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어스 엑스’와 ‘시스템 쇼크2’를 기억하는가? 이전의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혁신적인 요소로 주목을 받았던 이 두 작품들은 높은 작품성으로 유저들은 물론 개발자들에게도 많은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그 개발팀 이래셔널 게임즈가 2K 게임즈의 이름 아래 다시 모여 제작한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바이오쇼크’다.
‘바이오쇼크’는 미지의 해저 세계 랩쳐를 무대로 진행된다. 이곳은 독특한 사상을 지녔던 사업가 앤드루 라이언이 창조한 도시로, 현재는 불행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인해 멸망하고 말았다. 주인공 잭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바다 한가운데 빠지게 되고, 침몰하는 비행기를 빠져나와 등대를 발견, 살아남기 위해 그곳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 불타는 바다로 떨어지는 도입부 |
▲ 등대가 세워져 있는 의문의 작은 섬을 발견한다 |
잭은 곧 잠수장치에 타고 해저도시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인상적인 홍보 비디오와 멋진 도시의 전경이 보이지만, 잠시 후 이곳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눈치 채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인물이 라디오를 통해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주게 된다. 그의 조건은 자신의 가족을 도와주는 것. 여기서부터 ‘바이오쇼크’의 본격적인의 시작이다.
▲ 등대 안쪽에는 지하로 이어지는 공간이... |
▲ 해저도시 랩쳐의 모습이 드러난다 |
게임에 들어서면 화려한 그래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엄청난 디테일의 차세대급 호화 그래픽에 눈이 즐거워지며, 흥미롭게 디자인된 적들과 의문에 싸인 등장인물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다. 게임의 분위기와 배경은 다소 복잡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쉽게 전해준다.
▲ 리얼한 그래픽은 정말 환상적이다 |
▲ 매우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나요
‘바이오쇼크’는 씹으면 씹을수록 맛있는 요리와 같다. 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게임과는 뭔가 크게 달라도 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면 약간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이 개발팀의 전작들의 자랑거리였던 흥미진진한 스토리 라인이 조금 다른 노선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바이오쇼크’는 초반에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움직여야 한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며, 어디서 왔고, 왜 여기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그저 목표 없이 떠돌아다니고 장소에서 장소로 이동해 다니며 적들을 몰살시키고 화려한 배경을 구경할 뿐이다.
▲ 게임 초반에는 주인공의 정체조차 알 수가 없다 |
▲ 수수께끼의 조언자에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닐 뿐 |
물론 게임을 진행해나가다 보면 개성 강한 많은 캐릭터들을 만나게 되고 다채로운 구역들을 돌아다니며, 도시의 파괴와 여러 사건들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게 되지만 역시 초반에는 감정이입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자신의 역할과 게임의 스토리가 멋지게 맞아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제야 스토리 라인은 점점 흥미로워지기 시작한다. 사실 게임이 정말로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는 것은 이 때부터다. 스토리는 물론 액션도 이전보다 훨씬 화려해지기 시작하며, 진행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음성 기록을 통해 게임의 스토리 라인이 밝혀지게 된다. 각본의 깊이도 상당한 편인데 풍부한 배경 설정이 돋보이며 캐릭터들마다 자신의 확고한 사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 아주 조금씩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들 |
▲ 엑스트라 한 명까지도 어느 정도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
다양한 무기와 특수능력을 조합한 지능형 전투
‘바이오쇼크’는 전투의 자유도가 매우 높다. FPS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무기들이 준비되어 있고 모든 무기들이 요긴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이 무기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종의 초능력인 플라스미드이다. 플라스미드는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발현되는 능력으로, 적들을 얼린 후 산산조각내거나 불을 붙이고 감전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게 된다. 그 즐거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며 이 플라스미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술을 구사하게 되면 적들을 보다 간단히 물리칠 수 있게 된다.
플라스미드는 단지 전투용 능력일 뿐이 아니라 플레이 내내 게임의 배경에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주기도 한다. 게임 안의 대부분의 배경들은 사용하거나 파괴, 변형이 가능한데 그 중에서 플라스미드를 써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
▲ 전투는 평범한 FPS와는 달라보이지 않지만, 훨씬 독특하고 완성도도 높다 |
▲ 화염 플라스미드를 써서 배경의 얼음을 녹이고 있다 |
적들의 AI는 매우 똑똑하게 설정돼 있어 싸움 자체는 까다로운 편이다. 조심성도 강하고 필요하다면 도망치기도 하는데, 불이 붙으면 물이 있는 곳으로 뛰어들고 체력이 많이 소모되면 회복장치가 있는 곳으로 가 회복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무작정 뛰어들어 싸우기보다는 플라스미드 등의 보조수단을 써서 지능적인 싸움을 펼쳐야 한다. 적들마저도 각각 개성을 가지고 있어 행동 패턴이 다르며 전투를 하고 있지 않을 때는 혼잣말을 하거나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 적들의 AI는 매우 똑똑하며 예측하기 힘든 움직임을 취한다 |
▲ 플라스미드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수적이다 |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그래픽
‘바이오쇼크’는 다이렉트X10을 완전하게 사용한 최초의 게임이다. 환상적인 세부 묘사에는 거의 흠잡을 점이 없으며 리얼한 표현력에도 놀라게 된다. 특히 게임 초반의 불타는 바다와 해저 통로에 물이 쏟아져 나오는 등의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감탄의 한숨을 내뱉게 될 것이다. 랩쳐엔 각기 다른 분위기의 수많은 지역들이 등장하며 철저하게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디자인은 한층 게임을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한다.
▲ 자연스러운 빛의 표현과 해저 공간이란 배경의 폐쇄감이 뛰어나다 |
▲ 다채로운 느낌의 배경들이 다수 존재한다 |
캐릭터들의 표현과 디자인도 매우 뛰어나다. 그 중에서도 빅 대디라는 인상적인 적은 이 게임을 대표하는 캐릭터라 해도 좋을 것이다. 잠수복으로 몸을 감싼 거대한 적인 빅 대디는 투박하지만 강렬하고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격력은 어떤 적들보다도 강한 괴물이기 때문에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 이 게임을 대표하는 적 캐릭터라 해도 좋을 빅 대디 |
▲ 스토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캐릭터들 - 리틀 시스터와 빅 대디 |
독특한 환경을 그대로 전해주는 사운드
‘바이오쇼크’의 사운드는 그 그래픽만큼이나 섬세하고 다채롭다. 특히 게임의 분위기를 한층 돋워주는 세세한 효과음이 돋보이는데, 특히 적들이 주인공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 나누는 잡담 소리나 그들이 뭔가를 파괴하고 조사하는 등의 소리는 게임의 긴장감을 바짝 고조시킨다. 또 해저세계를 나타내는 해저 시설이 삐걱거리는 소리나 물을 통해 전해져오는 둔탁한 소리는 한층 리얼한 환경을 묘사한다. 캐릭터들의 음성 연기도 마치 영화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주요 인물들은 물론 비중이 낮은 적들조차도 마찬가지다.
▲ 기괴한 호러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성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
▲ 각종 효과음도 매우 사실적이다 |
다양한 요소가 준비된 깊은 게임성
게임에 등장하는 자판기나 총좌, 감시 카메라, 보안 로봇 등은 해킹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해킹의 과정은 고전게임 ‘파이프 드림’처럼 진행된다. 어렵지는 않지만 해킹을 매우 자주 하게 되는 편이라서 지겹거나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적의 사진을 찍어서 연구를 거듭하게 되면 약점이 밝혀지거나 적에게 입히는 대미지가 커지는 등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수 많은 종류의 플라스미드 능력이나 신체 능력 개조를 조합해 주인공에게 자신만의 특성을 부여하거나 독자적인 전술을 펼칠 수 있는 점도 흥미로운 요소이다.
▲ 미니게임으로 진행되는 해킹 |
▲ 다양한 부품들을 모아 무기를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
▲ 적들의 사진을 찍어 약점을 연구할 수도 있다 |
▲ 다양한 보조기술을 통해 자신만의 전술을 짜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 |
새로운 FPS의 포스트모던으로 기록될 수작
‘바이오쇼크’는 FPS 팬이라면 누구나 주목해야 할 정도로 혁신적인 세부요소들이 많은 게임이다. 다양한 능력들의 조합을 통해 개성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FPS답지 않은 다채로운 수집요소를 갖추고 있다. 재미있는 예로 FPS매니아 집단으로도 유명한 벨브 스튜디오(하프라이프 개발) 임직원들은 직원들이 ‘바이오쇼크’에 빠져들어 개발중인 작품이 완성되기 전 까지 ‘회사 내 바이오쇼크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한다.
놀라운 퀄리티의 비주얼과 사운드는 이런 환상적인 세계관을 생생하고 리얼하게 플레이어에게 전달한다. 게임의 난이도가 높고 호러게임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이런 게임들을 싫어하는 유저들에게는 추천할 수 없지만 FPS 마니아들을 포함한 그 밖의 게이머들에겐 ‘바이오쇼크’는 최고의 대작으로 다가올 것이다. 세심한 정성을 다해 높은 완성도로 제작된 혁신적인 게임을 원한다면, ‘바이오쇼크’가 바로 그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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