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 발생 이래 세상은 온갖 미지의 존재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러한 미지의 존재들로 인해 인류의 평화 또한 위협받게 되었다. 이러한 변이 개체들의 존재가 대중들에게 새어나가지 않게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활동하며, 초자연적인 현상, 물질, 존재 등 인간의 이해 범주를 벗어난 존재들을 확보, 격리, 보호(Secure, Contain, Protect)하는 조직이 바로 SCP 재단이다.
SCP 재단은 인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자연적인 물체, 생물, 현상들을 ‘SCP’라고 통칭하고 민간에게서 격리하는 가상의 단체이자, 인터넷 괴담 커뮤니티에서 발전한 일종의 인터넷 소설 플랫폼이기도 하다. 초자연적 세계관과 이를 확보 및 관리하는 SCP 재단을 주제로 작성된 글은 누구나 사이트에 등록할 수 있다. 글은 보고서 형식을 가지고 작성되며, 각 존재는 이름 대신 ‘SCP-XXX’ 같은 코드명으로 기재한다. 이러한 요소들과 문서 곳곳에 보이는 검열된 흔적 등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며 흥미를 끈다.
각지에 존재하는 다양한 초자연적 존재들과 이를 관리하는 SCP 재단의 이야기는 미스터리한 세계관과 독특한 설정으로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런 방대한 설정을 활용해 다양한 소설, 게임, 만화 등으로 나왔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 ‘SCP: 시크릿 파일’ 또한 이런 SCP 세계관을 소재로 한 게임이다.
SCP 세계관에 입문하기 좋은 게임
※ SCP: 시크릿 파일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으므로,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SCP 문서는 그 특성상 장문의 보고서 형태의 글과 사진 한 장으로 작성된다. 특유의 복잡한 세계관과 고유명사 등은 기존 SCP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흥미를 끄는 요소지만, 새롭게 세계관에 입문하기엔 다소 불친절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SCP: 시크릿 파일은 이런 복잡한 세계관과 SCP에 대한 개념을 게임을 통해 쉽고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SCP: 시크릿 파일은 총 5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챕터마다 다른 SCP를 중심으로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이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문서와 강연을 통해 SCP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쓰레기를 생성하는 거대 사막의 미스터리와 연구소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건에서는 미스터리 공포를 경험한다. 반대로 다음 챕터에서는 동심으로 돌아간듯한 밝은 분위기의 인터렉티브로 바뀌고, 픽셀 그래픽의 고전 어드벤처 장르로 변하기도 한다.
챕터마다 달라지는 장르와 그래픽, 그리고 흥미로운 스토리는 해당 SCP의 특징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 줘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SCP-701 챕터는 연구소에서 발생한 사건을 조사하며 겪은 기괴한 경험을 마치 ‘사일런트 힐’ 같이 직접 체험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버려진 수력 발전소에 세워진 SCP 연구소 ‘포니 스테이션’에 도착해 사건 조사와 함께 연구소의 기록이 담긴 블랙박스를 회수하는 임무를 받는다. 아무도 없는 연구소에서 플레이어는 기묘한 목제 마네킹들과 의문의 연극 대본을 발견한다. 연구소에서 마주친 괴물의 추격에서 도망치며, 플레이어는 연극 대본의 정체와 연구소에서 발생한 사건의 진실에 점점 가까워진다.
이와 반대로 SCP-1762 챕터는 어린아이 다니엘이 되어 신비한 종이 드래곤과 만나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이후 종이 드래곤과 힘을 합쳐 종이 뭉치 괴물을 물리치는 동심 가득한 밝은 스토리가 진행된다. 아름다운 음악과 그림책에서 볼 법한 그래픽을 보여주며, 해당 챕터는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처럼 각 챕터마다 SCP의 특징을 살린 스토리와 다양한 장르를 경험할 수 있으며, 해당 SCP가 얼마나 위험하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등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챕터마다 간단한 퍼즐과 미니게임이 존재하며, 숨겨진 수집 요소 또한 존재한다. 퍼즐의 난이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아 진행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또한 직접 체험하는 5개의 SCP 외에도 다양한 SCP들이 문서로 등장해 이를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부족한 분량과 갑자기 꺾이는 몰입도
앞서 말한 대로 게임은 흥미로운 SCP를 각각의 특색에 맞춘 테마로 표현하며 몰입도 높은 경험을 선사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플레이 타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기자는 각 챕터마다 숨겨진 요소를 찾거나 획득하는 문서의 텍스트를 전부 읽으면서 비교적 천천히 게임을 진행했지만, 4시간 정도로 무난하게 엔딩을 볼 수 있었다. 1만 원대로 비교적 싼 가격임을 고려해 본다면 납득이 가지만, 후속작을 암시하듯 갑작스럽게 끝나는 엔딩과 적은 플레이타임은 마냥 아쉽다.
한편,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챕터 1편에서 미스터리한 스토리로 SCP에 대한 기묘함과 두려움을 경험시키고, 2편에선 SCP의 위험성과 인간의 욕심으로 발생한 사건을 공포게임 장르로 표현해 게임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렇게 흥미로운 경험의 연속으로 기대감이 최대로 오른 플레이어가 만나는 다음 챕터는 당황스럽게도 아름다운 동화책 이야기다.
해당 SCP 챕터는 단독으로 놓고 보면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감동적이고 좋은 이야기다. 다만 앞에서 쌓아 올린 분위기와 기대치가 무색해지는 급 드리프트 전개에 몰입도가 꺾여버리게 된다. 물론 SCP라는 것이 앞서 등장한 둘처럼 무조건 위험하고 기묘한 존재가 아니라,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친근한 SCP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개발자의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굳이 이 타이밍에?’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챕터 간 분위기 연결과 짧은 플레이 타임이 아쉽긴 하지만, 잘 만든 SCP 게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장르를 잘 녹여냈으며, 개성 있는 각종 SCP들의 스토리와 연출, BGM 등은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 준다. SCP: 시크릿 파일은 SCP 세계관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는 입문작으로 추천할만하며, 평소 SCP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더욱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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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 시크릿 파일
2022년 9월 13일
- 플랫폼
- PC
- 장르
- 어드벤쳐
- 게임소개
- SCP: 시크릿 파일은 레이먼드 햄 박사의 보조 연구원 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후 극비 문서 정리를 맡은 칼은 업무 도중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현실과의 경계를 허물어... 자세히
재밌는 게임만큼 재밌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cjm589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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