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F 듀얼, 이렇게 쉽고 화끈한 격겜은 처음이다

DNF 듀얼은 굉장히 다양한 타이틀을 보유한 게임이다. 넥슨의 첫 거치형 콘솔 게임이기도 하며, 첫 대전격투게임이기도 하고, 넥슨의 메가히트 IP인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세계관을 확장하는 첫 대형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굳이 이런 것을 떠나서도 던파와 격투게임 명가 아크시스템웍스, 마블 VS 캡콤 3를 멋지게 완성한 에이팅의 결합 또한 이 게임을 가슴 설레게 하는 이유다. 요지는 DNF 듀얼이 꽤나 무게감 있는 타이틀이란 점이다.

DNF 듀얼은 자신을 짓누르는 모든 무게감을 이겨내고 최선의 결과물을 보여줬다. 기대했던 훌륭한 비주얼에 던파가 연상되는 여러 시스템을 격투게임이라는 까다로운 장르에 자연스럽게 엮어냈다. 무엇보다도 다른 격투게임과는 궤를 달리할 만큼 진입장벽을 상당히 낮추는 와중에도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같은 장르의 다른 작품 못지않은 연구와 숙련도가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흠 잡을 데 없는 건 아니었지만 준수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DNF 듀얼은 스트리트 파이터나 길티기어 시리즈와 동일한 형태의 2D 격투게임이다. 방향키 레버 제외 6버튼 시스템 등 조작 방식이나 입력 체계 등을 모두 똑같이 공유한다. 하지만 게임 내부적으로 파고들어가면, 위에서 열거한 게임들보다는 던파 원작의 특징들을 게임 곳곳에 녹여낸 것이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커맨드 리스트다. 일단 DNF 듀얼엔 파동권과 승룡권 커맨드만 존재하며, 이마저도 그저 방향키를 앞, 뒤, 아래로 누르고 사용하면 알아서 발동된다. 사실상 커맨드가 없는 셈이다. 버튼도 일반 공격 두 개와 스킬, MP 스킬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 중에 스킬과 MP 스킬을 방향키와 조합해 사용할 수 있다. 마치 캐주얼 대전액션게임 '대난투 스매시브라더스' 시리즈가 떠오를 정도다. 실제로 콤보 입력 방법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더불어 HP와 MP가 존재한다. 우선 HP부터 보자면, DNF 듀얼에선 공격이 적중했을 때 바로 체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흰색의 대미지와 붉은 대미지가 따로 발생한다. 흰색 대미지는 상대 공격에 맞지 않은 상태에선 체력으로 회복되며, 상대를 완전히 쓰러뜨리기 위해선 붉은 대미지로 상대 체력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반 공격으로는 붉은 대미지를 극소량만 깎을 수 있기 때문에 스킬 공격을 반드시 섞어 줘야 한다.

MP의 경우는 우리가 흔히 아는 RPG에서의 MP가 맞다. MP 기술은 별도의 자원을 소모하는 만큼 대미지도 뛰어나며, 흰색 대미지를 모조리 붉은 대미지로 만들어준다. 콤보 중간이나 마무리로 MP 기술을 사용하면, 말 그대로 폭딜을 퍼부을 수 있다. 체력이 줄어들수록 최대 MP가 200까지 늘어난다. MP는 사용하지 않을 때 천천히 충전되며, 컨버젼이란 간단한 기술을 통해 자신의 흰색 대미지를 소비해 즉시 MP를 충전할 수 있다.

이 부분들만 조합해봐도 알 수 있다시피, DNF 듀얼은 각 캐릭터들의 스킬이나 외형뿐만 아니라 시스템적 측면에서 던파를 상당히 많이 닮아있다. 스킬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는 것만으로도 각종 콤보를 발동할 수 있다는 점부터 MP를 소모해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부분 등이 그야말로 던파 PvP에서 느낄 수 있던 향수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원작 던파 PvP의 시스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게임의 입문 난이도를 크게 낮춰주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일단 복잡한 커맨드가 없다 보니 콤보를 넣기가 매우 쉽다. 약 공격 두 번에 강 공격 한 번, 스킬 공격 1회, MP공격 1회를 조합하면 대부분의 콤보를 만들 수 있으며, 점프나 앉아 공격 등을 섞거나, 스킬 프레임에 따라 2회까지 공격을 섞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마저도 힘들다면, 연계가 되는 스킬 공격과 MP공격만 이어서 써줘도 쏠쏠한 대미지를 뽑아낼 수 있다.

더 나아가서 특수기나 어려운 기술이 없다. 점프 캔슬을 사용한다든가, 공장 가드, 공중 대시, 이단 점프도 없다. 기껏해야 가드 캔슬, 이런 와중에 대부분의 캐릭터가 공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놓고 근접을 지향하는 스트라이커나 쿠노이치, 그래플러 등을 제외하면, 범위가 크고 긴 기술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큰 기술들을 지를 수 있다. 조금 섬세하게 사용해야 하는 기술을 꼽자면 잡기 정도가 있는데, 돌진하는 적에 대한 대비책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그냥 막 눌러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단순한 게임 같지만 절대 아니다. 콤보 입력 시 손이 꼬이지 않게 하려면 당연하게도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몇몇 캐릭터들의 기술은 프레임 단위 입력이 필요하며, 기본기를 캔슬해 가며 스킬을 섞어야 하는 것도 많다. 자신만의 패턴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실전에 사용하려면 부단한 연습을 요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캐릭터 별로 다르게 존재하는 다양한 패시브와 각성 스킬의 여부가 게임을 좀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특히, 소소한 효과 정도에서 그치는 패시브와 달리 에너지가 일정량 이상 달았을 때 발동되는 '각성'은 게임의 판도를 크게 좌지우지한다. 단순히 대미지나 방어력, MP 회복량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고, 히트맨처럼 추가 공격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어 캐릭터 운용법이나 대처법이 크게 달라진다. 

한편, 이런 특징들과는 별개로 DNF 듀얼은 방어나 회피보다는 공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가드 자체의 효율이 나쁜 건 아니지만, 적 공격 방향과 횟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가드 브레이크를 당하기가 쉽다. 또한, 다른 게임에선 마음껏 사용해도 되는 가드 캔슬이 이 게임에선 MP 100이라는 엄청난 소모 값을 자랑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내지를 수도 없다. 

공격 지향적인 전투 콘셉트와 쉽게 만들고 지를 수 있는 콤보는 이 게임을 화려하면서도 심도 깊은 심리전을 요구하도록 만들었다. 공격과 가드, 잡기의 물고 물리는 상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모든 캐릭터의 콤보 등을 명확히 인지하고 게임에 돌입해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고수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앞에서 언급했던 '대난투 스매시브라더스'외에도 극한의 심리전을 앞세운 게임인 암즈가 생각났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단점이 없는 게임은 절대로 아니다. 대표적으로 트레이닝 모드가 있다. 사용하기가 어려운 시스템은 입문을 위해 잘 구성했지만, 이를 연습하기 위한 장소가 그다지 세련되지 못하다. 공격 사이에 틈을 확인하거나, 프레임 수나 후 딜레이 같은 각 기술의 세부 정보는 모드 내에서 전혀 확인할 수 없으며, 더미에게 가드 도중 반격 같은 행동을 설정하는 것도 매우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편의성도 떨어지고 효용성도 떨어지는 셈이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온라인 서버 불안이다. 현세대 격투게임에서 온라인 매칭 안정성은 마치 오락실의 의자마냥 당연하게 갖춰져야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DNF 듀얼은 현재 정상적인 온라인 매칭이 매우 힘들 정도로 잦은 튕김과 서버 불안 증세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나 PC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모두들 2라운드 튕김 문제를 겪어봤을 정도다. 예정됐던 대회를 미룰 정도이니 하루빨리 수정이 필요하다. 

단점이라기보단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스토리 모드다. 이 게임의 스토리 모드는 말 그대로 그냥 '있기만 한 수준'이다. 던파 세계관의 새로운 스토리를 담고 있지도 않고, 최근 아크시스템웍스 게임들에서 볼 수 있는 영화 같은 컷신이나 여러 분기로 나누어져 있는 스토리 모드 없이 모든 캐릭터가 같은 스토리라인을 공유한다. 원작의 여러 NPC가 등장해 팬서비스는 톡톡히 해주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DNF 듀얼은 비주얼적으로도 게임 시스템적으로도 크게 나무랄 데 없는 좋은 작품이다. 적당한 색다름과 쉬운 난이도로 현재의 던파는 물론 모든 격투게임들의 과제라 할 수 있는 낮은 진입장벽까지 아주 잘 갖춰놨다. 남은 과제는 온라인 매치 안정성을 비롯한 사후 지원에 있겠다. 문제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하며, 더 많은 캐릭터와 맵이 DLC로 출시된다면, 던파의 콘솔 진출, 넥슨의 첫 격투게임은 분명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