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게임에서 알게 된 여성 3명에게 "뽀뽀를 하자", "X 만지고 싶다"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 성폭력처벌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구속된 적이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 여성 3명이 각 14세, 16세, 20세의 어린 나이였던 점 등을 고려해 가해 남성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명령도 부과했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게임 유저 중 23.5%가 게임 중 성희롱 또는 성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 유형은 쪽지나 문자 채팅 등과 같은 문자가 53.7%로 가장 많았습니다. 대응 방법으로는 '게임사에 신고한다'가 43.9%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한 번도 대응한 적이 없다'는 응답이 30.8%로 그 다음이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10대인 경우 61.1%가 '한 번도 대응한 적이 없다'고 답했는데요, 게임 중 성희롱 피해를 입고도 대응하지 않는 비중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처럼 게임을 하다가 성희롱 피해를 당했을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줄여서 통매음으로 형사고소할 수 있습니다. 통매음이란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명예훼손죄, 모욕죄와 달리 다른 사람에게 내용이 공개되는 공연성이 없어도,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법정형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러한 통매음으로 검거된 인원은 2012년 899명에서 2020년에 2,296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는데요, 최근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채팅을 많이 하는 게임에서 관련 사건이 발생하며 게이머 사이에서도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 채팅에서도 통매음으로 형사처벌된 경우가 있을까요. 이번에는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1. 게임 채팅에서 통매음으로 형사처벌된 사례
게임에서 성적인 내용으로 채팅해 통매음으로 형사처벌된 사례 몇 가지를 표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위 표에서 이수명령이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라는 명령입니다. 대부분 이수명령 40시간이 부과되지만, 경중에 따라 16시간, 20시간, 24시간, 80시간, 120시간도 있었습니다.
이어서 취업제한명령이란 일정 기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입니다. 특히 피해자가 만 18세 미만이고, 가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는 통매음뿐만 아니라 아동복지법 위반죄로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아동복지법에는 만 18세 미만인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하기 때문입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입니다. 위 표에서도 피해자가 만 18세 미만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형량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통매음으로 실형이 선고된 사례
통매음으로 실형이 선고되어 구속된 사례도 많은데요, 구속된 사례도 표로 정리했습니다.
위 표에서 공개·고지명령이란 가해자 신상정보를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에 일정 기간 공개하고, 가해자가 거주하는 지역 주민에게 가해자 신상정보를 우편 등으로 고지하라는 명령입니다.
3. 통매음과 명예훼손죄·모욕죄의 차이점
이번에는 게임 채팅에 관련한 사건 중 어떤 경우에 통매음이 성립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1 대 1 채팅, 쪽지로도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통매음과 명예훼손죄·모욕죄의 다른 부분입니다.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는 대화 당사자 외에 제 3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되기에 다른 사람이 없는 1 대 1 채팅에서는 성립되지 않지만, 통매음은 공연성이나 전파 가능성이 없어도 처벌 가능합니다.
실제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서 특정 상대에게 말을 전하는 귓속말로 성적인 메시지를 전송한 사건에서 통매음으로 처벌된 사례가 있고, 인스타그램 DM으로 성적인 메시지를 전송한 경우에도 처벌된 사례가 있습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처벌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경우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통매음은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처벌됩니다. 통매음은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나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통매음과 명예훼손죄·모욕죄의 차이점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통매음으로 처벌되는 표현의 수위
통매음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의 수위까지 해당하는 것일까요? 모든 성적인 농담이 다 처벌 대상이 되는지,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표현도 처벌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이러합니다.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은 피해자에게 단순한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의 유발 여부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함이 타당하고, 특히 성적 수치심의 경우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그 유발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기준에 의하더라도 통매음에 해당하는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구체적인 유죄에 관한 하급심 판례를 아래 표로 정리해봤습니다.
위 하급심 판례의 유, 무죄 사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유죄 판결례를 보면 법원은 직접적인 성적 표현이 아니더라도, 성적인 행위를 암시하는 표현까지 처벌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 대 1 채팅도,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된다
지금까지 통매음 처벌 사례와 요건, 처벌되는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을 살펴봤습니다. 골자만 간추려 다시 살펴보면 통매음은 징역 2년 이하 혹은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처할 수 있는 범죄이며,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와 달리 다른 사람에게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1 대 1 채팅이나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아울러 법원에서 소송 과정에서 채팅 내용은 물론 문제로 지적된 채팅이 오고간 전후 상황과 대화 맥락을 함께 살펴보며 통매음 여부를 가리며, 표현 수위가 사회 통념상 성적인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줄 정도인지 살펴보며 각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게임 내 성희롱, 성차별에 대해 피해자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비중이 높았다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결과를 살펴봤는데요, 실제로 게임을 하다가 채팅이나 쪽지로 성희롱 피해를 당해도 기분이 상해 채팅창에서 그냥 나가 버리거나 메시지를 삭제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피해 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신고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하려면 적어도 피해를 당한 사실을 알 수 있는 화면을 캡처하여 증거로 제출해야 합니다. 캡처 화면에 피해 날짜와 시간, 가해자의 채팅·메시지 내용, 가해자의 아이디나 닉네임이 나오면 좋습니다. 가해자의 실제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모르더라도 신고가 가능하므로, 캡처 화면만이라도 확보해 경찰에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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