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스팀은 회사명이 아니라고? 내 말은 그게 아니거늘!

이번 주 게임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을 뽑자면 아마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일 것입니다. 박 의원은 지난 29일, 글로벌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의 적법성 논란을 언급하며 일약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박 의원이 배포한 자료는 ‘스팀’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들이 게임법을 위반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박 의원은 “게임위가 지금까지도 등급분류와 관련 업계와의 협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고 게임물관리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했습니다.

사실 박 의원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정론입니다. 게임위는 수년 전부터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스팀 등 글로벌 플랫폼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꼬박꼬박 심의를 받는 국내 게임업체와의 형평성은 계속해서 제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샛길로 새는 느낌입니다. ‘스팀’에 대한 국내법 적용 문제나 국내 철수를 우려하는 유저 간 언쟁은 둘째 치더라도, 박 의원실 측 자료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게임산업 현황을 파악하지 못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 여럿 보입니다.

먼저, 게임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아닌 스팀 측에 등급분류 의무를 지게 한다는 부분이 지적됐습니다. 박 의원은 첫 번째 보도자료에서 “스팀과 같은 업체들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요, 일반적으로 등급분류는 플랫폼 업체가 아닌 개발/유통사가 받는 것이 맞습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후속 자료를 통해 “규제는 기업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을 통해 한국 정부가 정하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스팀’의 운영정책이 아닌 한국의 법체계"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는 밸브가 운영하는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업체명으로 혼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 의원실의 보도자료에는 “대표적 해외게임업체인 ‘스팀’ 사가 서비스하는”, “'스팀'은 PC게임물을 전세계적으로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라며 계속해서 ‘스팀’을 회사처럼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은 이를 해명하면서 예로 든 네이버 서비스업체 발언입니다. 박 의원은 ‘스팀’을 업체명처럼 사용한 이유에 대해 “NHN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네이버’가 대표적 상징성을 가진 것처럼 스팀’ 역시 대표성을 가지고 있어 사용한 것으로 전혀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라고 설명했는데요, NHN엔터테인먼트는 ‘한게임’으로 대표되는 게임 개발/서비스업체입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네이버 주식회사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NHN엔터테인먼트와는 별도 법인입니다.

사실 이것은 부분 생략에서 비롯된 오해, 혹은 오타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박 의원이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말인 ‘현 게임법의 모순’이라는 본질을 해치진 않습니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잘못된 현실을 지적하는 장면에서 업계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에, 조금 더 신중한 표현이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기사를 본 게임메카 독자분들의 의견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ID 예구 “진짜 우리나라는 게임을 죽이기만 하네. 중국은 자국게임 살리려고 해외게임 규제하는데, 우리나라는 자국게임 죽이고 해외게임도 죽이고.. 내수경제만으로 먹고 살 수 없는 나라에서 이렇게 정책을 펼치면 어쩌라는 건지”

ID u1k2t3 “아니 왜 자꾸 밸브 쪽에다 심의신청을 하라고 하는데... 그 많은 게임들이 다 밸브 게임인가?”

ID kjsjjang89 “타국에 자국의 법을 강요하려면 그 법이 현 시대에 맞는가를 먼저 생각해야지. 게등위가 쥐뿔도 안변한 이 상황에서 국민들은 더이상의 개소리는 듣고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