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스프레는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 간극이 매우 뚜렷하다. 프로에서는 전문 모델이 활동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마추어는 사회의 냉대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가 분명한 가운데 ‘코스프레 대중화’를 외치며 나온 한국코스튬플레이협회는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아직 코스프레에 대한 사회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이 때 왜 ‘코스프레’를 양지로 올리려 하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국코스튬플레이협회 정헌호 협회장은 프로와 아마추어 코스어가 동반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코스프레를 마이너가 아닌 메이저 문화로 출범 목적이라 밝혔다. 다시 말해 코스프레를 대중이 즐기는 문화 덤에 올려놓고 싶다는 것이 협회의 계획이다. 마이너한 코스프레를 대중이 즐겨 하는 문화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심도 깊은 사업과 관계자의 노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협회의 목적이 ‘코스프레 대중화’라면 이를 현실화할 계획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협회는 과연 어떤 일을 준비하고 있을까? 게임메카는 정헌호 협회장, 최삼하 자문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한국코스튬플레이협회 정헌호 협회장(좌)와 최삼하 자문위원(우)
- 좋은 점은 살리고 폐단은 줄인다, 아마추어 코스어 육성 -
협회가 내세운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아마추어 코스어' 육성을 돕는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두 개로 구분된 코스프레 시장에 양쪽을 이어줄 수 있는 '허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새 코스어가 아마추어로, 다시 프로로 진출하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코스프레는 프로팀과 아마추어 동호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 코스프레 협회를 설립하자고 결심하게 된 계기나 취지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헌호 협회장: 한국의 코스프레는 해외에서도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코스프레에 대한 인식은 완성도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일례로 일본이나 중국, 북미에는 전문 그룹 다수가 활동하는 등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잡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왜곡된 사회 인식으로 인해 외부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마이너 영역에 있는 코스프레를 대중이 즐기는 문화로 키워보자는 취지로 협회를 결성하게 됐다.
▲ 한국코스튬플레이협회 발족식 현장 (사진제공: 한국코스튬플레이협회)
그러나 한편으로는 코스프레를 굳이 외부에 끌어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최삼하 자문위원: 오히려 ‘코스프레’ 문화를 공개하는 것이 사회 인식 해소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현재 ‘코스프레’의 폐쇄적인 구조는 외부에서 볼 때 ‘무엇을 하고 있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알기 어렵다’라는 이미지가 강조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를 공개된 장소에서 대중에 계속 보여주면 ‘코스프레’가 특이한 것이 아니라 대중이 즐기는 문화 중 하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여기에 키울 부분은 과감히 지원하고, 촬영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이나 사진 도용, 게임 IP 관련 저작권 분쟁 등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협회가 함께 해결방법을 모색하며 ‘코스프레’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키우고 싶다. 도리어 외부와 차단되면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고 같이 묻혀버릴 우려가 있다.
아마추어 코스프레의 경우 성희롱 등 내부에 숨겨진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차단이나 코스프레 자체의 인식 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헌호 협회장: 촬영 과정에서 과도한 포즈를 요구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이에 협회에서 아마추어 코스어가 믿고 촬영을 맡길 수 있는 ‘공인 사진사’를 지원하려 한다. 실제로 협회 회원사 중에는 코스어들이 많이 찾는 스튜디오로 유명한 ‘밀란 스튜디오’가 있다. 이 ‘밀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서울에 위치한 10개 전문 촬영 스튜디오와 협약을 맺고 아마추어 코스어들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정헌호 협회장: 앞서 말했듯이 ‘공인 사진사’ 외에도 유명 스튜디오에서 1달에 2회 정도 아마추어 코스어를 대상으로 무료로 촬영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스튜디오 자체를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제휴 스튜디오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식으로 아마추어 코스어에게 도움이 될만한 요소를 제공하려 한다.
사실 코스프레의 경우 촬영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캐릭터 옷을 만들고, 분장하는지를 알려주는 창구가 없다. 이에 대한 지원도 고려 중인가?
정헌호 협회장: 서울글로벌허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1달에 2회씩 정규 교육을 진행하려 한다.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전문 코스팀인 RZ COS나 2AO 디자인에서 활동하는 프로 인력이 강사로 등장해 메이크업 방법이나 의상을 만드는 법 등을 무료로 교육할 예정이다. 여기에 촬영인력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촬영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강좌를 운영하려 한다.
▲ 프로의 노하우를 무료로 전수받을 수 있는 강연이 열릴 예정이다
(사진제공: 한국코스튬플레이협회)
크게 번진 사례는 없지만, 개인이 게임 코스프레를 진행하다가 게임사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거는 등 IP 관련 법적 분쟁이 일어날 여지는 있다. 이 경우, 법적으로 전문 지식이 없는 개인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지원책도 고려 중인가?
최삼화 자문위원: 게임사가 거는 경우도 있겠으나, 반대로 개인이 제작한 코스프레 의상을 게임사가 무단 도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도 발생하리라 예상한다. 이 경우 개인이나 소규모 회사가 이를 방어하기 쉽지 않아서 협회 차원에서 법률자문이 가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협회를 어느 정도 안정화시키고, 내실을 다진 후 코스어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지 않거나, 문제 발생 시 이를 중재하는 역할도 생각하고 있다.
- 코스프레 대중화 노린다, 궁극적인 목표는 국제 행사 개최 -
코스프레 생태계 조성과 함께 협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대중화다. 프로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아마추어 코스어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열고, 이를 대중에 알려 '코스프레'를 메이저 문화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사회 편견 없이 코스프레를 선보일 장을 마련하고, 프로 코스어에게는 국제 행사를 통해 해외 진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 해외 게임쇼에서는 코스프레를 하고 방문한 관람객을 쉽게 볼 수 있다
블리즈컨 2015 현장(상)과 PAX EAST 2015 현장(하)
그렇다면 아마추어 육성과 함께 협회가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
정헌호 협회장: 궁극적인 목표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할 수 있는 코스프레 행사를 주최하는 것이다. 협회 설립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한국에는 일본이나 중국과 같이 국제 코스프레 행사가 없다는 것이다. 즉, 많은 사람에게 코스프레를 보여줄 창구가 좁다. 그래서 그 창구를 넓혀 코스프레가 무엇임을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제 페스티벌은 물론 한국에도 정기적으로 열리는 코스프레 행사를 주최하려 한다. 프로 코스어를 중심으로 대중과 코스프레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대중과 코스프레가 만나는 기회를 넓히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작은 규모의 행사가 자리를 잡는다면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가 참여하는 규모가 큰 행사를 여는 것도 가능하리라 본다.
그러나 코스프레를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대중과 접점을 넓히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정헌호 협회장: 그래서 1월 말부터 서울시 및 서울도시철도공사와 협약을 맺고 지하철 역에서 코스프레 행사를 열 계획이다. 시작은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원사와 현재 협회 회원사로 활동 중인 RZ COS, 2AO 디자인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게임사와 코스어를 연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코스프레를 지하철 역이라는 공공장소에 공개하며 대중과 접촉하는 것이다. 첫 장소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과 가산디지털단지 역을 생각 중이며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하려 한다.
최삼하 자문위원: 사실 이 부분은 중소 게임사와 코스프레의 상생을 모색한다는 측면도 있다. 중소 게임사는 대중에 게임을 알릴 기회를 잡고, 코스프레 역시 시민과 만나며 대중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여기에 행사 자체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일정이 자리 잡힌다면 파급력이 상승하며 말 그대로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올라오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출범식 때 공개됐던 ‘걸그룹’의 정체는 무엇인가?
정헌호 협회장: 걸그룹은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의 일환이다. 현재 코스프레의 경우 캐릭터로 분장하고, 그 캐릭터로 연기를 하는 두 가지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 협회 사업을 준비하며 대중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것을 생각하다가 노래와 춤을 코스프레와 접목하는 것을 떠올려봤다. 코스어 중 이쪽에 소질이 있는 사람을 발굴해 독자적인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걸그룹’ 프로젝트가 발동된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애니메이션 그룹’ 3팀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삼하 자문위원: 코스프레 자체가 외부에 널리 알려지기 위해서는 이 씬을 이끄는 ‘스타’가 필요하다. ‘스타 플레이어’ 탄생과 함께 대중화에 성공한 e스포츠처럼 코스프레에서도 대중의 관심을 끄는 ‘스타’가 중요하리라 본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시장 확대에 ‘스타’가 주는 영향력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기 위해서는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삼하 자문위원: 초기 자금의 경우 협회와 연계되어 있는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소속 회원사의 지원을 토대로 하고 있다. 여기에 추후에는 정부지원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코스프레라는 새로운 문화가 성장할 생태계를 조성하고, 중소업체 육성을 지원한다는 것은 정부에서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사업이라 생각한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 사기업에 예산 지원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축제나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나 협회가 분명하지 않으면 정부가 자금을 집행하기 어렵다. 사실 협회를 만들고자 한 이유에는 관련 사업을 준비하며 ‘코스프레 문화 성장’이라는 것을 추진할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많은 일을 진행한다면 다양한 회원사도 필요하고, 일을 진행할 실무 인력도 충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협회의 회원사 및 실무 인력은 어느 정도 되나?
정헌호 협회장: 현재 협회는 이사회와 조직위, 집행위, 자문위, 분과위, 사무국 등으로 나뉘며 현재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확정된 부분은 SBS와 MBC, KBS 등 공중파 방송사를 포함한 미디어 관계자와 서울시, 서울도시철도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 속해 있다. 여기에 그리고 RZ COS, 2AO 디자인 등 코스프레 전문팀, 그리고 밀란 스튜디오와 같은 전문 스튜디오 등이 회원사로 활동 중이다. 마지막으로 협회 상주 인력은 8인이며, 외부 컨소시엄 업체는 50군데 이상이다.
또한 나는 IT 업계 출신에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캐릭터 분과장을 맡고 있어 코스프레 업계를 대표할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6개월 정도 협회장 직을 수행하며 앞으로 활동할 토대를 마련해주고, 이후 코스프레 시장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이해도가 높은 분을 협회장으로 선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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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지 말자. 하나하나 꼼꼼하게.risell@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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