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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zip] 대리랭크로 1.3억 번 업자, 처벌은 ‘벌금 5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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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 '신지드' (사진출처: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

"플래티넘 승급 38만 원, 다이아 승급 50만 원"

대리게임 알선 업체의 광고 문구입니다. 대리게임이란 게임을 대신 플레이하여 해당 계정의 게임 등급을 올려주는 것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랭크게임에서 이런 대리게임은 ‘대리랭’이라고도 줄여 부릅니다. 누가 돈까지 써가며 대리게임을 의뢰할까 싶기도 하지만, 자신이나 팀의 게임 실력이 부족해 번번이 승급에 실패하는 사람이라면 대리게임을 통해서라도 일단 승급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리게임의 폐해는 심각합니다. 대다수 랭크게임은 랭크가 비슷한 유저들끼리 짝지어 주는데, 대리게임을 의뢰받은 대리기사가 프로게이머급 실력으로 낮은 랭크 유저들을 상대로 게임에서 승리하면, 낮은 랭크의 신규 유저들은 계속되는 패배에 게임에 흥미를 잃고 게임을 떠나게 됩니다.

그래서 선량한 다수의 게임 이용자와 게임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대리게임 처벌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45조 5호의2, 제32조 제1항 제11호)이 2018년 신설돼 2019년 6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즉, 대리게임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대리게임업자는 어떻게 처벌되고 있나

게임법에 의하면, 대리게임을 알선하는 업자나 대리기사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습니다. 참고로 게임의 대리행위는 이를 ‘업으로’ 하는 경우에만 처벌됩니다. ‘업으로’ 한다는 것은 ‘반복적·계속적으로 한다’는 의미인데요, PC방에서 친구 대신 게임을 플레이해주는 경우와 같이 일회적인 대리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반면 사업장과 같은 인적·물적 설비를 구비하지 않고 집에서 혼자 대리게임을 했더라도 영리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대리게임업자에 대한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형도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벌금형 선고로 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2019년 법 시행 후 3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단 1건도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가 없습니다. 대리게임업자에 대한 처벌은 징역 2년까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현재까지 형사처벌된 5건 모두 벌금형에 그쳤고, 그 중 최고형은 벌금 500만 원이었습니다. 아래 표는 2020년과 2021년의 처벌 사례입니다.

▲ 대리게임업자 총 수익과 판결 (자료제공: 유관우 변호사)

대리게임업체가 얻은 수익은 대리게임 알선업자와 대리기사가 나누기 때문에, 대리게임업자 1인당 실질적으로 얻은 수익은 위 표에 기재된 금액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익에 비해 벌금이 적게 선고된 것은 명확합니다. 즉 대리게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리게임을 의뢰한 사람도 처벌되나?

자신의 게임 계정의 점수·성과 등을 올리기 위해 대리게임을 의뢰한 사람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게임 약관 및 운영 정책에 따라 계정이용이 정지될 수는 있습니다. 라이엇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 운영정책을 보면, 대리게임을 ‘공정한 경쟁 방해 등의 행위’로 분류하고, 1차 적발 시 해당 계정의 30일 이용제한, 2차 적발 시에는 영구 이용제한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대리랭크 처벌 규정 (자료출처: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

대다수 대리게임업자들은 '절대로 계정 정지를 당하지 않는다'며 안심시킵니다. 그러나 이 말만 믿고 대리게임을 의뢰했다간 계정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특정 IP 주소에서 게임에 접속했을 때 승률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짧은 시간에 물리적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위치로 게임 접속 위치가 바뀐다면, 대리게임으로 적발될 수 있습니다.

게임사뿐 아니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서도 게임 대리행위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게임위는 신고내용, 채팅내용, 로그 및 IP 접속기록, 승률 변화 등을 기초로 대리게임을 판별하고,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합니다.

▲ 게임위는 2020년 8월에 전남경찰청과 합동수사로 대리게임업자를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자료출처: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

대리게임으로 의심되는 채팅내용이나 대리게임 신고내역 등도 대리게임 적발의 중요한 단서가 되므로, 게임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합니다. 게임 이용자들은 대리게임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게임사 또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게임위에 따르면, 대리게임 신고 시 제출하는 자료의 예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로 신고 시 아래 자료를 반드시 모두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 대리행위 운영 또는 광고 URL 및 관련 정보
- 대리행위 의뢰 정보(관련 통화 및 SNS 대화 등 내역, 의뢰 방식, 가격, 등)
- 대리행위 의뢰 거래 증빙 자료(이체확인증 등)
- 대리행위로 인한 점수 및 성과 증빙 자료(게임 전·후 레벨/랭킹 등 비교)
- 대리행위 제공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름, 연락처, 계좌번호, SNS 정보 등)
- 기타 피신고자의 위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빙 자료 일체

대리게임이 아직도 성행하는 이유는?

처벌법이 시행되었음에도 대리게임이 아직도 성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수사의뢰를 할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게임 대리행위는 게임핵이나 매크로 프로그램과 달리 확실한 물증을 찾기 어려운 데다가, 대리게임 업체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져서, 게임사와 게임위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방법은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나서서 함정수사를 통해 대리게임 업체와의 대화 내용, 계좌이체내역을 확보해 범인을 특정한 뒤, 현장을 압수수색해 PC, 휴대폰, 장부, 현장 사진 등을 확보한다면 적발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정도의 수사인력을 투입할 정도로 대리게임 범죄 수사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리게임 먹튀'도 기승 중 

▲ 구글에 대리랭크를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광고가 뜹니다 (자료출처: 구글 검색)

참고로, 대리게임을 의뢰했는데 대리게임업자가 돈만 받고 잠적하는 사례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게임 아이템·계정이나 게임머니 판매 사기가 전통적인 수법이었는데, 최근에는 대리게임 사기도 늘어나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리게임 사기로 형사재판까지 한 사건은 37건 이상인데요, 앞서 5건에 불과한 대리게임업자보다 훨씬 많죠.

대리게임 사기 중에는 18회에 걸쳐 530만 원의 수익을 얻은 사람이 징역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고, 대리게임을 해주겠다며 알아낸 계정 비밀번호를 이용해 해당 계정 아이템을 팔아버린 또 다른 사람은 징역 1년에 처해지기도 했습니다.

대리게임 먹튀 피해자들은 대리게임 광고 게시글, 대화내용을 캡처하고, 계좌이체내역을 첨부하여 사기죄로 형사고소할 수 있습니다. 계좌번호만 알면 가해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고소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들을 실제로 고소해보니 범인은 대부분 10대나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였습니다. 이들은 경제적 능력이 없어, 고소하더라도 돈을 돌려받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대리게임 광고를 보고 쉽게 입금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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