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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게임 개발자 300명과 함께 점심 만찬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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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런히 세팅된 테이블이 여성 개발자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게임 회사에 여자가 없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 말입니다. 여성 개발자가 늘어나면서 요즘 미국 게임 업계는 ‘여성’을 주제로 한 행사를 많이 열고 있는데요, 그 중 게임 업계에 기여한 여성 인사들을 치하하는 점심 만찬에 다녀왔습니다.

GDC 2013 개최 4일차인 3월 28일(목),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산업 속의 여성들(Women In Gaming)’라는 주제의 모임을 포시즌 호텔에서 주최했습니다. 이 행사는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의 권리 증진과 교류를 위해 마련된 행사로, 지난 2010년 시작해서 올해 4회째를 맞았습니다.

신선한 샐러드와 프렌치 스타일의 요리로 구성된 점심식사를 동반한 이 행사에는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과 같이 업계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여성 인사들이 주요 패널로 참여했으며, 그 외 약 300명의 여성 개발자들이 참석했습니다.


▲ 만찬이 열린 포시즌 호텔. 친절하게 벌써부터 문을 열어주고 계시네요


▲ 모두들 편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포시즌 호텔은 샌프란시스코 번화가 중심에 있는 굉장히 크고 호화로운 호텔이어서, 딱딱하고 격식 차린 행사일 것 같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참석한 사람들을 보니 모두 편안한 복장이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주최측이 명찰을 나눠주지 않고 참석자들이 직접 이름표를 만들 수 있도록 테이블에 갖가지 재료들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유치원에서 사용할 듯한 알록달록한 스티커와 사인펜이 다였지만 여성 개발자들은 특유의 재주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이름표를 완성했습니다. 또, 서로 스티커를 붙여주기도 하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니, 파티 문화가 익숙한 나라라 이런 행사가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유치원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깜찍한 준비물들이!


▲ 카메라를 들이대자 여성 개발자들은 해맑게 웃어 주었습니다


▲ 저도 여성 게임 산업 종사자로서 직접 만들어 보았습니다. 귀엽죠?

참여 등록을 마치고 행사장 안을 둘러보니 행사 직전에 세션을 진행했던 제인 맥고니걸이 리허설을 마치고 쉬고 있었습니다. 게임의 긍정적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는 개발자이자 같은 여성 게임업계 종사자로써 참 좋아했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연예인 본 것처럼 신기했습니다. 

유일하게 참석한 한국 매체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다가가 최근의 행보에 대한 의견과 격려 차원에서 말을 걸고 사진도 함께 찍었습니다. 물론 사명감보다는 팬으로서의 마음이 조금 더 컸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여성 관련 행사에 관심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인 맥고니걸은 실물이 훨씬 예쁘더군요.


▲ 신발이 꼭 나오게 찍어 달라던 제인 맥고니걸. 여성 감성입니다


▲ 사진도 함께 찍었습니다. 기자 얼굴은..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30분 정도의 사교 시간이 지난 후 식사와 함께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모두들 자유롭게 음식을 먹으며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중 ‘페미니스트 프리퀀시’ 제작자인 아니타 시키시안도 발견했습니다. 제인 맥고니걸부터 아니타 시키시안까지, 최근에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여성 인사들은 다 참여한 것 같더군요. 


▲ 어느새 여성 개발자들로 꽉 찬 만찬 장소


▲ 이름표 만들기에 집중한 사람도 있고,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 금남의 구역 같지만, 간혹 가다 남자 개발자도 보이더군요


▲ 음식도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맛있겠죠?

그래서 그런지 매체 기자들은 8명이 전부였습니다. 꽤 큰 행사고 유명한 인사들이 참가하는데 왜 이렇게 이슈가 되지 않는가 했더니, 행사 참가자 모집을 시작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일찍 신청을 하지 못한 매체는 참석이 불가능한 정말 여성 게임 개발자만을 위한 행사였습니다. 기자들은 특히 외국계가 많아 최근 미국 게임 업계가 여성 권리 관련 운동에 보이는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와 인도, 영국 등 그 국적도 다양해 ‘여성’이라는 테마가 가지는 영향력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 이 많은 테이블 중 기자 테이블은 단 하나, 나머지는 모두 여성 개발자들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시상식 전에 진행된 패널들의 토론은 가벼운 토크쇼처럼 진행되었습니다. 참가한 패널들 모두 기본적으로 10년 가까이(혹은 그 이상) 게임 업계에 종사해 온 사람들이라, 베테랑의 기운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20년 이상 업계에 종사한 콜린 맥클린(Colleen Mcklein)은 “게임 업계에서 여성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업계에서 경험을 해야 한다. 남자들이 가득한 업계가 쉽지는 않겠지만 몇 년 후의 열매를 생각하면 분명 가치가 있는 일이다”면서 후배들을 북돋아 주는 멘트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 패널들을 차례차례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경험을 나누던 패널들

패널들의 짧은 토론이 끝나고 금년의 여성 개발자를 치하하는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됐습니다. 떠오르는 스타, 혁신자, 업적 성취, 대사로서의 활동 총 네 가지 부문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사람들에게 상이 수여됐는데요, 다들 꽤나 긴장된 표정으로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호명된 떠오르는 스타 상을 수상한 하이디 맥도날드(Heidi McDonald)는 ‘매스 이펙트’시리즈의 독특한 NPC로맨스를 작성한 개발자로, 커다란 깃털이 달린 모자와 고딕펑크 분위기가 느껴지는 메이크업으로 좌중을 사로잡았죠. 게다가 비슷한 패션 스타일로 꾸민 남편과 함께 등장해 다정한 모습을 과시했습니다. 부러웠냐구요? 아닙니다,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이건 땀이지 눈물이 아닙니다.




▲ 힘든 순간에 가장 큰 힘이 된 사람으로 남편을 꼽은 하이디 맥도날드. 부..부럽지 않습니다!

뒤이어 미디어 아티스트로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린 헤더 켈리(Heather Kelley)는 혁신자 상을, 오랫동안 게임 업계에 종사하다 최근 개발사 루트 드롭을 설립한 브렌다 로메로(Brenda Romero)는 일생에 걸친 업적 성취 상을 수상했습니다. 두 사람 다 굉장히 감격한 표정이었는데, 헤더 켈리는 매우 기쁜 나머지 어떤 코멘트도 없이 자리로 돌아간 반면 브렌다 로메로는 꽤 긴 수상 소감을 남기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 상을 받고 한 마디 없이 바람처럼 사라진 헤더 켈리. 사회자가 당황하더군요




▲ 브렌다 로메로는 진심으로 감격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게임 업계의 성장을 위해 그 가능성과 긍정적 면을 널리 알린 대사 부문의 상을 수여한 사람은 모두 예상하셨다시피 제인 맥고니걸입니다. 그는 상을 받고서 정말 자신이 상을 받을 줄 몰랐다는 겸손한 모습과 함께,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 노력은 반드시 결실을 맺는군요! 앞으로도 여성을 위해 도전할 것을 약속한 제인 맥고니걸

이번 행사는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을 다루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중심에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즐거운 축제처럼 진행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성 인사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미국 게임업계도 그런 움직임을 인지했는지 차례로 이런 행사들을 지원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흐름이 한국의 게임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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