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큰 호평을 얻은 '디스 이즈 아메리카' (영상출처: 차일디쉬 감비노 공식 유튜브)
올 상반기 미국과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노래는 차일디쉬 감비노의 '디스 이즈 아메리카(This is America)'였다. 이 노래가 남다른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노래 자체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곡 자체에 담긴 메시지가 강렬했기 때문이다. '디스 이즈 아메리카'는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미국 총기 난사에 대한 비판 등을 담대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아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으며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이 미디어이자 예술로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그 속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게임에 메시지가 필요한 건 아니다. 때론 유희에만 집중할 수도 있고, 메시지가 없어도 좋은 스토리는 얼마든지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메시지를 지닌 게임은 그렇지 않은 게임보다 더욱 깊이 있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차일디쉬 감비노도 울고 갈만한 메시지가 담긴 게임들엔 뭐가 있을까?
비극적 역사의 한 단면을 표현하다
게임은 역사와 잘 어울리는 매체다. 드라마나 영화 등의 다른 영상 매체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과거를 묘사할 수 있으며, 게이머로 하여금 그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실제로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은 적지 않다. 특히,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의 비극적인 단면을 담아낸 작품들이 있다.
레드캔들게임즈의 2D 호러게임 '반교: 디텐션'은 대만의 현대사, 그중에서도 장제스 치하의 1960년대 대만을 그리고 있다. 당시의 대만은 국민당의 계엄령 밑에서 차별과 탄압이 빈번하게 일어나던 암울한 시기다. 게임은 작은 산기슭 학교에서 한 여고생이 좋아하던 선생님의 금서 독서 모임을 고발해 선생님이 군경에 체포돼 실종된 이후 반란죄로 총살형에 처해진 일을 다루고 있다. 유저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제스 치하 대만의 어두운 현대사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 호러게임 '반교: 디텐션'은 대만의 백색 테러시기를 다루고 있다 (사진제공: 레드캔들게임즈)
모바일 시뮬레이션게임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은 히틀러의 그릇된 신념들이 한데 모여 탄생한 '레벤스보른(생명의 샘)' 프로젝트의 생존자를 조명한다. 플레이어는 레벤스보른 차일드를 입양해 아이를 직접 키우면서 그 아이들이 당한 학대와 참극을 직접 마주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은 체험이라는 방식으로 잊혀질 수 있는 비극적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 레벤스보른 생존자들이 당한 학대와 참극을 조명한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이 밖에도 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 계획을 서술 트릭을 통해 색다르게 담아낸 '브레이드'나 한국전쟁 당시 자행됐던 '국민 보도연맹 학살사건'처럼 개인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비판한 '레플리카'도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비극적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역사를 넘어 현실 속 인류애를 다루다
굳이 비극적 역사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비뚤어진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임도 있다. "게임이 아닌 예술"이란 평가를 받은 '바이오쇼크'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예다. '바이오쇼크'는 비도덕적이고 편협한 등장인물과 빅 대디, 스플라이서로 대표되는 아담 산업, 인체 개조를 통해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을 서슴없이 던진다. 특히, 3편에 들어선 백인우월주의나 국수주의 등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극단적인 사상들을 비판한다.
▲ '바이오쇼크' 시리즈는 20세기 초 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극단적인 사상들을 비판한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인도 성매매 산업 구조를 폭로하는 '미싱'도 현실의 부조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게임은 약물에 의해 기억을 잃고 인신매매를 당한 주인공의 시점에서 성매매라는 사회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 인신매매를 당했다가 탈출한 여성들의 증언이 게임에 여실히 녹아있는 만큼 성매매 현장에 대한 묘사도 사실감 넘치게 표현돼 있다. 해당 게임은 인도에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르포나 다큐멘터리, 영화뿐만이 아니라 게임도 현실의 부조리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매체라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림보'로 유명한 인디게임 제작사 플레이데드의 '인사이드'도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통해 현대사회의 정치와 통제받는 개인 등을 풍자하고 있다. 게임 자체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갈래로 엇갈리지만, 섬세하게 표현되는 주인공의 심리와 정신을 조종당하고 있는 노동자 등 다양한 은유를 통해 현대사회에 알게 모르게 만연한 억압을 조망한다.
▲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인사이드'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반전(反戰)의 게임, 평화를 제창하다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거의 없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생명이 존재하는 한 지구상에서 전쟁이 사라질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반전주의자가 평화를 제창하며 전쟁을 없애기 위한 메시지를 던진다. 몇몇 게임들은 이 흐름에 몸을 실어 '반전(反戰)'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메탈기어'시리즈는 역설적으로 전쟁을 위해 태어난 인물들을 통해 전쟁의 피폐함과 참상을 전달한다. 전쟁을 없애고자 계속해서 전장에 뛰어드는 '빅보스', 전쟁을 위한 병기로 태어나 세계 평화를 위해 몸을 혹사하는 '솔리드' 등 '메탈기어'시리즈는 주인공들의 처절한 인생으로 전쟁의 위험성을 끊임없이 설파한다. 특히, '메탈기어 라이징' 주인공 '라이덴'은 자유를 위해선 전쟁도 불사 않겠다는 미국 보수층을 대변하는 스티븐 암스트롱을 제지하며 전쟁을 극구 반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의 등장인물 스티븐 암스트롱은 삐뚤어진 미국보수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디스 워 오브 마인'은 전쟁 속에서 끔찍한 나날을 보내는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유저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평범한 민간인이 돼 내전 중인 그라츠나비아의 포고렌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낮에는 도구를 제작하고 밤에는 각종 물자를 조달하며 종전까지 버티는 것이 목표다. 해당 작품은 전쟁의 심각함을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반전 게임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외에도 백린탄의 잔혹함과 병사들의 PTSD 증세를 실감 나게 표현한 '스펙 옵스: 더 라인'이나 실제 1차대전 참전자의 이름과 생몰년도를 보여주며 전쟁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깨트리는 '배틀필드 1', "전쟁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라는 대사로 유명한 '폴아웃' 시리즈 등 반전을 제창하는 게임은 많다.
▲ PTSD 시뮬레이터라는 별명을 지닌 '스펙 옵스: 더 라인'은 대표적인 반전 게임이라 볼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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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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