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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들의 한, 잘 알고 있다"... 국회서 강연한 김병관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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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골 가정에서 태어나 40대에 국내 상장주식 100대 부호에 든 천재 IT사업가.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2호로 전격 발탁된 웹젠 김병관 의장에 으레 따라붙는 수식어다. 여기에 게임인들은 한 줄을 더 보태어 김 의장을 바라본다. 바로 기념비적인 게임업계 첫 정치 인사로서, 업계의 입장을 대표해주리란 기대와 믿음이다. 과연 김 의장은 이러한 바람에 부흥할까?

더불어민주당은 17일(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더불어 컨퍼런스’를 열고 신규 입당자 강연 및 뭇 당원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연사로 나선 김병관 의장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라는 주제로 이 시대 청년창업과 벤처기업을 위한 제도적 안전망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게임인들의 한, 알고 있다"며 업계에 대한 지지도 잊지 않았다.


▲ 더불어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영입 인재 2호' 웹젠 김병관 의장

김 의장은 우선 게임업계에 뛰어들기까지의 성장담으로 운을 뗐다. “전라북도 정읍의 조용한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어려선 막연히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 갖고 싶었는데, 막상 경영학과에 진학하고 보니 주위에 다른 공부를 하는 친구가 태반이더군요. 처음으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마침 우연히 접하게 된 컴퓨터에 매료됐죠”

김 의장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접한 시점은 국내에 막 리눅스가 들어오고, 사회적으로 인터넷과 해킹 등에 대한 관심도 커져갈 무렵이었다. 시대 조류를 타고 김 의장은 교내 컴퓨터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하며 조악한 게임이나 학습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IT산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 진학했고, 경영학도면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독특한 인재로 넥슨에 입사하기에 이르렀다.

“게임업계에 발을 들인지도 벌써 햇수로 15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여러 동료들과 함께 업계에 몸담으며 느낀 점은, 게임은 ‘하이테크 노가다’라는 거죠. IT라 하면 기술산업의 전위를 담당하는 세련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 면면은 고된 노동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게임은 한국의 차세대 동력원이자 문화콘텐츠산업의 핵심임에도, 잘못된 인식으로 손가락질 받아 마음이 아픕니다”


▲ 김 의장은 문화콘텐츠산업의 핵심인 게임을 마약으로 치부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지난 15년간 넥슨 개발팀장, NHN게임스 대표이사 그리고 웹젠 이사회 의장을 지내며 그 누구보다도 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절절이 느껴온 인물이다. 한번은 신작 게임의 성과로 장관상을 받게 되었는데, 수상자인 김 의장에게 상을 줘야 할 장관이 “왜 아이들을 망치는 게임을 만드느냐”고 질책을 했단다. 다른 이도 아닌 주무부처장관에게 그런 말을 듣자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당시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는 신문에서 게임은 마약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법률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마약을 하는 사람보다도, 다른 이에게 마약을 팔려고 만드는 자들이 가장 죄질이 나쁘다더군요. 게임인들이 한 순간에 우리 사회 최악의 범죄자가 된 겁니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정부가 관리하자는 것은 전세계에 한국뿐입니다”

게임업계가 중독법이니 셧다운제니 온갖 규제에 시달리는 것은 정권 내부에서 업계를 대변할 정치 인사가 없어서다. 게임인들이 김 의장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기대감을 방증하듯, 강연 후 이어진 김 의장과 토론회에는 베테랑 프로그래머부터 스타트업에 나선 청년, 학교에서 게임개발을 가르치는 선생님까지 게임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 강연 후 토론회에 참석한 김 의장, 현장에는 게임인들이 대거 자리했다

게임업계 진흥에 대한 포부와 규제 철폐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김 의장은 “우리 게임인들은 다들 ‘한’을 품고 있잖아요. 잘 압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부터 업계를 옥죄는 고질적인 문제가 많이 있지만, 정치권에 우리 편이 거의 없어 강하게 어필하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정치를 계속하게 된다면 이러한 부분에 꼭 신경 쓰겠습니다”

한 지지자가 “계속 할거다”라고 해야지 “계속하게 된다면”은 뭐냐고 묻자, 김 의장은 “독하게 마음먹고 들어왔지만 제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라며 웃었다. 또한 “제가 벌써 국회의원이 된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감사한 일이나 지금은 그저 일개 당원에 불과합니다. 물론 제가 속한 IT, 게임산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당장은 당에 이바지하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

김 의장은 다가올 4.13 총선 출마에 대한 일체의 물음에 지금은 당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당후사’ 입장을 고수했다. 게임인들의 성원과 지지에 감사하지만 아직은 뚜렷한 정책을 논할 입장도 단계도 아니라는 것. 과연 그가 게임업계를 위한 든든한 정치적 보호막이 되어줄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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