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환상의 콜라보! TV나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문구죠.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란 협업이란 뜻으로 둘 이상 개인, 업체, 브랜드의 공동 프로젝트를 가리킵니다. 과거에는 음악과 패션계에서 주로 쓰이던 표현인데, 요즘은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콜라보가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당장 포털에 검색해보니 아이돌 듀엣 콜라보, 웹툰과 영화 콜라보, 심지어 추석 선물세트 콜라보도 나오네요. 무슨 횡성 한우랑 뉴질랜드 골든키위가 손이라도 잡았나 봅니다.
게임계에도 일찍부터 다양한 콜라보가 있어왔습니다. 일러스트, 음악, 시나리오, 성우 연기 등등 온갖 요소가 버무려진 종합 엔터테인먼트라 그만큼 여러 분야와 엮이기 좋죠. 게임끼리 서로 복장과 무기를 주고 받기도 하고, 인기 캐릭터가 타 브랜드 홍보에 기용될 때도 있습니다. 성공적인 콜라보는 양측에 신선한 자극이 줄뿐더러 시장의 외연을 넓히는데 효과적이죠. 다만 사람 일이 다 그렇듯 야심 찬 콜라보가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환상인줄 알았던 ‘환장’의 콜라보 TOP5입니다.
5위 철권 X 아이돌 마스터, 귀여운 무대 의상 입은 폴 피닉스
▲ 다행히 실제가 아닌 '아이돌 마스터' 폴쨩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땀내나는 격투가들의 한판승부 ‘철권’과 귀엽고 깜찍한 아이돌 성장기 ‘아이마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게임이 만났습니다. 장르가 비슷한 것도 아니고 타켓층까지 다른데 왜 굳이 콜라보를 하나 싶죠. 실은 ‘철권’의 아버지 하라다 가츠히로 프로듀서가 알아주는 ‘아이마스’ 마니아라 굉장히 사심 섞인 기획을 통과시켰다는 후문입니다. 뭐, 덕분에 ‘아이마스’ 무대의상을 입은 ‘철권’ 캐릭터를 감상할 수 있게 됐네요.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지만, 이후 공개된 콜라보 공식 영상 때문에 선량한 ‘철권’과 ‘아이마스’ 팬들이 심각한 정신적 내상을 입었답니다. 시작부터 ‘이오리’쨩의 분홍색 의상을 입은 근육질 ‘폴 피닉스’가 나오거든요. 가슴팍이 엄청 ‘빵빵’하긴 한데 신사 여러분이 기대하는 그, 그게 아닙니다. 그나마 이 도입부는 악취미적인 장난이고, 실제로는 여성 캐릭터만 아이돌 의상을 받았기에 망정이지… 꿈에 나올까 무섭습니다. “프로듀서상! 붕권데스요, 붕권~”
4위 파이널 판타지 X 루이비통, 명품에 지나치게 심취한 라이트닝
▲ 백문불여일견, '라이트닝' 출연한 루이비통 콜라보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의미에서 이번에는 아름답고 고급진 콜라보를 살펴보죠. ‘파이널 판타지 13’의 여주인공 ‘라이트닝’이 프랑스 굴지의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모델로 선정됐습니다. 명품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제품에도 게임 캐릭터가 모델로 쓰이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과연 ‘파이널 판타지’네요. 실은 당시 메인 디자이너가 ‘라이트닝’을 열렬히 사모하는 팬이었답니다. 하라다 프로듀서도 그렇고 이 사람들이 진짜…
냉정한 여전사 ‘라이트닝’이 하늘하늘한 의상을 입고 명품백을 든 모습도 낯설지만, 진짜 황당한 쪽은 본인 소감이라는 글이에요. 오글거림에 주의하시길. “나의 옷차림은 항상 살아남기 위한 ‘무장’이었기 때문에 겉모습을 꾸미는 것은 생각한 적도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치장을 하니 알게 됐다. 패션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배우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센스로 이 세계의 사람들과 마주한다는 것. 그것은 낯선 이국에서의 여행과도 닮은 가슴 뛰는 자극이었다. 루이비통은 나를 새로운 ‘판타지’로 이끌어주었다”
3위 스플래툰 X 사가현, 미소녀 오징어 회를 팝니다!?
▲ 사가현 특산물에 그려진 '스플래툰' 일러스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다음은 닌텐도의 새로운 유망주 ‘스플래툰’과 일본 사가현의 콜라보입니다. 여기서 사가현이란 큐슈 북서쪽에 위치한 고장으로, 바다와 면해있어 품질 좋은 짱뚱어와 오징어가 특산물로 잘 알려진 곳이죠. 오징어 미소녀가 총싸움을 벌이는 게임으로 오징어가 특산물인 지역을 홍보하겠다는 꽤나 그럴싸한 기획입니다. 사가현에서 판매하는 여러 상품에 ‘스플래툰’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은 물론 한동안 특설회장을 차려놓고 페스티벌까지 개최했답니다.
지역 홍보에 게임 캐릭터가 나서다니 일본이기에 가능한 재미있는 발상이죠. 문제는 오징어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몇몇 웃지 못할 콜라보 상품이 탄생했다는 겁니다. 사가현은 당연히 ‘식용’ 오징어로 유명한데, 게임은 의인화된 오징어가 주인공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오징어회에 오징어 미소녀를 그려놓고, 문어와사비에 문어 미소녀를 그려놓은 이상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거기다 파란색 티에 빨간색으로 먹물을 표현했는데 누가 봐도 혈흔이라서 다들 복잡한 심경이었답니다.
2위 롤리팝 체인소 X 일본트윈테일협회, 게임도 홍보도 트윈테일로
▲ 일본트윈테일협회에서 나온 '롤리팝 체인소' 홍보 모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혹시 일본트윈테일협회라고 아시나요? 믿기지 않겠지만 실존하는 단체입니다. 어엿한 공식 홈페이지(바로가기)까지 있어요. 일본어가 짧아 잘은 모르겠지만 외관만 봐선 아주 공익적인 느낌입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일본은 매년 2월 2일이 홍진호가 아닌 트윈테일의 날이라는군요. 협회 차원에서 사진집을 발간하는 등 나름 수익사업도 벌이는데, 그 와중에 게임 홍보 모델을 배출하기도 했답니다.
이 기막힌 콜라보의 주인공은 바로 스다 고이치의 대표작 ‘롤리팝 체인소’입니다. 제목마냥 달콤한 롤리팝을 입에 문 치어리더가 전기톱으로 좀비들을 썰어버리는 다소 황당한 게임이죠. 현실감각이라곤 없는 설정부터 엄한 비주얼까지 스다 특유의 B급 감성이 물씬 풍겨요. 마침 여주인공이 금발 트윈테일이라 일본트윈테일협회와 공조가 이루어진 모양인데, 무언가 알 수 없는 단체와 손잡는 점도 스다 고이치답습니다. 어쨌든 결과물도 훈훈하니 참 잘됐습니다.
1위 포켓몬스터 X 이토 준지, 조금은 지나치게 본색을 드러낸 팬텀
▲ 공포만화가 이토 준지가 그린 '포켓몬스터' 팬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최근 ‘포켓몬 GO’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새삼 ‘포켓몬스터’가 지닌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포켓몬’은 지난 20년간 수많은 어린이와 함께 하며 어느덧 신구세대를 아우르는 동심의 표상이 됐죠. 귀여운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하는 ‘피카츄’를 보며 미소 짓지 않을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처럼 독보적인 사랑스러움에 닌텐도가 자만한 걸까요? 마치 ‘포켓몬’의 한계를 시험하기라도 한 듯 무리수를 뒀습니다. 공포만화의 거장 이토 준지와 콜라보를 통해 몬스터에게 내제된 공포를 선보이겠다는 것이죠.
이토 준지가 누굽니까. 단순한 심리적 공포를 넘어 기괴하고 소름 돋는 묘사로 정평이 난 작가입니다. 그러나 공포만화의 거장조차도 ‘포켓몬’을 비틀기는 부담스러웠는지, 첫 작품 ‘다크펫’은 의외로 지나치리만치 무난했어요. 기대(?)에 비해 충격이 거의 없으니 유저들도 “거장이 한 물 갔다”며 긴장을 풀었죠. 그런데 이런 반응에 이토 준지가 기분이 꽤나 상했나 봅니다. 두 번째 작품은 기합이 한껏 들어간 걸작이 탄생했어요. 어린이는 보자마자 트라우마가 생길 법한 강렬한 ‘팬텀’이… 그리고 콜라보 제3탄은 영원히 나오지 못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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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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