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세간에 알려진 바와 같이, 바이오웨어(Bioware)는 롤플레잉 장르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몇 안되는 베테랑 게임 개발사 중 한 곳이다. ‘발더스 게이트(Baldur’s Gate)’ 시리즈로 대변되는 바이오웨어만의 롤플레잉 게임 제작 관련 철학은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게임 비평가와 아마추어 게이머들부터 매니아들까지 그 깊이와 수준을 인정한 바 있다.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은 우수한 롤플레잉 게임만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개발사로 정평이 나 있는 바이오웨어의 탄탄한 입지(立志)와 설립 초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다양한 장르로 ‘스타워즈’ 관련 게임군을 형성해 온 루카스아츠의 야심 그리고 기존과 다른 롤플레잉 게임의 강림을 요구해 온 게이머들의 열망, 이 삼원소가 시기적절하게 융합되어 만들어낸 일종의 결과물이다.
▶ 영화 「스타워즈」 중 |
1977년 5월,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이 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래, 현재까지 ‘스타워즈’ 관련 영화를 비롯한 소설과 만화, 심지어는 게임 컨텐츠까지 선(善)과 악(惡)의 대립이라는 이야기 전개 방식을 공통점으로 내세웠다. 물론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 역시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스타워즈’만의 전통 아닌 전통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재까지 조지 루카스를 비롯한 수많은 소설 및 시나리오 작가들이 구축한 공화국이 설립되기 4000년 전 은하계 민중들의 생활상과 행성간의 정치적인 이해관계, 그리고 선과 악으로 규정되는 제다이 기사들의 족적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역주. ‘스타워즈’ 관련 컨텐츠의 시장내 발매 여부는 전적으로 조지 루카스의 검토하에 결정된다. 한마디로 내용이 부실하고 현재까지 상영되거나 출판, 발매된 ‘스타워즈’ 관련 컨텐츠와 연계성 등에 부합되지 못하면 시판이 금지된다.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 역시 검토 과정을 거쳐 발매된 ‘스타워즈’ 관련 컨텐츠 중 하나다)
플레이어는 *시스(Sith)족 제다이 기사 다스 말락(Darth Malak)의 음모에 의해 행성간 여행 중 대파되어 타리스(Taris) 행성으로 불시착하는 구공화국 소속 전함에서 탈출, 제다이 기사인 바스틸라(Bastila)와 함께 은하계를 시스족의 손아귀에서 해방시켜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전체적인 게임의 외형은 바이오웨어가 지난 2002년 6월 발매한 3D 롤플레잉 게임 ‘네버윈터 나이츠(Neverwinter Nights)’의 제작에 쓰인 ‘오로라(Aurora)’ 기술 엔진의 계량판인 ‘바이오웨어 오딧세이(Bioware Odyssey)’ 엔진으로 꾸며졌다. 기술 엔진의 성능이나 품질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바이오웨어가 ‘바이오웨어 오딧세이’ 엔진과 ‘던전스 & 드래건스 의 세번째 개정판 룰(3rd Edition Dungeons & Dragons Rules, 이하 D&D)’을 완벽에 가깝게 융합시켜 완성해낸 업적만큼은 높이 사줄 만하다. ?‘바이오웨어 오딧세이’ 엔진의 장점은 게임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겠으나 특히 빛을 발하는 부분은 단연 전투 시스템이다. ‘스타워즈 제다이 나이트’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3차원 캐릭터간의 전투가 턴 및 실시간 방식으로 구현된 것이다. 플레이어는 필요에 따라서 캐릭터에게 일시정지 기능을 통해 전투 도중 명령을 하달할 수 있고 무기나 방어구 교체 및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 |
캐릭터는 자신이 현재 장착한 무기와 능력치에 따라 다양한 움직임으로 적을 공격하고 아군을 엄호, 방어한다. 바이오웨어가 그간 자사 롤플레잉게임에서 전투를 단순히 캐릭터의 레벨을 높이고 임무를 완수하는 수단으로 그렸던 반면.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에서는 게이머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만한 볼거리까지 첨부시키는 기지를 발휘했다.
96년 이후로 유일하게 D&D 세계관을 자유자재로 다뤄봤던 경력을 갖춘 개발사답게 바이오웨어는 어쩌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스타워즈’ 세계관에 ‘D&D’ 룰을 알맞게 적용시켰다.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치의 벗어남이 없이 ‘D&D 룰’을 준수하고 있다. 제작 초반 ‘스타워즈’와 ‘D&D’의 궁합을 의심했던 이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무색하게 할만큼 두 세계관을 적절하게 혼합시켜 상황에 따라 최소 두 세가지 이상의 경우의 수를 부여한 게임 진행법을 창조, ‘스타워즈’나 ‘D&D’ 매니아 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인 게임으로 승화시켰다. 과거 국내게이머들 사이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었던 “바이오웨어의 게임은 심부름 게임”이라는 잔재가 엿보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줄기에서 게임이 엇나가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다.
‘D&D’ 룰을 다양성에 힘입어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은 기존의 ‘스타워즈’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성을 선사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나 방어구, 아이템의 외형은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등장했던 것이지만 내부는 ‘D&D’ 룰에 기반해 각자의 속성과 성능을 갖추고 있다.
게이머는 광선검(Lightsaber)부터 레이저총(Laser Blaster)에 이르는 다양한 성능을 지닌 무기를 해당 캐릭터의 직업과 부여된 능력치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D&D’ 룰이 규정한 ‘마법’이라는 무형무색의 공격 및 방어 기술은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에서는 제다이 기사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인 포스(氣, Force)로 변화됐다. 이야기의 중반부 부터 게임 시작 초기에 생성해 낸 주인공 캐릭터는 제다이 기사로써의 능력을 구사하게 되며 성향과 게이머의 의도에 따라서 선과 악을 기준으로 방어형, 공격형 포스를 익히고 이를 게임의 퍼즐이나 임무 수행 및 전투에서 활용하게 된다.
앞서 설명한 녹록찮은 게임성 못지않게 ‘스타워즈’ 세계관을 충실하게 묘사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모아진 ‘스타워즈’ 세계관의 종족과 무기, 생활상, 언어 등이 게임 내에 압축되어 있어 ‘스타워즈’의 팬이나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는 이라면 게임 곳곳에서 과거와 현재의 ‘스타워즈’를 반추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또한 훗날 스카이워커 일족을 비롯한 한 솔로나 보바펫과 같은 현상금 사냥꾼과 공화국 및 제국군 등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단서와 에피소드가 군데군데 삽입되어 있어 롤플레잉게임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사항 중 하나인 서사적인 이야기 구조의 잔재미도 느낄 수 있다.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을 Xbox버전으로 즐겼던 게이머에게는 아쉬운 점이겠으나 PC버전은 X박스버전 발매와 동시에 지적됐던 단점과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문제점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수정 및 보완했다. 우선 PC버전은 Xbox버전과 달리 1600x1200 해상도를 지원하며 게임의 그래픽 품질이 향상됐고 야빈 우주 기지(Yavin Space Station) 및 100종의 아이템과 광선검(Lightsaber) 제작에 쓰이는 크리스탈(Crystal)이 추가됐다. 또한 마우스 및 키보드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와 인터넷으로 실시간 업데이트 할 수 있는 기능이 삽입됐다. 최근 게임들이 제작 초기부터 콘솔에 무게를 두고 PC버전에 소홀함을 보였던 반면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은 PC 사용자도 섭섭치 않을만큼 지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만약에 제다이 기사들의 화려한 무술과 광선검 전투를 무작정 기대했던 ‘스타워즈’ 팬이나 ‘발더스 게이트’ 스타일의 롤플레잉게임에 식상한 이, 한글화된 게임이 아니면 보기도 싫다는 게이머에게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게임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장르나 진행 방식에 편중됨이 없이 게임을 접할 의향이 있고 다양한 종류의 ‘스타워즈’ 관련 컨텐츠를 그간 두루 섭렵해왔다고 자부하는 팬이라면 이 게임은 ‘스타워즈’에 대한 견문을 넓혀줌과 동시에 바이오웨어 식 롤플레잉게임의 또다른 일면을 제시할만한 본보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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