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플레이어 만들던 회사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최근 MP3 플레이어 ‘iAudio S9’을 발표한 ‘코원’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하키를 소재로 한 스포츠 게임 ‘엔블릭’ 으로 온라인 게임에 발을 들인 것이다. 그전까지 ‘제트오디오’ 시리즈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왔던 코원이지만, 뜬금없이 온라인게임 개발이라니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이미 하키 게임으로는 넥슨의 ‘슬랩샷 언더그라운드’(슬랩샷) 이 버티고 있는 상황. ‘엔블릭’은 좋건 싫건 ‘슬랩샷’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과연 무엇이 ‘슬랩샷’과 다른지 한번 알아보자.
내가 뛰는게 뛰는게 아니야
▲일단 여자가 나와 알려주니 해볼만 하다
처음 캐릭터를 만들면 곧바로 튜토리얼이 시작된다. 튜토리얼의 설명 자체는 매우 쉽게 되어있다. 기본적인 움직임부터 원타임 샷까지 항목 별로 나뉘어져 있어, 부족하다 싶으면 다시 배울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튜토리얼의 설명이 아니라 튜토리얼의 난이도였다. 패스나 샷을 연습하는 것은 쉬웠지만, 블로킹과 슛찬스에 도전할 때는 너무 어려워서 이것이 과연 튜토리얼인지 자격심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사람 가지고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엔블릭’의 난이도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편이다. 어려운 이유를 꼽아보자면 기본적인 움직임 자체가 느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슬랩샷’의 움직임이 인라인 스케이트라면, ‘엔블릭’의 움직임은 우주복을 입고 우주유영을 하는 것에 비교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출발이 굼뜰뿐더러 정지 또한 플레이어의 뜻대로 할 수 없다. 멈추려면 1~2초 전에 미리 멈춰야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정지할 수 있을 정도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움직이는 이상, ‘엔블릭’의 움직임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성을 강조한 나머지, 기본적인 움직임까지 불편하게 만들어야 했을까?
바디체크가 없는 맥빠진 하키
▲이거 딜레이가 무서워서 바디체크 하겠나...
기본적인 움직임 외에도, 스킬의 사용에도 문제점이 많이 보였다. 특히 하키에서 많이 쓰이는 기술인 ‘바디체크’는 발동이 느리고 사용 후에도 딜레이(경직)가 길었다. 게다가 ‘바디체크’를 성공시켰을 때에도 별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상 바디체크를 쓰지 말라는 것 같았다. 이렇게 느낀 데에는 필자가 ‘슬랩샷’에서 강퇴를 당할 정도로 바디체크를 남발한 탓도 있겠다. 하지만 하키만의 대표적인 스킬인 ‘바디체크’를 쓰지 못해서야, 이게 하키인지 뛰어다니면서 하는 게이트볼인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바디체크’와 ‘스틸’을 피하는 스킬인 ‘디킹’은 키를 눌러도 반응이 보이지 않아 이것이 실행되고 있는지 의심이 간다. 결국 공을 뺏어오려면 ‘스틸’밖에 쓸 스킬이 없다. 이것마저도 범위가 좁아서, 제대로 쓸라면 상대편 캐릭터에 찰싹 붙어서 써야 한다.
▲튜토리얼에서야 느긋하게 쏠 수 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게이지 채우기도 벅차다.
겨우 퍽을 뺏어와 샷을 하려고 하면 이것 또한 난감하다. ‘엔블릭’의 샷은 방향을 정한 후 게이지를 채우는 방식이다. 골문 앞까지 달려와서 샷을 넣기 위해 D키를 누르면, 화면이 확대되면서 방향조절 표시와 샷게이지가 등장한다. 빨간 화살표로 골대의 빈 곳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뜨는 것은 어디로 퍽을 쏴야 할지 알 수 있어서 좋지만, 항상 샷게이지를 채워야 하므로 매우 불편하다. 게이지를 조금만 채워 빨리 쏘려고 해도, 매번 화면이 확대되어 나오니 집중이 흐트러지기 쉽다.
퍽과 내가 구분이 안가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원타임샷'만 하면 80%는 골인인데 혼자서 샷을 쏠 필요가 있을까?
여기서 ‘엔블릭’에서 성공률이 높은 샷은 ‘원타임샷’이라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원타임 샷’은 한 플레이어가 어시스트를 해 주면 그것을 곧바로 쳐서 골에 넣는 샷을 지칭한다. 스포츠가 혼자서 하는 게임이 아니고, 하키 역시 스포츠인 이상 타인과의 협동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타임샷 이외의 다른 샷이나 스킬들이 쓸모가 없다면 게임에 재미가 없지 않나 생각해본다. 모두들 퍽만 잡으면 자리잡고 ‘원타임샷’만 해야 한다면, 하키만의 역동성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건 뭐 '월리를 찾아라' 도 아니고.. 퍽 찾기 힘들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기본적인 플레이가 힘들 정도로 퍽이 잘 안보인다는 점이다. 퍽 자체가 밝은 색이어서 찾아내기 힘들고, 캐릭터가 퍽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주변의 색과 더더욱 융화되서 찾아내기 힘들다. 거기에 경기장까지 밝은 곳으로 되어있다면(그림참조), ‘엔블릭’에서 퍽을 찾는것보다 숨은그림 찾기를 하는 게 더 쉬울 것이다. ‘슬랩샷’에서는 퍽 위에 빨간 화살표가 떠 있어서 찾기 쉬웠던 점을 고려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밝은 캐릭터, 어두운 미래
언더그라운드의 어두운 색채를 띤 ‘슬랩샷’과는 달리, ‘엔블릭’은 밝은 캐릭터와 배경으로 건전한 느낌을 주고 있다. ‘슬랩샷’이 한밤중에 벌어지는 무규칙 격투기라면, ‘엔블릭’은 아침에 펼쳐지는 조기축구라 비교해도 좋을 것이다. 그 정도로 두 게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분위기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엔블릭’에는 ‘슬랩샷’이 선보였던 강렬한 바디체크의 쾌감도, 격투 시스템의 전략성도 없다. 그 대신 무거운 조작감과 무적에 가까운 ‘원타임샷’만이 있을 뿐이다. 하키라는 마이너한 소재를 가지고 게임을 만든 이상, 소수의 사람들만 게임을 즐긴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슬랩샷’처럼 거의 완성된 게임성을 내세워도 사람들이 찾지 않는 마당에, ‘엔블릭’은 과연 무엇을 내세워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했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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