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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라데온 SSD 출시…성능도 가격도 ‘어정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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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잇 노동균] 최근 AMD가 자사의 ‘라데온’ 브랜드를 딴 SSD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저장장치 시장에서 SSD가 대세로 부각됨에 따라 자사의 게이밍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자 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되나, 이미 판이 커질대로 커진 SSD 시장에서 다소 뒤쳐진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MD의 라데온 R7 시리즈 SSD는 지난해 도시바가 인수한 OCZ 스토리지 솔루션즈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OCZ 스토리지 솔루션즈는 적자 누적으로 지난해 파산한 OCZ를 도시바가 43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새롭게 출범한 브랜드다.

 

앞서 OCZ는 국내에서도 ‘벡터(Vector)’, ‘버텍스(Vertex)’ 등의 제품으로 다수의 사용자층을 확보하기도 했으나, 파산을 전후해 급격히 인지도를 잃은 바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기존 OCZ와 현재 OCZ 스토리지 솔루션즈 브랜드를 구분하기 위해 OCZ SS라는 이름으로 제품명을 표시하고 있다.

 

이렇듯 이미 흥망을 맛본 업체가 있을 정도로 SSD 시장의 판은 충분히 커진 상황이다. 결국 후발업체인 AMD 입장에서는 라데온 R7 시리즈 SSD에 스펙이나 기능면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저 OCZ의 OEM 제품이라는 평판만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라데온 R7 시리즈 SSD는 제원상 OCZ 벡터 150 시리즈와 버텍스 460 시리즈 사이에 위치하는 라인업을 형성하고 있다(자료=AMD)

 

AMD에 따르면 라데온 R7 시리즈 SSD는 라인업상으로 OCZ의 ‘벡터 150’시리즈와 ‘버텍스 460’ 시리즈의 사이에 위치한다. 기본 제원으로는 도시바의 19nm 공정 MLC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인디링스 베어풋 3 M00 컨트롤러를 탑재하고, 4년의 보증기간을 제공한다. 성능이나 가격 면에서 라데온 R7 시리즈 SSD를 프로급과 메인스트림급 사이에 포지셔닝된 퍼포먼스급으로 배치, 게이머군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AMD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프로와 일반 제품군으로 양분된 SSD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만들고자 했던 AMD의 의도와는 달리 라데온 R7 시리즈 SSD는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OCZ 벡터 150과 버텍스 460만 해도 컨트롤러와 미세한 속도 차이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소비자들이 크게 구분할 만한 요소는 5년과 3년의 보증기간 정도다.

 

실제로 현재 두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도 120GB 기준으로 각각 11만5000원대와 9만4000원대로 약 2만원 차이에 머물러 있다. AMD에 따르면 라데온 R7 시리즈의 가격은 120GB 기준 약 10만3000원대로 책정됐다. 보증기간도 두 제품 사이에 해당하는 4년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OCZ SS 벡터 150 시리즈와 버텍스 460 시리즈. AMD 라데온 R7 시리즈 SSD는 가격도 두 제품 사이에서 책정됐다(사진= 다나와)

 

더구나 최근 일반 소비자용 120GB 용량 SSD의 가격이 7만원대 전후로까지 떨어졌음을 고려하면, 라데온 R7 시리즈 SSD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 보인다. 라데온 R7 시리즈 SSD의 10만원 초반대 가격은 다른 브랜드의 프로 제품군과 비교할 만한 가격이다. 그러나 프로 제품군과 경쟁하기에 라데온 R7 시리즈 SSD는 이미 OCZ 벡터 150의 하위 제품군으로 분류된다. AMD는 이를 게이밍이라고 칭했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준프로’라는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AMD는 라데온 R7 시리즈 SSD가 단순 OCZ OEM 제품이 아니라, AMD만의 펌웨어와 최적화를 거쳐 성능과 안정성이 더 높다고 강조한다. 제품은 OCZ가 만들지만, AMD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AMD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된 제품이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AMD는 CPU와 APU, 그래픽카드, 메모리, SSD에 이르는 게이밍 포트폴리오를 확대함으로써 게이밍 PC를 위한 원스톱 전략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AMD 메모리는 현재 국내 정식 출시 2년여 만에 단종된 상태다. OEM에 의존하고 있는 라데온 R7 시리즈 SSD도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도 없다.

 

특히 국내 SSD 시장은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강한 탓에 나머지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라데온 R7 시리즈 SSD가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AMD 특유의 이미지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가격 변동에 따라서는 저가형 SSD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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