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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업그레이드, ‘기계식 키보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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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PC 사용자들은 CPU나 그래픽카드와 같이 성능에 직결되는 부품들에는 관심이 높은 반면 주변기기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면 PC를 전문적으로 다루거나 상대적으로 하루 중 PC 사용의 비중이 큰 경우 손에 직접 닿는 주변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것이 키보드다. 키보드는 가장 대표적인 PC 입력장치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PC를 사면 덤으로 주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이런 흐름은 저렴한 가격에 양산 가능한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가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키를 누르면 키캡에 달린 스위치가 기판 아래 고무 재질의 러버돔을 누르게 되고, 러버돔이 PCB 회로판의 접점에 닿으면서 해당 키의 입력신호가 전달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멤브레인 키보드 이전에는 개별 키 하나하나에 스프링이 내장된 축이 적용되는 기계식 키보드의 시대였다. 제작이 까다롭고 부품가격이 비싸다는 단점 때문에 멤브레인 키보드의 등장 이후 급격하게 사라질 운명에 처했으나, 최근 수년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급격히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 기계식 키보드

 

기계식 키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소위 말하는 ‘키감’이 좋다는 점이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러버돔이 확실하게 회로판에 닿을 때까지 꾹 눌러야만 인식되지만, 기계식 키보드는 종류에 따라 멤브레인의 절반 수준의 힘으로도 타이핑이 가능하다. 아울러 개별 키마다 축이 적용돼 있기 때문에 고장 발생 시 해당 키의 스위치만 교체할 수 있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기계식 키보드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게이밍 시장을 중심으로 확고한 사용자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e-스포츠 특성상 작은 차이가 승부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계식 키보드가 고성능 키보드라는 인식을 확보하면서부터다. 게이밍 키보드를 표방하는 제품들이 모두 기계식인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게이밍 키보드=기계식 키보드라는 식으로 활발하게 마케팅이 이뤄져왔다.

 

기계식 키보드의 종류는 어떤 축을 탑재하고 있는지에 따라 나뉜다. 대표적인 축 제조사는 독일의 체리사로, 국내에 유통되는 기계식 키보드의 대다수는 바로 이 체리 MX 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체리축은 키의 특성에 따라 색상으로 분류된다. 청축(블루), 갈축(브라운), 흑축(블랙) 등이 대표적인데 각각 키가 눌릴 때의 압력과 다시 복원되는 반발력, 클릭음 유무 등이 다르다. 최근에는 적축(레드), 백축(화이트) 등 더욱 다양한 축으로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체리 MX 적축, 갈축, 청축 흑축의 모습. 색상으로 쉽게 구별 가능하다

 

청축은 기계식 키보드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키를 누를 때마다 특유의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입력 반응을 손가락으로 바로 느낄 수 있어 타이핑이 많은 사용자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타자기처럼 지나치게 큰 소리에 민감한 사용자나 공공장소에서는 부적합하다.

 

갈축은 반대로 소음이 적고 부드럽게 동작하는 점이 특징이다. 때문에 사무실과 같은 공간에서 많은 타이핑을 할 경우에 꼭 맞는 제품이다. 압력도 낮아 키를 꾹꾹 누르는 수고 없이 입력이 가능해 왼손이 바쁜 게이머들에게 인기가 많다. 키를 누르는 느낌에 있어 청축과 대비된다는 점에서 청축과 함께 입문용으로 많이 추천되는 제품이다.

 

1984년에 등장한 흑축은 체리축 중 가장 선배격이라 할 수 있다. 키를 누르기 위한 요구압력이 높고, 반발력 또한 높아 호불호가 강한 편이다. 단시간에 빠른 타이핑을 하는 일명 ‘구름타법’에 용이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장시간 사용 시 높은 키압으로 손가락이 불편하다는 평도 많다. 그러나 흑축의 높은 반발력은 리듬액션 게임과 같이 반복적인 키 입력이 많은 경우에 적합하다.

 

적축은 가장 최근인 2008년에 등장했는데, 최근 사용자들의 수요가 높다. 흑축보다 키압을 대폭 낮춰 갈축과 비슷한 특성을 보이지만, 갈축이 키를 누를 때 사각거리는 느낌이 나는 반면 적축은 거의 누르는 느낌이 없는 편이다. 아울러 LED를 탑재해 화려한 시각 효과를 자랑하는 제품들의 경우 적축을 탑재하는 비중이 높다.

 

어느 축을 탑재한 기계식 키보드가 더 좋은지는 철저하게 개인 취향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이 있다면 다양한 제품들을 구비해놓고 있는 오프라인 전문 매장에서 직접 타이핑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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