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지스타에서 P의 거짓 시연을 진행해봤던 기자는, 사실 P의 거짓이 첫 소울라이크 플레이였다. 섣불리 시도해보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는 우선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절로 겁이 난 것이 있으며, 스트리머나 인플루언서들이 게임을 진행하다 흔히 ‘샷건’이라 말하는 책상치기를 연발하며 몇 시간, 몇 십 시간을 한 보스에 집중하는 모습을 봐 왔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저런 게임은 내가 할 게임이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 기자에게 다시 한 번 소울라이크의 고난이 다가왔다. 지난 지스타의 악몽을 떠올리며 게임패드를 잡았는데, 실제로 플레이한 데모는 당시에 비해 더욱 합리적인 난이도를 보여줘 걱정만큼 어렵지 않았다. 특히 지난 체험에서 보여줬던 장점은 살리면서, 지나치게 악의적인 몹 배치는 상당히 정리해 이전 대비 적당한 매운맛을 가지고 있었다. 한층 개선된 P의 거짓 데모 버전은 어떤 모습인지 정리해보았다.
‘동화’를 기반으로 한 잔혹극, 선택의 중요성이 강해졌다
게임을 진행하며 느낀 것은, 지스타 시연 대비 게임이 상당히 깔끔해졌다는 것이다. 우선 길목에 배치된 불합리한, 흔히 ‘억까’라고 말한 배치가 많이 줄어들어 이동이 마냥 힘들지 않았다. 다만 여전한 것은 일반 몹조차 공격이 정직하지 않아 필드를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스토리 진행 방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디즈니의 각색버전 피노키오가 아닌, 카를로 콜로디의 원전에 충실하다. 특히 원전에 대한 이스터에그나 이를 묘하게 비튼 전개방식이 인상 깊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주요/서브 퀘스트 진행 중 등장하는 거짓말 선택 상황이었는데,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며 행하는 선택에 따라 엔딩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들려와 더욱 기대를 모았다.
스팀펑크를 떠올리게끔 하는 벨 에포크 풍 도시와, 이 분위기를 살려주는 BGM은 여타 소울라이크 장르들과의 차별점을 잡았다. 더욱 특히 제목과도 직결되는 ‘거짓말’에 대한 유도가 교묘한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다양한 곳에서 거짓말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주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타이머는 은근한 긴장감과 게임의 주제를 함께 전달해 더욱 흥미를 모았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키보드/마우스 최적화였다. 소울라이크 장르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는 바로 키마 최적화에 대한 불평이다. 아무래도 대다수 소울류 게임이 콘솔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P의 거짓은 패드와 비슷하게 키보드/마우스의 기본 설정 배치가 꽤 무난했다. 키 맵핑도 가능해 이전에 즐긴 소울류 게임 키 배치에 맞춰 조작을 바꿔둘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적응하기 쉬운 부분이 되어줄 것으로 보였다.
레벨링의 편리함과 조력자, 뉴비 위한 간접적 도움 충분
날과 손잡이의 조합은 지난 테스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번 데모 시점에서 가장 유용한 무기는 찌르는 형식으로 치고 빠질 수 있는 레이피어 손잡이에 대검날을 달아 가드와 퍼펙트 가드의 안정성으로 보완하며 공격력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날과 손잡이가 서로 다른 스탯을 담당하고, 모션은 손잡이가 담당하고 있어 이에 맞춰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무기를 조합해나가는 재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날과 손잡이가 각각 가진 ‘페이블 아츠’는 일종의 필살기와 같은 개념인데, 이를 잘 활용하면 보스의 그로기를 손쉽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것도 편리하게 느껴졌다.
또, 초반 보스를 공략함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신규 유저들을 위한 에르고 배치도 꽤 도움이 됐다. 에르고 P의 거짓에 쓰이는 재화 겸 레벨업의 수단인데, 이는 죽으면 바닥에 떨어지는 요소다. 이것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은 곳으로 가 직접 주워야 한다는 것인데, 보스전 중 사망해 페이블을 떨어트릴 경우 입구에서 곧바로 다시 주울 수 있어, 리트라이 전 레벨업이나 아이템 구매에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스 공략 난이도는 기존에 봤던 소울류 게임 보스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 번째 보스가 그 무엇보다 사악한 뉴비 절단기라는 것까지 기존 공식을 따랐다. 데모판에 등장한 첫 번째 보스 ‘축제 인도자’는 엇박 중심 패턴을 가지고 있어 퍼펙트 가드에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참고로 퍼펙트가드는 완벽하게 가드에 성공할 경우 체력은 닳지 않고 스태미너만 소모되는 스킬로, 빠르게 그로기 게이지를 끌어낼 수 있어 유용하다. 더해, 몸이 붉게 변하는 퓨리 어택을 퍼펙트가드로 쳐낼 경우 적의 무기가 부러지는 이펙트가 나오는 등,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재미를 손과 눈으로 모두 느낄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이를 연습할 수 있도록 첫 번째 보스 입장문 앞에 인형을 세워둬 시작 전 퍼펙트가드를 연습할 수 있게끔 돕는다는 것이다. 조금만 연습해도 대충 퍼펙트 가드의 타이밍을 알아챌 수 있어, 한 차례 연습을 하고 난 뒤에는 보스를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퍼펙트 가드나 가드의 효용성에 비해 회피가 가진 메리트가 적다는 부분으로, 이에 대한 보완이 조금 이루어질 필요는 있어 보였다.
첫 번째 보스를 끝내고 난 뒤 다음 보스에 입장하기 전에는 ‘조력자’를 소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뉴비인 기자는 패턴을 익히기 위해 조력자를 소환해 들어갔다. 조력자가 생각보다 강하고, 보스의 어그로 핑퐁도 다소 느린 탓에 패턴을 조금 보니 한 번만에 잡을 수 있었다. 이 때는 왠지 아쉬운 감정이 느껴졌는데, 이런 나 자신에게 놀랄 정도였다. 이 같은 초심자 유저들에게 유용한 기능들은 분명 순기능도 있기는 하나, 약간의 밸런스 패치나 보스의 AI 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최적화는 확실히, 시스템도 공고하다
미디어 쇼케이스 진행 당시 나온 질문에 따르면 GTX 960 그래픽카드에서도 원활하게 작동이 되었다 하니, 근래 출시된 게임 중 가장 뛰어난 최적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기자또한 P의 거짓이 자신있게 말하던 ‘최적화’가 궁금해 엔비디아 RTX 3070과 라데온 RX 570으로 플레이 했는데, 두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며 느낀 것은 그래픽 품질 차이였을 뿐 모두 프레임 드롭이나 버벅임 등이 없어 플레이 경험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P의 거짓 최지원 메인 디렉터는 “처음부터 최적화가 중요하다 생각해 방망이 깎듯 그저 계속해서 깎았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는 미디어 쇼케이스 현장에서 스팀덱 등 핸드헬드 기종 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확인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조금 아쉬운 점은 매번 레벨업이나 기능 강화를 할 때마다 일종의 화톳불과 같은 세이브포인트 ‘별바라기’가 아닌 크라트 호텔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다소 번거롭고, 전투의 흐름에 난입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다만 최 디렉터는 이에 대해 “이야기 전달에 있어 오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유도”라며, “순서에 맞춰 스토리 누락 없이 이야기에서 더 나은 전달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혀, 과연 크라트 호텔에서 벌어질 이야기가 무엇이길래 이 선택을 했을지 기대를 갖게끔 했다.
데모를 마무리하며 내린 결론은, 이 작품이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놀랍다는 것이었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만난 어려움은 장르가 가진 매력으로 다가왔으며, 뒤틀리면서도 우아한 배경과 이와 어우러지는 노래 등은 P의 거짓이 가진 19세기 유럽 배경에 더욱 몰입하게끔 했다.
쇼케이스 마무리에서 최 디렉터는 "정말 열심히 만들고 있다. 성공을 하고 인정을 받고 싶은 의지와 목표가 있어 어려움이 있어도 힘낼 수 있었다“고 말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해보기로 했다. 많은 플레이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지스타 데모 이후 거친 폴리싱을 통해 게임의 퀄리티를 현재 데모 수준으로 높인 만큼, 출시 3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더 많은 폴리싱과 피드백 수용을 통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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