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세계인의 스포츠 대제전 ‘2016 리우 올림픽’이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개최국의 불안한 정세와 12시간에 달하는 시차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향한 응원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습니다. 한국이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양궁은 물론 펜싱 에페와 같이 예상치 못한 종목에서도 ‘깜짝’ 금메달을 따내어 더욱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순간들이었습니다.
이처럼 먼 타지에서 선전을 펼치는 선수들을 보며 가슴이 뛰는 이유는, 자국민이 세계 유수의 실력자와 자웅을 겨루고 우위에 선다는 자부심 아닐까요? 아무리 과거에 비해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옅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는 한민족의 성공에 함께 기뻐하고 실패는 서로 감싸주기 마련입니다. 음, 제가 너무 손가락 발가락이 오그라드는 얘길 했네요.
▲ 뜨거웠던 '2016 리우 올림픽'도 이제 끝을 향해 갑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세계구급으로 판매되는 대형 게임에서 한국인 캐릭터를 발견할 때 느끼는 묘한 기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아시아인에 대한 뒤틀린 편견으로 점철된 그런 시시한 조연 말고, 정말 매력적이고 뛰어나며 비중도 충분해야겠죠. 이런 캐릭터들이야말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을 알리는데 일익을 담당하는 이른바 ‘게임 속 국가대표’라 할 수 있겠습니다.
5위 금혜현(길티기어), 진정으로 내면이 중요한 할아버지이자 미녀 당주
5위는 ‘길티기어’에 등장하는 한국인 ‘금혜현’입니다. ‘길티기어’ 시리즈는 1편부터 일본인 검객 ‘바이켄’이 등장하고 2편에서 쿵푸 소녀 ‘쿠라도베리 잼’이 합류했음에도 유독 한국인 캐릭터만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죠. 그러다 정규 시리즈 5편이자 스토리상 완결작에 가까운 ‘길티기어 이그저드’에 이르러 드디어 한국인 참전! ...이라고 다들 기뻐했으나, 공개된 스크린샷이 ‘철권’에 나올듯한 근육질 할아버지라 충격을 금치 못했더랬죠.
▲ 미소녀라 기쁘달지, 게임에선 그냥 할아버지라 슬프달지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그나마 다행히도 꿈에 나올까 무서운 할아버지는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금혜현’은 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조율사의 후손으로, 지고한 금씨 가문의 5대 당주이자 미모의 여성입니다. 다만 오직 남성만 당주가 될 수 있다는 문제 소지가 많은(…) 설정 때문에 할아버지 로봇을 타고 다니죠. 조종석 안에는 분명 하얀 저고리를 입은 채 방울 모양 헤드셋을 장착한 미소녀가 앉아있습니다만, 전투 중에는 외모도 목소리도 그저 할아버지일 뿐이라 인기가 다소 미묘하답니다.
4위 한주리(스트리트 파이터), 한국인 캐릭터의 틀을 박살낸 태권 악녀
4위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한국인 격투가 ‘한주리’입니다. 사실 ‘스트리트 파이터’를 향한 국내 팬덤의 뜨거운 애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캐릭터가 굉장히 늦게 추가된 편인데요. 오랜 기다림을 보답하듯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주리’는 매우 인상적인 비주얼과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사용 무술은 흔하디 흔한 태권도지만 여성, 그것도 악역이라는 김모 사범을 반대로 비튼 듯한 캐릭터죠. 굉장히 자유분방한 의상과 개성적인 헤어스타일, 순수악에 가까운 도발적인 태도는 ‘스트리트 파이터’에서도 오직 ‘한주리’만이 지닌 고유한 매력입니다.
▲ 성격, 복장, 성능까지 모든 것이 비범한 그녀 '한주리'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 정체는 바로 악의 조직 ‘S.I.N’ 총수 ‘세스’의 전속 호위로 사디스트 기질이 다분한 위험인물입니다. 심지어 강한 적을 찾아 박살내길 즐기는 타고난 싸움꾼이라 같은 여성 격투가인 ‘춘리’와 ‘캐미’는 물론 권의 극에 달한 자 ‘고우키’와도 승부한 바 있죠. 이러한 독특하기까지 한 망나니(?) 기질이 통했는지 해외에서도 수위에 드는 인기녀입니다.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 패키지에도 가장 크게 그려져 있는 등 캡콤도 열심히 밀어주는 캐릭터랍니다. 참고로 모델은 배우 손예진이라고 하네요.
3위 송하나(오버워치), 태권도와 한복을 거부한 당돌한 신세대 캐릭터
3위는 ‘오버워치’의 영원한 디바 ‘송하나’입니다. 한국 사랑이 지극한 블리자드 캐릭터답게 ‘프로게이머+여군+메카닉+미소녀’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성을 자랑하죠. 정확히는 왕년에 ‘스타크래프트 6’로 세계를 제패한 챔피언이었는데, 로봇들의 대대적인 반란 ‘옴닉 사태’를 기점으로 군에 투신했답니다. 이제 현란하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놀리던 실력으로 군용 메카를 조종하여 조국을 지키고 나아가 ‘오버워치’의 주역으로 활약 중입니다.
▲ 한글로 된 게임단 로고까지 만든 블리자드의 세심함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종래의 한국인 캐릭터는 태권도와 예스러운 복장에서 벗어나질 못하는데, ‘송하나’는 이 두 가지를 모조리 거부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이 두각을 나타낸 e스포츠를 메카닉 조종으로 연결한 발상은 매우 기발합니다. “이것도 너프해 보시지!”나 “APM 좀 올려볼까?”와 같은 대사에서 콘셉트가 잘 묻어나죠. 이처럼 완벽한 ‘송하나’지만 ‘오버워치’ 출시 초기에는 떨어지는 성능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최근 상향 패치로 ‘국군 방산비리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떨쳐냈답니다.
2위 아리(리그 오브 레전드), 전세계 남성 유저를 홀려버린 한국여우
2위는 ‘리그 오브 레전드’ 속 구미호 ‘아리’입니다. 동양을 모티브로 한 ‘아이오니아’라는 가상 국가의 일원으로, 엄밀히 말해서 한국인… 아니 한국여우가 아니죠. 하지만 국내서버 오픈을 기념하여 특별히 만든 캐릭터이므로 여기서 다루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대부분 챔피언과 마찬가지로 ‘아리’도 한차례 설정 변화를 겪었는데, 과거에는 인간이 되고파 정기를 탐하는 요물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인간성을 잃은 자들을 사냥하는 신령스러운 존재로 묘사됩니다.
▲ '아케이드' 스킨을 쓰면 더욱 한국인 소녀답습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조금 엄한 얘기지만 ‘아리’의 진정한 매력은 강렬한 색기(…)에 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구미호는 남자를 홀려 잡아먹는 존재이니 고증에 충실한 셈이죠. 서구형 미인이 다수 등장하는 외산 게임에서 동양 캐릭터를 이 정도로 요염하게 묘사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덕분에 국적을 불문하고 뭇 남성 유저가 ‘아리’를 연호하는 훈훈한 광경을 볼 수 있죠. 지금은 많이 약화됐지만 출시 초기에는 성능도 말도 안되게 좋아서 여러모로 큰 인기를 끌었답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모 닌자 만화의 영향으로 자꾸 일본인 캐릭터로 오해를 산다는 것.
1위 성미나(소울 칼리버), 90년대 오락실을 불태운 20년차 큰 언니
1위는 앞서 소개한 캐릭터들의 큰 언니인 ‘소울 칼리버’의 ‘성미나’입니다. 최근이야 한국인 캐릭터가 많고 특히 여성이 크게 늘었습니다만, 90년대 중반에는 상황이 전혀 달랐어요. 외산 게임에서 한국인 자체를 보기 힘들던 시절, 그나마 자부심을 느낄만한 캐릭터는 태권도 쓰는 아저씨 ‘김갑환’ 정도였죠. 그러던 차에 96년작 ‘소울 엣지’에 등장한 ‘성미나’는 그야말로 상큼함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엄친딸’도 아니고 충무공 이순신 친구의 딸이라는 무언가 그럴싸한 설정과 언월도를 휘두르는 호쾌한 액션이 좋았습니다.
▲ 갈수록 회춘하시는 큰 언니, 어서 신작에서 만날 수 있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니고요. 어린 마음에 ‘성미나’를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과감한 옆트임 도복이었죠. 당시 그래픽으로는 그저 어설픈 폴리곤 덩어리였을 뿐인데도 참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요즘에 그런 복장으로 나오기는 이래저래 위험할 듯 하군요. 어쨌든 해외에서도 인기가 좋았던 터라 ‘소울 엣지’부터 ‘소울 칼리버’ 1~4편까지 개근한 자랑스러운 한국인 캐릭터입니다. 최신작 5편은 한참 미래 얘기라 등장하지 못했는데, 어쩌면 앞으로도 게임에서 만나긴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송하나’와 ‘한주리’, ‘금혜현’도 좋지만 이따금씩 어린 시절을 함께한 ‘성미나’가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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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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