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기고] 게임중독법 속내보기 ① 규제 뿌리는 하나였다

/ 1

편집자 주 - 게임을 술과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4대중독법에 대한 논란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이 왜 나왔으며, 어디를 뿌리로 두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자세히 거론된 적이 없습니다. 이에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와 4대중독법의 정체를 집중적으로 파헤쳐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시리즈로 진행될 이번 기고의 1편은 4대중독법, 셧다운제 등 게임 규제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추적하고,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입니다. 김종득 대표의 4대중독법 파헤치기의 시작이라 할 수 있죠. 이번 기고는 총 4편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기사는 격주로 업데이트 됩니다.

 

 

▲ 지난 10월 31일에 열린 4대중독법 공청회에 참석한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12월 10일을 끝으로, 게임업계를 들었다 놓은 ‘게임 중독법’이 다음 회기까지는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2월 11일부터 바로 임시국회를 진행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참 골 아픈 일입니다.

 

게임 중독법은 표면상으로는 ‘어떤 중독에 대해서 국가의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신의진 의원도 그런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한 바 있습니다. 사실 심각한 중독자들에 대해서 국가 차원의 통합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많은 공감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법의 실상은 단지 중독 예방, 치유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게임업계는 2011년, 수년간 시달렸던 ‘셧다운제’의 국회 통과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셧다운제는 2005년 8월 17대 국회에서 김재경 의원이 처음 입법되었다가 폐기되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18대에 다시 입법 추진되었고, 무려 네 명의 의원이 비슷한 게임 규제안을 내놓으며 셧다운제가 결국 통과되고 맙니다.

 

▲ 셧다운제 법률안 4종 세부 내용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의원들이 냈던 법안 이름입니다. 김희정 의원의 법안 이름은 '정보통신서비스 중독의 예방과 해소에 관한 법률안'이었습니다, 한선교 의원의 법안 이름은 ‘인터넷중독의 예방과 해소에 관한 법률안'이고, 이성헌 의원은 '청소년의 인터넷게임중독 예방 . 해소에 관한 법률안', 최인기 의원은 '인터넷 중독의 예방과 해소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여기에 신의진 의원의 '중독 예방ㆍ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놓고 생각하면, 결국 ‘중독 예방과 해소(관리 및 치료)’라는 큰 개념에서 나온 유사한 법안들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 내용을 놓고 보면 ‘3년 또는 5년의 장기 계획을 세운다’, ‘(중독 예방을 위한) 위원회를 만든다’, ‘(게임 서비스를 이용 제한하는 등) 중독 예방을 위해 국가와 시책을 마련한다’라는 부분이 대동소이합니다. 어떤 법안에서는 게임을 ‘정보 통신 서비스’라고 하거나 ‘인터넷 서비스’라고 부르는 등, ‘인터넷 게임’이라 지칭하는 대상이 더 포괄적이냐 세부적이냐 차이가 있고, 규제 방법에도 게임을 차단하느냐, 결제를 차단하느냐, 국가의 인증을 받게 하느냐 등 차이가 있지만, 큰 골자는 다르지 않습니다.

 

‘게임 중독’이라는 걸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처음부터 8가지 항목으로 된 규제안을 누군가(혹은 어떤 단체)가 만들었고, 이에 따라서 어떤 의원은 A, B, C를, 어떤 의원은 B, C,D를, 또 어떤 의원은 A, B, E를 채택해 법안으로 만들었을 뿐이라는 의혹을 품게 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미 만들어진 매뉴얼에서 필요한 부분을 뽑아 비슷한 법안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손인춘 의원의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도 이 맥락에서 보면, A, B, C, D, E를 다루고 있을 뿐, 또 같은 맥락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게임개발자연대는 이 초안을 누가 만들었느냐에 집중하여 거슬러 올라가는 중입니다.

 

▲ 4대중독법과 손인춘 게임규제법 세부 내용

 

이렇게 생각하고 놓으면 신의진 의원의 법안은 이것들을 좀 더 포괄적으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했을 뿐,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말하자면, 이전의 법안들이 너무 세밀하고 꼼꼼해서 저항이 강하니 포괄적으로 일단 통과를 시켜놓고, 세부 항은 ‘이 법이 통과되었으니 게임 규제를 할 명분이 있다’며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이 규제 초안을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느냐 하는 것인데요, 저희도 열심히 조사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 그냥 중독 관리를 하자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알고 보니 유래와 역사가 있는 법안이네요.

 

어쩌면 우리는 진짜 최종 보스몹을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1994년 하이텔 ‘게임제작동호회(게제동)’ 활동
 1996년 아마추어 개발
 1999년 MMORPG <아타나시아>를 시작으로 전업 개발자
 2000년 KGDA(한국게임개발자협회) 설립 발기인
 2004~2012년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컴퓨터게임과 외래교수

 이메일: zondug.kim@gamedevguild.kr, 트위터: @gdguildofkorea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