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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와 엔비디아 차세대 그래픽 전쟁, 1라운드는 엔비디아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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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장군을 부르자, AMD가 멍군을 부른 격이다.

 

엔비디아는 올 상반기, 기존 GPU 라인업을 대체할 지포스(FeForce) 700 시리즈를 발표했다. 아직 전 라인업이 모두 갖춰진 것은 아니지만, 퍼포먼스 레벨인 GTX 760 이상의 라인업은 이미 완성됐다.

 

그러자 AMD는 차세대 GPU 전 라인업을 한 번에 발표하는 초강수로 맞대응했다. 최근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AMD로서는 강력한 성능을 가진 차세대 GPU 라인업을 동시에 시장에 투입함으로써 순식간에 시장을 역전시킬 결정적인 기회를 맞은 것이다.

 

엔비디아는 가을 이전에는 보급형 라인업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는 AMD가 이같이 한방(?)에 전 라인업을 들고 나올 거라 생각하지 못한 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성능 충만(?) AMD! 이제 분출할 일만 남았다?

 

지난 26일(한국시각) AMD는 차기 GPU의 존재를 마침내 세상에 공개했다. 최상위 모델인 R9 290 시리즈의 코드명이 하와이(Hawaii)였기 때문일까? AMD는 신제품의 공개 장소로 하와이를 선택했다.

 

AMD는 최근 자신들의 GPU 개발코드로 화산섬의 이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라인업은 최상위 모델인 290 시리즈의 하와이, 280 시리즈인 타히티(Tahiti), 270 시리즈에 큐라소(Curacao), 260 시리즈에 보네르(Bonaire), 250 시리즈에 올랜드(Oland)의 이름을 붙였다.

 

▲ AMD RADEON R9 290X <이미지: AMD>

 

특히, 최상위 모델인 라데온(RADEON) R9 290X는 성능이 무려 5테라플롭스(TFLOPS)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상대방인 엔비디아 최상위 모델인 GTX 780을 넘어서는 성능. 업계는 그간 절치부심해온 AMD가 마침내 엔비디아에 한방(?)을 먹일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하는 분위기다. 뜨겁게 끓어오른 화산들이 이제 폭발할 일만 남은 느낌이랄까?

 

 

■ 제품은 AMD가 발표하고, 시선은 엔비디아가 붙들고

 

그러나 AMD의 이 같은 대규모 라인업 발표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예상 외로 조용하기만 했다. 일부 마니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MD의 신형 GPU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수준이었으나, 그래픽카드 시장을 일거에 뒤집을 유망주의 등장에 예상 외로 시장과 미디어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바로 이날. 엔비디아는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토종 브랜드 ‘이엠텍’의 1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엠텍의 관계자뿐 아니라 엔비디아 코리아 이용덕 지사장 등 주요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엠텍은 AMD에게도, 엔비디아에게도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양측 라인업을 모두 가졌을 뿐 아니라,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 AMD 계열에서는 소비자들의 가장 높은 신뢰와 인정을 받는 절대 강자, 사파이어가 이엠텍의 수중에 있다.

 

어쩌면 엔비디아가 이엠텍의 10주년을 별도의 행사까지 마련해가며 의미를 부여한 데에는 이엠텍과 엔비디아의 끈끈한 신뢰를 과시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10주년을 기념하는 것과 더불어 더욱 커다란 의미들이 부여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이엠텍 10주년 행사 <이미지: 이엠텍>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의 1인자가 10주년 기념식을 거행한다는 데 IT미디어가 빠질 수 없는 일. 이 자리에는 이름만 들어도 마니아들이 끄덕거릴 주요 IT 미디어 대부분이 참석했다. AMD가 신형 GPU를 호기롭게 발표한 바로 그날, 국내 IT미디어의 기자들은 엔비디아와 함께 있던 셈이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엠텍의 10주년 기념행사와 PC 시장에 떡 돌리기 이벤트 등은 이보다 한 주 앞서 모두 끝난 상태였다. 더구나 엔비디아와 이엠텍의 10주년 기념행사를 정작 기자들조차 하루 전에야 통보받았을 만큼 이날 행사는 전격적으로 치러졌다.

 

 

■ AMD는 뭐 한거니?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AMD가 야심차게 준비한 차기 라인업이 발표된 바로 그날. 주요 IT 미디어의 기자들이 엔비디아와 함께하고 있었고,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의 압도적 1위 기업 이엠텍 역시 엔비디아와 함께하고 있었다는 점은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내기 충분한 상황 설정이다.

 

AMD는 무엇을 한 것일까? AMD는 그날, 26일에 새로운 GPU를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하나 보냈을 뿐이다.

 

AMD는 국내에서도 새로운 라인업을 발표하는 별도의 행사를 치를 계획이다. 어쩌면 이 GPU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26일, AMD가 보도자료 하나로 모든 걸 마감했던 이유 역시 국내 행사를 염두에 둔 계획적인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지만, AMD의 신형 GPU가 세상에 나온 26일, 이를 알려야 할 많은 기자들은 엔비디아와 축배를 들고 있었다.

 

어쨌든, 그래픽 시장을 움직이는 양사는 의도였든 아니면 의도치 않았든 지난 26일 이엠텍이라는 변수를 두고 한 번 만난 셈이다. 그리고 아무리 보아도 이번 한수는 엔비디아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일까? 엔비디아가 말한 가을은 다가왔고, AMD는 오는 7일 국내에서 대규모 행사를 갖고, 차기 GPU 라인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국환 기자 sadcafe@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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