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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설레발’ 암레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VGA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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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레발’이라는 말이나 단어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사전에도 없는 것을 보니 분명 어디에선가 만들어진 신조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암레발은 바로 ‘AMD’ + ‘설레발’의 합성어다. 아직 출시하지 않은 제품의 일부 정보만으로 성능을 지레짐작해 호들갑을 떤다는 말로, 그다지 좋은 뉘앙스는 아니다.

 

AMD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정식 출시 전 일부 성능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을 뿐인데 이게 유저들 사이에서 마음대로 부풀려 지면서 기대감이 커졌다고 항변할 수 있는 상황. 다만, AMD도 마냥 잘못이 없진 않은데, 테스트 환경이나 조건 등을 명확하게 공개했다면 암레발이라는 오명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았을까.

 

 

암레발의 기원을 찾아서 : VGA 편

 

▶ 스펙으로는 탈 지구급, 실성능은 평범 Radeon HD2900XT  = 암레발!

▲HD2900XT는 요즘 나오는 그래픽카드도 엄두를 내기 힘든 초호화 기판, 초호화 전원부를 자랑했다

<출처: VGAmuseum.info>

 

라데온 R600 아키텍쳐 기반의 ATI HD2000 시리즈에서 가장 최상급인 라데온 HD2900XT는 많은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있었다. ATI 최초의 통합 세이더 모델(Unified Shader model)이 적용됐었고, 7억 개의 트랜지스터 집적, DX10 지원, 512bit 메모리 컨트롤러와 512MB ~ 1GB 메모리 탑재로 당대 최강의 스펙을 자랑했다.

 

 

 SPs

코어클럭

메모리 클럭

메모리 버스

메모리 용량

가격

HD2900XT

320

740MHz

1650MHz

512bit

512MB

$399

8800GTX

128

576MHz

1800MHz

384bit

768MB

$600~$650

8800GTS

96

513MHz

1600MHz

320bit

640MB

$400~$450

 
그리고 공식 출시 전 유출된 3DMark06 벤치마크 점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고작 $399에 불과한 라데온 2900XT의 성능이 비슷한 가격의 8800GTS를 누르고 $600에 이르는 8800GTX 성능에 근접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400 밖에 안하지만 코어클럭, 메모리 버스도 월등하고 더구나 세이더 프로세서의 수가 무려 320개나 되는 2900XT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출시 이후 2900XT에 대한 평가는 바뀌었다. 3DMark 성능에서는 8800GTS보다 나은 정도였으나 실제 게임들을 이용한 벤치마크 테스트 대부분에서는 비슷한 가격대의 8800GTS와 힘겹게 겨루는 정도였기 때문.

 

▲여러모로 활활 탄다는 것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2900XT의 쿨러

 

더구나 제조공정도 80nm라 소비전력과 이에 따른 발열도 많았으며, 특히 소비전력은 215W에 달해 8800GTX의 145.5W보다도 월등히 높으니 전력 대비 성능(전성비)에서는 무참히 실패한 것이다.

 

▶ 달라진 것은 뭐지? RX300 시리즈 = 암레발!

 

10년 전 출시한 라데온 HD2900XT가 현실성이 없다면 이번에는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있었던 제품을 살펴보겠다. AMD는 2015년 6월 17일 E3에서 RX300 시리즈를 발표했다. 칩셋 이름은 Volcanic Islands(화산섬)이라 불리며 이전에 발표한 RX200 시리즈의 Sea Islands와 비슷하지만 어찌 됐든 신제품이니 많은 기대를 했다.

 

보통 새로운 그래픽 코어가 나오면 개선된 성능과 소비전력을 생각하게 된다. 시간이 지난 만큼 기술도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RX 300 시리즈는 그 기대를 저버렸다. 드라이버 분석을 통해 알아낸 사실은, RX300은 RX200을 이름만 바꾼 제품이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코드명

RX200

RX300

Oland

R5 240, R7 240, R7 250

R5 330, R5 340, R7 340, R7 350

Cape Verde

R7 250E, R7 250X 

 R7 350

Bonaire

R7 260, R7 260X 

R7 360, R9 360

Pitcairn

R7 265, R9 270, R9 270X

R7 370, R9 370X

Tonga

R9 285

R9 380, R9 380X

Hawaii

R9 290, R9 290X

R9 390, R9 390X

Fiji

-

R9 Fury, R9 Nano R9 Fury X, Radeon Pro Duo

  
RX 300에서는 코드명 Fiji만 추가되고 나머지는 기존 코드명과 동일하다. 당연히 아키텍쳐도 GCN 1~3까지 그대로 사용된 것인 만큼 기본적인 성능 차이는 모두 같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차이점을 주기 위해 메모리 용량을 늘리고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하긴 했으나 이것으로는 부족했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R9 390은 지포스 GTX 970의 대항마로 기대를 받았지만, 성능이나 소비 전력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나중에서야 8GB의 램이 효과를 발휘할 만한 게임이 등장하면서 다소 체면치레를 했지만, 주목받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 지포스 980 Ti 기다려라, R9 Fury X가 모든 것을 분노로 뒤덮는다! = 암레발!

 

 

 

R9 390과 그리 머지않은 시기에 AMD는 새로운 아키텍쳐를 적용한 Radeon R9 Fury 시리즈를 발표한다. 당시 사용자들은 특히 Fury X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Fury X의 벤치마크 자료 때문이었다.

 


▲wccftch에 올라온 Fury X 벤치마크 자료

<출처: wccftch.com>

 

OpenCL 한정이긴 하지만 이 자료를 보면 놀랍게도 Fury X는 당시 최강이라 불렸던 엔비디아 지포스 타이탄X를 가볍게 제쳤다. 실제 성능은 이보다 조금 낮더라도 타이탄 X를 넘어섰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고로 이때 공개된 Fury X의 가격은 $649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AMD는 Fury X의 공식 벤치마크 자료를 공개했다.

 

 

▲AMD에서 공개한 R9 Fury X 성능 테스트 자료


4K 해상도 게이밍 성능이 지포스 GTX 980 Ti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난 자료이다. AMD에서 직접 발표한 자료이다 보니 그 반향은 더욱 컸다. 공식 가격도 $150나 저렴하다 보니 AMD 마니아들에게는 흥분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실제 제품 판매 이후 각종 벤치마크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결과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부 게임에서는 Fury X가 앞섰으나, 대부분은 980 Ti에 못 미쳤고 간혹 지포스 GTX 980보다도 못한 결과도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게임에서는 980Ti를 따라잡는 발군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 역시 너무 늦은 감이 있는 것으로, 출시 당시에는 라데온 R9 Fury X가 '암레발'로 판명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항상 암레발인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라데온 시리즈가 항상 암레발인 것만은 아니었다. 잘나가던 시절도 많았다. 팬들의 기대 심리가 컸기 때문에 나중에 실망도 큰 것이었을 뿐. 제품 자체가 완전히 망했다 할만한 것은 HD2900XT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 R300 칩셋 : 라데온 9700, 9800 = ATI를 크게 키워낸 대작


R300 칩셋을 탑재한 라데온 9550/9700/9800은 2002년 9월 등장했다. DX9.0을 지원하고 세이더 모델 2.0에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픽셀&버텍스 파이프라인을 탑재한 이 제품들은 AMD가 3D그래픽카드 시장에서 빛을 보게 만들어 준 제품이다.

 

▲ATI 라데온 9500

 

특히 라데온 9500은 당시 인기 있던 지포스4 Ti4200으로부터 메인 스트림 시장을 뺏어왔고, 그보다 높은 성능의 하이엔드 시장에는 라데온 9700Pro와 9800XT가 있었다.

 

게다가 보급형 모델이었던 라데온 9500 Pro는 바이오스 개조를 통해 메모리 버스를 128bit에서 256bit로 바꿀 수 있었고 오버클럭까지 하면 성능이 9700 pro 급까지 나왔던 괴물 같은 제품이었다. 이후 나타난 라데온 9550도 상위 모델인 9600XT와 비슷한 성능을 보여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 RV770 : 라데온 HD4850, 라데온 HD4870 = 일발 역전이란 바로 이런 것!

▲HD4870의 고급형 비레퍼런스 모델

 

시간이 흘러 ATI가 AMD와 합병한 이후 HD2000 시리즈의 엄청난 실패로 힘겨워하던 AMD는 RV770 칩셋을 기반으로 한 HD4000 시리즈로 일발역전에 성공한다. R700 코드명으로 나왔던 제품들 중 메인스트림에서는 HD4770이 가성비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하이엔드에서는 HD4850과 HD4870이 인기를 끌었다.

  

이맘때의 그래픽카드 시장은 엔비디아의 8800시리즈에 이은 9800시리즈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는데, 성능이 비슷하거나 더 좋은 HD4850과 HD4870이 각각 $199와 $299로 출시되자 엔비디아는 지포스 9800GTX의 가격을 무려 한번에 $100나 인하하면서 $199로 할인하여 대응하게 된다. 당시 배짱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에게 원성을 산 엔비디아는 이후 GTX600 세대가 출시되기 전까지 꽤 오랜 시간 부침을 겪는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것도 자사의 라인업 중 가장 꼭대기에 있는 제품의 가격을 내리면서 경쟁한 이유는 바로 성능 때문이었다.

 


▲HD 4850 벤치마크

<출처: Anandtech>

 

테스트 환경에 따라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4850조차도 지포스 9800GTX와 큰 차이가 없는 성능을 보여줬다. 만약 9800GTX가 가격을 안 내렸다면 엔비디아는 하이엔드 시장을 고스란히 내줘야 했을 것이다. 성능이 더 높은 HD4870도 존재했기 때문에 이 시기 30만원 대 그래픽카드는 AMD의 천하였다.

 

▶ EverGreen : 라데온 HD5770, HD5850, HD5870 = AMD의 황금기

 


 

HD4000 시리즈의 시장 장악에 힘입어 TeraScale 2 아키텍쳐를 사용한 HD5000 시리즈도 손쉽게 시장에 정착했다. 메인스트림에서는 HD 5770 1GB 제품이 흥행했다. DX11을 지원하고 성능도 HD 4850 1GB 수준에 근접했으며 $159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이엔드에서도 경쟁사를 가볍게 눌렀다. 당시 엔비디아에서는 지포스 GTX 285가 싱글 코어 제품에서는 최상위였고 듀얼 GPU 기반으로는 지포스 GTX 295가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제품은 HD 5850과 HD 5870이 있었으며 듀얼 코어 제품으로는 HD 5970이 존재했다.

 

 

▲HD 5850 & HD 5870 벤치마크 자료

<출처: techpowerup.com>

 

언뜻 보면 단일 코어 최상위인 GTX 285가 HD5850보다 더 좋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엔비디아에게는 이전 세대의 악몽이 한 번 더 펼쳐졌다. 특히 고해상도로 갈수록 이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지면서 하이엔드 그래픽카드를 고려했던 사용자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AMD로 향했다.

 

AMD 입장에서는 $259짜리 HD5850이 $340인 GTX 285와 대등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니 고무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에게는 아직 HD5870($379)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하이엔드 그래픽카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 Southern Islands : 라데온 HD7950, 라데온 HD7970 = 제2의 황금기

▲AMD Radeon HD 7950

 

HD4000 시리즈와 HD5000 시리즈 연타석 히트를 친 AMD는 잠시 HD6000 시리즈에서 숨 고르기를 한 이후 Graphics Core Next 1st(GCN) 아키텍쳐로 무장한 HD7000 시리즈를 2012년 출시했다.

 

 

  

▲HD 7950과 HD 7970 성능 테스트 결과

<출처: techpowerup.com>

 

싱글 코어에서 최고급 제품이었던 HD7970은 당시 경쟁 모델이었던 GTX 580보다 우세했다. AMD가 단일카드로 더 우수한 성능을 냈다는 사실에 팬들이 한껏 고무됐던 시기다. 이후 엔비디아가 GTX 600번대로 반격하자 곧바로 7970Ghz 에디션을 발매하며 한동안 왕좌를 내주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GTX 700세대에 이르러서야 AMD 서던 아일랜드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베가(VEGA)가 곧 나온다는데, 과연?

 

오늘 우리가 갑자기 ‘암레발’에 대해 확인해 보는 이유는 바로 AMD의 차세대 그래픽카드인 '베가(VEGA)' 때문이다. AMD는 얼마 전 엔비디아 쿼드로에 대응하는 전문가용 그래픽카드인 ‘베가 프론티어 에디션’을 먼저 공개했고, 이어서 데스크톱용인 ‘라데온 RX 베가’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데스크톱용 베가의 발표는 지금 대만에서 진행 중인 컴퓨텍스에서 5월 31일 중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공개한 베가 프론티어는 AMD 측 공개 자료에서 지포스 GTX 1080과 타이탄X파스칼의 성능을 압도하고 있으며, 라데온 RX 베가는 게임에 더욱 최적화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게이밍 성능은 오히려 베가 프론티어를 앞설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알려진 루머로는 라데온 RX 베가는 총 3가지 라인업(코어, 이클립스, 노바)으로 구성되고 각각 GTX 1070, 1080, 1080 Ti에 대응한다고 알려져 있다.

 

  


암레발이 될까 아니면 갓엠디가 될까?

 

R9 Fury X에서 한 번 겪었던 HBM의 수율 문제가 이번 HBM2에서 다시 반복이 될지도 주목되고 있다. AMD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SK하이닉스 외에 삼성전자에도 러브콜을 했다고 하는데, 그 결과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내일이면 대만 컴퓨텍스 현장에서 라데온 RX 베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함께 가격도 공개될 것이다. 최근 AMD 그래픽카드 신제품들이 발표될 때마다 유저들이 실망을 겪었던 탓에 이번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이다. 과연 베가가 퓨리의 쓰라림을 떨쳐내고 대세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 번의 거대한 암레발이 될지. 모두의 이목이 대만으로 집중되고 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유민우 (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www.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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