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국내 첫발을 디딘 그래픽카드 제조사 컬러풀테크놀로지. 당시 엔비디아 제품만 출시하겠다는 ‘퓨어 엔비디아’를 선언하고 아이게임(iGame) 등의 브랜드를 앞세워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다. 특히 저가형과 무소음 그래픽카드는 호평 일색. 하지만 언제부턴가 소식이 뜸해지더니 철수한 것 마냥 조용해졌다.
지난 4월, 컬러풀테크놀로지코리아가 갑자기 웨이코스와의 공식 공급 체결 계약 소식을 전했다. 그동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던 걸까? 컬러풀테크놀로지코리아 유승범 지사장을 찾았다.
중국 1위의 위엄, 컬러풀테크놀로지
컬러풀테크놀로지는 1995년 중국에서 탄생한 PC 부품 제조사다.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시작으로 키보드, 마우스 등의 게이밍 기어와 메인보드, PC케이스, 전원공급장치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태블릿PC와 포터블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 배터리 등의 분야까지도 손을 대고 있다.
거점은 중국이지만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량을 자랑한다. 현재 중국 그래픽카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표 브랜드인 아이게임(iGAME)의 경우 세계 그래픽카드 브랜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컬러풀테크놀로지의 그래픽카드는 독자 기술인 원터치 오버클록과 SPT(Silver Plating Technology)로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원터치 오버클록은 따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도 버튼을 눌러 최대의 클록으로 끌어올리는 기능이며 SPT는 PCB 기판을 구리 대신 은도금으로 처리해 전력과 발열을 줄이고 냉납현상을 방지해 그래픽카드 수명 단축 문제를 개선한 기술이다. 구동에 최적화한 전원부인 iPP(iGAME Pure Power)로 회로를 간결하게 구성해 발열을 줄이고 안정성과 성능을 높인 것 또한 특징.
▲ 원터치 오버클록 버튼.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도 오버클록할 수 있다.
▲ PCB 기판을 구리 대신 은도금으로 처리하는 SPT 기술을 적용했다.
이런 기술력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에서는 의료와 군수, 산업용 제품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물론 최근 불거지고 있는 VR 열풍에도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적극적인 대응 계획도 갖고 있다.
국내에서의 행보
컬러풀테크놀로지코리아가 출범한 건 지난 2009년.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퓨어 엔비디아'를 선언하고 대표 브랜드인 아이게임 시리즈를 알리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특히 자체 설비를 갖추고 양질의 A/S를 제공한 것이 좋은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소비자 호응은 날로 좋아졌고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본사가 있는 중국보다야 한없이 작은 시장이긴 하지만 사용자 수준이 높고 신제품에 대한 반응이 빠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면서 적극적으로 공략했다는 게 유 지사장의 설명이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에는 일반 소비자보다 업체에게 공급하는 B2B 쪽에 중점을 두는 등 다각도에서의 공략을 시도했다. 그렇다고 리테일 시장에서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신제품 출시나 A/S 등의 활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활동이 소홀하다 보니 철수한 것 아니냐는 오해가 생긴 게 사실.
그러던 중 지난 4월 유승범 지사장은 웨이코스와의 공식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웨이코스와 새로운 도약
사실 유통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건 지난해 말부터다. 아이게임 시리즈의 활성화를 위해 고민하던 중 마케팅과 유통 부분의 약점을 인정하고 ‘서로 잘할 수 있는 걸 잘하자’는 취지에서 유통사를 찾기 시작했다. 그즈음 제안을 받은 곳도 여럿. 하지만 17년간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를 주력으로 마케팅과 유통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던 웨이코스가 유 지사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제 컬러풀테크놀로지코리아는 웨이코스를 서포트하면서 국내 소비자가 원하고 국내 시장에 맞는 제품을 엄선해 소개하며 마케팅과 유통 업무는 웨이코스에게 일임하게 된다. 기존에 출시한 제품은 물론 조만간 선보일 엔비디아 10시리즈도 웨이코스를 통해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좋은 평가를 받았던 A/S 부분도 그대로다. 소비자 만족을 위해 변함없는 A/S 정책을 펼칠 예정. 아이게임 시리즈는 그대로 3년의 무상 A/S 기간을 제공하며 오히려 2년이었던 아이게임 외의 제품도 3년으로 늘렸다.
유 지사장은 “웨이코스에게 전부 맡기고 철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단지 안정적이고 원활한 판매를 위해 공급 방식을 바꾼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랜 약점이었던 마케팅과 유통 부분을 시원하게 뚫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의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컬러풀테크놀로지코리아는 이참에 다양한 제품의 수입도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래픽카드에만 포인트를 두었지만 이제는 PC 부품을 비롯해 태블릿PC,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 배터리 등 본사의 다양한 제품군도 국내에 소개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은 잡지 않았지만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웨이코스와의 협업을 결정했다는 게 유 지사장의 설명이다.
▲ 오버클록과 냉각 등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컬러풀테크놀로지 아이게임 쿠단.
잠시 주춤하느라 갖가지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직 건장한 컬러풀테크놀로지코리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웨이코스와의 협업으로 다시 한 번 시장을 공략할 기개도 엿보였다. 게다가 지금은 엔비디아 10시리즈로 인한 기대감까지 팽배해 있는 상태. 둘의 시너지가 시장에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여겨 볼 일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시장의 호평을 끌어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지만.
컬러풀테크놀로지는 오는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2016에 참가한다. 현장에서는 출시를 앞둔 엔비디아 GTX10 시리즈 그래픽카드와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 다나와 DPG 게시판을 통해 받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은 별도의 게시판에 정리했습니다.
한만혁 기자 mhan@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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