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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게임중독법 속내보기 ② 청소년 수면방해 '진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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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게임을 술과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4대중독법에 대한 논란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이 왜 나왔으며, 어디를 뿌리로 두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자세히 거론된 적이 없습니다. 이에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와 4대중독법의 정체를 집중적으로 파헤쳐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게임 규제의 근원을 파고든 1편에 이은 이번 편은 셧다운제의 입법 근거인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이 과연 어디서 비롯됐는가를 추적해 들어가는 것입니다. 셧다운제 입법, 그리고 입법을 위한 논리 마련은 사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오래 전부터 준비되고 있었다가 핵심이죠.

 

이번 기고는 총 4편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기사는 격주로 업데이트 됩니다.

 

 

▲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관련기사]

[기고] 게임중독법 속내보기 ① 규제 뿌리는 하나였다

 

지난 2010년 셧다운을 주장하는 분들이 강력하게 부르짖던 것이 바로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아이들이 게임을 하느라고 밤에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당시 게임업계로서는 생소했던 ‘청소년 수면권 확보 논리’의 뿌리는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거론되고 있었습니다.

 

2004년 10월 20일 자 목회자 신문에 실린 기사에서 그 첫 단서를 찾았습니다.

 

“청소년들의 수면권 확보를 위해 심야의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도’ 도입이 제기되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주최하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청소년마을이 공동 주관하여 19일 오후 3시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청소년의 수면권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 포럼이 개최되었다.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방과 후 학습(학원, 교육방송)이 45.0%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으로 컴퓨터 게임이 25.3%, 과도한 학교수업(시간 외 수업)이 24.8%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사를 보면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한국청소년마을’이 논리를 수립하는 주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이들이 잠을 못 자게 하는 원인으로 컴퓨터 게임보다는 학업(방과 후 학습 + 과도한 학교 수업)이 더 많이 지목되었다는 것입니다. 각각을 따로 떼어서 봐도 방과 후 학습이 청소년의 수면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나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결국, 공부하느라고 잠을 못 자는 것은 괜찮은 것이고 게임은 공부하는 시간을 뺏으니 나쁘다는 해석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주장을 토대로 셧다운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완벽해졌습니다. 셧다운을 주장하는 곳은 YMCA, YWCA, 흥사단 등 청소년단체를 주축으로 하는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 8월 김재경 의원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내면서 본격적인 셧다운제 입법의 물꼬가 터집니다.

 

그런데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게임을 셧다운 해야 한다’는 주장은 2004년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04년은 말하자면 ‘셧다운제 주장’에 일종의 기름이 부어진 해였죠. 사실 처음 게임 셧다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은 현재 아이건강국민연대의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 10월에 열린 게임중독법 공청회에서 법안을 강력하게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힌 김민선 씨였습니다.

 

김민선 씨는 1998년부터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셧다운제를 처음 주장했다고 밝혀온 전례가 있습니다. 1998년 ‘학부모정보감시단’을 시작으로 ‘안전한 온라인을 위한 네트워크’를 거쳐 ‘아이건강국민연대’로 이어지면서 ‘게임규제론’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하는 분이지요.

 

또한, 게임규제론을 내세우고 있는 놀이미디어센터 권장희 소장과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은 1999년 공연윤리심의위원회와 2003년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원 중 NGO 추천 인물로 자리를 배정받은 것이었죠. 이 자리를 배정한 곳은 역시 종교단체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게임 규제의 주장들은 계속 이어져서 피로도 시스템이니, 셧다운제니, 캐시 충전내용과 플레이 시간 기록을 부모나 담임선생에게 알려야 한다느니, 게임의 중독성을 수치화해서 게임에 표기해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들이 계속 나오게 되었고 오늘날 신의진법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신의진 의원과 그 표면에서 활동하는 권장희 소장, 김민선 사무국장은 게임중독법,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게임을 규제하는 법이 아니라고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지만, 저분들의 역사와 활동을 돌아보면 이 법이 규제로 연결되는 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정리하자면, 종교 단체의 게임에 대한 증오와 학부모들의 게임에 대한 공포, 국회의원들의 표심을 좇는 경향이 뭉쳐서 게임규제론이라고 하는 커다란 흐름을 만들었고 여기에 이번에 정신과 의사 단체가 가세를 한 것이 현재 ‘게임중독법’의 형국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1994년 하이텔 ‘게임제작동호회(게제동)’ 활동
 1996년 아마추어 개발
 1999년 MMORPG <아타나시아>를 시작으로 전업 개발자
 2000년 KGDA(한국게임개발자협회) 설립 발기인
 2004~2012년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컴퓨터게임과 외래교수

 이메일: zondug.kim@gamedevguild.kr, 트위터: @gdguildof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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