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저장장치 업체 씨게이트가 한국에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디자인 센터를 설립했다. 미국에 2곳, 싱가폴 1곳에 이어 설립한 4번째 디자인센터다. 씨게이트 한국 디자인센터는 씨게이트 스티븐 루조 회장이 1997년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이래 처음으로 설립됐다. 그만큼 씨게이트가 해외에 디자인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드물었다.
▲ 씨게이트 한국 디자인센터
스토리지 수요 증가, 모바일용 HDD에 집중
최근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스토리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50%씩 증가하고 있는 스토리지 양에 비해 씨게이트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양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씨게이트는 이러한 수요를 제대로 따라가기 위해선 R&D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낸드플래시의 기술 발전도 디자인센터 건립에 한몫했다. 태블릿, 서버 등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다양한 종류의 디바이스가 등장하면서 플래시 기반 기기에 어울리는 스토리지를 더 공급해야할 상황이다. 씨게이트는 실리콘과 회전디스크 기술 사이에 필요한 것을 상호 보완하며,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에 한국에 디자인센터를 설립한 것이다.한국내 디자인센터는 모바일 시장 확대에 맞춰 관련 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최근 노트북이 데스크톱을 대신할 정도로 노트북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작은 크기의 2.5인치 HDD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씨게이트 디자인센터는 태블릿, 탭북 등 작은 폼팩터의 스토리지(2.5인치 HDD)에 넣을 수 있는 제품은 물론이고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활용해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더한 신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씨게이트 디자인센터, 왜 한국에 설립했나
삼성전자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사업을 인수한 씨게이트는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한국에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삼성전자에서 씨게이트로 넘어
온 250여명의 인력이 일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전략을 바로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센터 건립에 영향을 미쳤다. 씨게이트 경영진과 이사회가
한국에 신규 디자인센터를 개관하는 것을 동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같은
판단에는 2년 전 삼성전자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얻은 경험과 신뢰가 영향을 미쳤다. 씨게이트는 헤드와 디스크 설계,
제작까지 모두 다 총괄하는 형태로 조직이 이뤄져 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다양한
컴포넌트 사업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서로 다른 조직을 통합하는데 일정 기간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씨게이트는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헤드와 디스크를 제조하는 기업들과 어떻게 조율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지 배웠다. 생산, 디자인을 포함한 제조철학에서도 배운 것이 많았다. 삼성의 경영철학을 높이 평가한 씨게이트 회장은 CEO 재직 중 4~5건의 파트너십 체결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며 한국이 디자인센터 최적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씨게이트는 모바일과 클라우드에 관한 기술 역량이 중요하다고 판단, 싱가폴과 한국 디자인센터에 각각 클라우드와 모바일 연구분야를 둬 시장 흐름에 대처하고 있다.
정소라 기자 ssora7@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