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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이거 오타 아니야? 은근슬쩍 정식 명칭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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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사람이라면, 오타를 낼 수 있다. 실수건, 몰랐건, 에러건 간에, 오타는 부지불식간에 발생하곤 한다. 전문 작가도, 기자도, 직장인도, 학생도, 게임 개발자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나 오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두 번 세 번 탈고와 검수를 거쳐도 어디선가 뿅 하고 튀어나오는 것이 바로 오타다.

실제 게임에서도 수많은 오타들이 발견된다. 그렇게 지적된 오타는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하거나, 다음엔 고쳐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타의 스케일이 너무 크거나 발견 시점이 늦어버리면, 나중에 다시 고치기도 어려워진다. 오늘은 분명 오타였는데 이를 그대로 안고 가며 은근슬쩍 정식 명칭이 된 사례들을 한데 모았다.

TOP 5. 타수진, 타츠진(TATSUJIN)에서 T 하나가 빠졌네

첫 타자는 과거 [순정남] 잘못 알려진 게임 제목 코너에서도 한 차례 소개한 적 있는 에피소드를 다시 한 번 가볍게 재탕하겠다. 바로 고전 비행슈팅게임 ‘타수진(TASUJIN)’이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오락실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 중 하나로 손꼽혔던 비행슈팅게임으로, 위의 제목은 국내 정식 명칭이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수진이라고 하니 뭔가 배수진 비슷한 한자어 같기도 해서 다들 거부감 없이 불렀다.

그러나, 정식 명칭은 일본어로 달인을 뜻하는 ‘타츠진(TATSUJIN)’이다. 삼성전자 측에서 이 게임 메가드라이브판을 국내에 발매하면서 제목에서 T 하나를 빼먹은 것. 이 사건이 단순한 실수인지, 타츠진이라는 발음에서 왜색을 빼고자 한 것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아무튼 타츠진은 국내에서만 타수진이 됐고, 하필이면 인기를 끌어버려서 이후로도 종종 타수진으로 불렸다. 실제로 모비릭스가 구글 플레이에 출시한 이식작 역시 제목이 '타수진 클래식'이니까.

타수진이라는 이름이 훨씬 범용적으로 쓰이다 보니, 이런 게임명도 나왔다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
▲ 타수진이라는 이름이 훨씬 범용적으로 쓰이다 보니, 이런 게임명도 나왔다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

TOP 4. Necrom'a'ncer, 사성검 네크로'멘'서

시체와 언데드를 소환하여 조종하는 마법사 네크로맨서(Necromancer). 영문 표기를 보면 알겠지만 '맨'서로 읽는 것이 맞다. Lacner를 랜서로, Dancer를 댄서로 읽는 것과 동일하다. 그러나 앞의 '네' 때문일까, 많은 이들이 '네크로멘서'로 표기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실제로 간혹 신작 게임의 직업명에 네크로'멘'서가 적혀 있다가, 나중에 은근슬쩍 수정되는 경우도 보인다.

다만, 직업명이나 게임 내 표기처럼 쉽게 바꿀 수 없는 경우는 그대로 공식 명칭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사례가 바로 '사성검 네크로멘서'다. 원작은 1988년 PC엔진으로 출시된 고전게임인데, 2010년 SIEK(당시 SCEK)에서 국내 정발을 위해 심의를 받았다. 여기서 게임명을 사성검 네크로'멘'서로 등록함에 따라 국내판 정식 명칭은 '맨'이 아닌 '멘'이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이 게임에 한해서는 '네크로멘서'가 옳은 표기다.

사실 네크로'멘'서도 어울리긴 한다 (자료출처: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
▲ 사실 네크로'멘'서도 어울리긴 한다 (자료출처: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

TOP 3. 정체불명의 단어, 일기토

게이머 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단어 일기토. 냉병기 시절 전쟁에서 병사는 빼고 장수끼리 1 대 1로 무력을 겨루는 기마전을 뜻하는 단어다. 삼국지 게임에서 유래한 단어로, 실제 삼국지연의 내에서도 수많은 장수 간 대결이 벌어졌기에 이 단어를 처음 접한 이들은 '중국식 한자어인가보다'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이 단어는 사실 오역을 넘어 오타에 가깝다. 일본어 원문은 '잇키우치(一騎討ち)'인데, 여기서 치(ち)를 빼고 나머지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은 단어다. 즉, 일본에도 중국에도 한국에도 없는 오표기인 셈이다.

이 단어를 창조해내고 퍼뜨린 삼국지 시리즈는 차츰 일기토라는 단어 대신 '단기접전'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이미 일기토라는 단어가 널리 퍼져버리며 아예 게임 제목에 이를 쓰는 경우까지 종종 보인다. 과거 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이 피처폰 시절 낸 '삼국쟁패 일기토'는 2편까지 나왔으며, 넥슨에서도 과거 '삼국지 무한대전 리턴즈-일기토'라는 게임을 낸 적이 있다. 사실 게임을 넘어 만화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도 종종 만나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으니, 이쯤 되면 오타를 넘어 신조어로 자리잡은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아예 일기토가 제목에 쓰인 게임도 많다 (사진제공: 게임펍)
▲ 아예 일기토가 제목에 쓰인 게임도 많다 (사진제공: 게임펍)

TOP 2. 프로게이머 닉네임들

프로게이머 닉네임에서도 간혹 오타를 찾아볼 수 있다. 어린 시절 계정을 만들며 제대로 된 스펠링을 몰랐거나, 키보드를 잘못 눌렀거나, 동일 닉네임 제한이 있는 경우 짓고 싶은 이름을 누가 이미 차지해버려 다른 닉네임을 찾다가 만들어진 결과물을 프로 무대에서 그대로 쓰는 경우다. 잘 알려진 사례가 젠지 '리헨즈' 손시우다. 그의 닉네임은 영어로 'Lehends'인데, 원래 'Legends'를 치려던 동생이 g를 h로 잘못 눌러 리헨즈가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체코 국적 LEC 프로게이머 'Carzzy' 마티아슈 오르샤크 역시 'Crazy'를 입력하다 오타가 난 닉네임이며, '더샤이' 강승록 역시 The sky를 치려다 오타를 내서 The shy가 됐다는 설이 있다. 이런 닉네임은 오타에서 비롯됐다 보니 희귀하기도 하거니와, 그 주인인 선수가 실력을 발휘할수록 점차 오리지널리티를 가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들여 지은 이름보다도 멋지게 느껴진다.

사실 리헨즈는 고대 영어로 '다시 잡다'라는 뜻이 있다던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사실 리헨즈는 고대 영어로 '다시 잡다'라는 뜻이 있다던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1. 사무라이 쇼다운, 솔직히 철자 몰랐다에 한 표

스트리트 파이터 2와 용호의 권, 아랑전설 등을 필두로 대전격투 붐이 한창 일던 1993년, 본격적으로 무기를 사용하는 하드코어 액션을 추구한 사무라이 스피리츠가 등장했다. 이 게임의 해외판 이름은 '사무라이 쇼다운'으로, 쇼다운(Showdown)이라는 단어는 '마지막 결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패배 시 직접적으로 목숨을 잃는 진검승부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누가 봐도 한 눈에 게임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괜찮은 제목이었다.

그런데, 게임의 영어 표기를 자세히 보면 'Samurai Shodown'이다. 쇼다운 철자 중 w가 빠진 것이다. 이후 시리즈에서도 이 표기는 그대로 유지돼, 최신작 역시 이 표기를 그대로 쓰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앞의 사무라이(7글자)와 알파벳 수를 맞추려 일부러 조절했다', '쇼군 등에서 널리 쓰인 쇼Sho 자를 표현하려 했다' 등의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게임이 큰 기대 없이 빠르게 제작됐다는 점과, 게임 내 수많은 다른 오타(VICTOLY, FATARITY) 등을 고려하면 게임 제목을 잘못 썼다가 그냥 그대로 가기로 결정했다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30년이 지나 Shodown이라는 고유명사로 인정받고 있으니, '존버'의 승리라 해도 되겠다.

30년동안 당당하게 밀어붙이면 고유명사가 된다 (사진출처: 스팀)
▲ 30년동안 당당하게 밀어붙이면 고유명사가 된다 (사진출처: 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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