세한 설치 방법을 볼 수 있다. 메모리를 슬롯에 장착하고 설치를 완료하기까지는 두어 번의 리부팅을 포함해 약 10여 분이면 충분하다. 가장 이상적인 설치 방법은 HDD와 옵테인 메모리를 함께 장착한 뒤 OS를 새로 설치하는 것이다. OS 설치 후에 ‘인텔 빠른 스토리지 기술’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자동으로 HDD와 옵테인 메모리가 레이드 구성되고, HDD는 16/32GB의 캐시 메모리를 사용하게 된다.
옵테인 메모리를 장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기존에 사용 중이던 OS가 설치된 C드라이브 HDD와는 조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제품이 정식출시되기 전에 전달받아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는 이걸 몰라서 수 시간 동안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난다. 옵테인 메모리 사용 전에는 C드라이브의 중요 데이터를 백업해 두고 OS를 새로 설치해 사용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현재로서는 PC에 연결된 저장장치 중에선 C드라이브와 조합하는 것만 가능하고, 다른 드라이브와의 조합은 불가능하다. 이는 설치 프로그램인 ‘인텔 빠른 스토리지 기술(RSA)’와 더불어 메인보드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옵테인 메모리 설치 유틸리티들을 모두 테스트해본 결과다.
현재 사용 중인 D드라이브 이하 모든 저장장치에 옵테인 메모리를 조합하려는 시도는 기자가 이미 몇 번이나 실패했으니, 사용자들은 시간을 아끼기 바란다. 메인보드의 M.2 포트에 옵테인 메모리 설치 → C드라이브에 HDD 연결 → OS 재설치 → RSA 유틸리티 설치의 과정을 거치면 자동으로 옵테인 메모리가 RAID 구성이 되며 C드라이브의 캐시 메모리 역할을 하게 된다.
기존에 M.2 포트에 SSD를 장착해 사용했다면 옵테인 메모리를 쓰기 어렵다. 옵테인 메모리의 성능 향상 폭을 봤을 때, SSD보다는 HDD와 조합하는 것이 가격 대비 성능 향상이 더 높다. 또한, M.2 포트는 일반적으로 2개의 SATA 포트와 공유돼, 기자처럼 HDD를 다수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SATA 포트가 부족할 수도 있다.(전에 사용했던 ASUS MAXIMUS처럼 SATA 포트가 10개쯤 있다면 상관없다)
▶ 테스트 PC
CPU: 인텔 i7-7700 카비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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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ystal Disk Mark
단적으로 저장장치의 읽기/쓰기 속도를 볼 수 있는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로 속도를 비교했다. 이 테스트를 포함해 모든 테스트는 같은 작업을 3회 수행한 뒤 중간 값을 선정했다. WD Blue 1TB HDD의 속도는 읽기 197.6MB/s, 쓰기 185.2MB/s로 나타났고, 옵테인 메모리와 결합된 HDD(이하 옵테인+HDD)는 읽기 1400MB/s, 쓰기 295.1MB/s로 측정됐다. 4K 테스트도 HDD의 쓰기 속도는 1.734MB/s에 불과했지만 옵테인과 결합하니 120MB/s 이상으로 빨라졌다.
▶ HD Tune
하나의 프로그램만 가지고 옵테인 메모리의 성능을 확신할 수 없어 다른 프로그램도 사용했다. HD Tune의 읽기 속도 테스트에선 HDD 테스트 결과 최소 107MB/s, 최대 229.7MB/s, 평균 179MB/s로 측정됐다. 옵테인+HDD의 결과는 최소값이 다소 낮은 75MB/s였으나 최대값은 940.6MB/s으로 상당히 높았다. 평균 속도는 153.4MB/s으로 측정됐다.
▶ ATTO Disk
ATTO Disk의 측정값은 HDD와 옵테인+HDD의 최대 속도 구간이 조금 달랐다. HDD는 1024KB, 2048KB에서 공통으로 235.4MB/s를 기록했고, 옵테인+HDD는 256KB 구간에서 1404.2MB/s를 기록했다. 쓰기 속도는 HDD 4096/8192KB 구간 221.8MB/s, 옵테인+HDD는 256KB 구간 297.5MB/s를 기록했다. SSD와 옵테인 메모리를 조합할 경우, 평균 300 중반 정도이던 쓰기 속도가 오히려 약간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HDD와 조합했을 때는 읽기와 쓰기 속도가 모두 향상되는 걸 확인했다.
▶ 파일 이동
약 30GB의 불특정 다수의 파일을 USB 3.0 포트로 연결한 외장하드에서 각 저장장치로 옮겨 봤다. 상대적으로 쓰기 속도의 차이는 HDD와 옵테인+HDD의 격차가 크지 않았는데, HDD의 경우 평균 57~60MB/s 정도의 속도를 균일하게 유지했다. 옵테인+HDD의 경우 전체적인 파일 이동 속도는 HDD보다 2배가량 빨랐고, 평균 속도도 100MB/s 이상이었지만, 같은 파일 모음인데도 이동 속도의 격차가 약간 큰 편이었다.
▶ PC 부팅 속도
OS를 막 설치한 시스템의 평균 부팅 시간은, 바탕화면의 마우스 커서 아이콘이 안정될 때까지를 기준으로 HDD는 약 46초, 옵테인+HDD는 39초 정도였다. 세 번의 테스트 중 한 번은 옵테인+HDD 시스템이 32초 소요돼 HDD 시스템 대비 14초 정도 더 빠른 속도를 내기도 했다. 스팀이나 보안 프로그램 등 다른 시작 프로그램이 더해지면 부팅 완료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옵테인+HDD 시스템에선 스팀 클라이언트를 더해도 40초 이상 소요되지 않았다.
▶ 게임 로딩 속도 측정 - 철권 7
얼마 전 본격 막장 가문의 종합격투기 연대기 대전 액션 ‘철권 7’이 출시됐다. PS4와 Xbox One과 더불어 PC로도 출시돼, PC에서도 인기 대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오락실 버전과 달리 콘솔 버전은 캐릭터 선택이나 스테이지 이동 간의 로딩 시간이 꽤 긴 편이다. 싱글 플레이보다는 거의 대부분 온라인 대전이 주를 이루게 될 게임인 만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라운드 로딩 시간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32GB 용량의 옵테인 메모리가 게임 운영 속도를 얼마나 단축시켜줄지 궁금했다.
▶ 클라이언트 로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긴 해도, 한 번 실행시키고 나면 적어도 서너 시간은 즐길 터. 로딩 시간은 클라이언트 실행부터 메인 메뉴 화면이 나타날 때까지를 측정했고, 인트로 시네마틱 트레일러는 엔터 키로 넘겼다. HDD 시스템은 짧게는 43.2초, 평균 45.7초 정도가 소요됐고, 옵테인+HDD 시스템에선 평균 39.8초면 메뉴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두 시스템의 차이가 적게는 4초, 많게는 7초가량 벌어졌다.
▶ 캐릭터 선택 및 이동
오프라인 모드에서 캐릭터를 선택한 뒤 1라운드에 돌입하기까지의 시간은, HDD 시스템 평균 19.4초, 옵테인+HDD 시스템 평균 16.1초였다. 이는 게임 시간이 길어지면 계속 누적되는 대기 시간이기 때문에 게임 로딩보다 좀 더 빠른 진행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밖에도 라운드가 끝나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시간도 측정했는데, HDD 시스템은 평균 16.7초, 옵테인+HDD 시스템은 평균 14.7초로 2초 정도의 차이가 났다.
▶ 보스 스테이지
아케이드 모드의 중간보스인 헤이하치 미시마 스테이지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함께 보이지 않고 단독 일러스트만 보이는데, HDD 시스템에선 13.4초, 옵테인+HDD 시스템에선 12.8초로 큰 차이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최종보스인 헤이하치의 아내 카즈미로 넘어가는 시간도 HDD 시스템 13.6초, 옵테인+HDD 시스템 13.1초로 약 0.5초 정도의 작은 차이를 보였다.
마치며...
시야를 조금 넓게 보면,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컴퓨터 중 OS 설치 드라이브를 SSD로 쓰는 시스템의 비중은 아직 HDD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자도 마찬가지로 워낙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있다보니, 인터넷 속도든 시스템 처리 속도든 빨라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모든 컴퓨터가 게임을 위한 것은 아니고, 처리속도보다는 시스템 안정성이 더 중요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 무조건 속도만을 쫓는 것이 능사는 아니란 뜻이다. 기존의 시스템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과 하드웨어의 추가로 성능의 향상을 꾀하는 것은 온전히 사용자의 선택이니, 옵테인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면, 읽기 속도 1GB/s 이상의 성능을 체감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정환용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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