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즈마로 휴가 좀 다녀와라”
원신 세 번째 지역 ‘이나즈마’ 업데이트 약 일주일 전, 취재팀장님께 들은 말이다. 사실 휴가보다는 출장에 가깝지만, 그래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본 여행을 게임에서의 ‘일본풍 지역 탐방’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OK’를 외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이나즈마 휴가(라 쓰고 출장이라 읽는)는 한마디로 ‘고진감래’라 할 수 있었다. 갖은 고초를 겪긴 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육지로 이어져 있어 왕래 자체는 쉬운 몬드와 리월과 달리, 이나즈마는 거센 풍랑이 이는 바다를 건너야 하는 군도 국가다. 게다가 번개의 신 ‘라이덴 쇼군’의 통치 아래 강력한 쇄국정책을 펼치고 있어 내/외국인의 왕래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 몬드에서의 여정만 마무리한 채 약 10개월 만에 복귀하는 나약한 ‘여행자’에게 본 여정은 시작부터 매우 험난했다.
내가 마! 바람의 신과도 친구하고, 바위의 신과도 친구 먹었어!
이나즈마 입국의 첫 순서는 ‘배편 구하기’다. 몬드와 리월, 두 나라를 구한 이름난 모험가에게는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인데, 리월 해군의 여걸 ‘북두’의 여흥에 잠깐 어울려주면 된다. 이 과정에서 이나즈마의 통치자 라이덴 쇼군에 대한 좋지 못한 이야기를 여러 군데에서 접했으나, ‘내가 바람의 신, 바위의 신과 친구인데 별일 있겠어?’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북두의 도움으로 남십자 함대 기함 ‘사조성호’를 타고 바다를 가른 여행자와 페이몬(최고의 비상식량!)은 이나즈마의 첫 관문 ‘이도’에 상륙했다. 이곳에서 현지인 가이드 토마의 도움을 받아 수속을 밟는데, 쇄국정책을 펴는 나라답게 까다롭기 그지 없었다. 입도와 체류를 각각 따로 허가 받아야 하는데다가, 공무원은 어찌나 부패한지. 외지인한테 친절했던 몬드와 리월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눈을 사로잡는 이국적 정취와 군침 돌게 하는 노점 음식이 없었다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체류-입국 수속을 마치고, 소소한 의뢰도 마무리하고 나니 토마가 이나즈마성 코모레 찻집에서 보자며 홀연히 떠난다. 그런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다. 외국인은 함부로 이도 밖을 나갈 수 없는데다가, 이도를 다스리는 간조 봉행 가주는 잔머리까지 써가며 여행자의 발을 묶으려 했다. 간조 봉행 영애가 도움이 없었다면, 타지에서 심부름만 하다 늙을 뻔 했다.
이도에서 이나즈마성으로 가는 길에는 작은 마을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티바트 대륙에서 인적이 드물다는 것은 위험 요소가 산재한다는 이야기인데, 익숙한 츄츄족은 물론, 처음 만나는 독특한 모자를 쓴 칼잡이들이 지나가는 사람의 목숨과 지갑을 빼앗으려고 대기 중이었다.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이나즈마성, 우뚝 서있는 바위산, 귀여운 여우 뛰어다니는 초원 등 훌륭하기 그지없는 경치를 여유롭게 감상하고 싶었지만, 이들 때문에 마음 편히 구경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빵필승’의 법칙에 따라 먼저 공격했다.
놀러 왔다가 반란에 몸 담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이나즈마성은 이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번화한 곳이었다. 여기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출판사와 음식점이었다. 우선 음식점은 현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팔았는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사골라멘’이 있었다. 레시피를 입수하는 즉시, 재료가 허락하는 만큼 사골라멘을 만들어 배낭에 챙겨뒀다. 그리고 출판사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라이트 노벨’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나즈마는 티바트 대륙 덕후들의 성지였던 것이다.
실컷 한눈을 팔다 토마와 약속했던 장소로 갔더니 자기네 주인어른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단다. 그렇게 다음 행선지인 카미사토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 카미사토 가문은 라이덴 쇼군 휘하 3봉행 중 제례와 행사를 담당하는 야시로 봉행을 이끄는 유력 가문이다. 그런데 기껏 발걸음 했더니, 초대한 사람은 얼굴도 보여주지 않은 채 심부름을 시킨다. “마! 내가 마! 몬드 페보니우스 기사단 단장 대행이랑도 친구고! 다이루크 어르신과도 친구고! 리월의 칠성이랑도 친구야!”라며 난동을 부리고 싶었지만 그런 기능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도 본 임무를 통해 이나즈마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신의 눈을 강제적으로 회수하는 라이덴 쇼군의 칙령 ‘안수령’으로 인해 온갖 폐해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뭐, 견문이 넓어진 것과는 별개로 높은 바위산 위에 위치한 이나즈마 지역 최대 신사인 ‘나루카미 다이샤’와 그곳에 거주하는 명망 높은 무녀를 만났기에 충분히 좋은 여행이라고 할만 했다. 그런데 무녀님, 이름도 그렇고 외모도 어디선가 뵌 듯 하다. 생각해 보니 직업도 같다.
그렇게 임무를 완수하고 카미사토 저택으로 돌아가니 이제서야 여행자를 초대한 사람, 카미사토 아야카가 얼굴을 비춘다. 얼굴 맞대면 잔소리를 좀 하려고 했지만, 매우 귀여우셨기에 어서 빨리 다음 할 일을 달라고 보챘다. 이번에는 협력자와 함께 감옥을 터는 한층 더 대담한 계획. 이 협력자가 잠입이라는 것과 거리가 먼 ‘폭죽가게 사장님’ ‘요이미야’였다. 감옥 안에서 화려한 폭죽쇼까지 펼쳤음에도 목적을 달성한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한숨 돌렸다 싶던 찰나, 진짜 죽을 뻔했다
감옥 침입 작전이 성공한 뒤, 정말 오랜만에 한숨 돌리는 시간이 찾아왔다. 카미사토 아야카, 토마와 함께 푸짐하고 기괴한 전골 요리를 먹은 다음, 카미사토 아야카와 요이미야 두 사람과 각각 축제를 즐기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냈다. 특히 카미사토 아야카와는 축제 노점상을 돌며 점괘도 뽑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도 먹었는데, 데이트를 방불케 했다.
재충전의 시간을 마치고 라이덴 쇼군의 횡포에 맞서기 위한 다음 단계에 넘어가려는 찰나, 토마가 잡혀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도에서 여행자를 버리고 간 것은 괘씸했지만, 그래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곧장 형장으로 달려가 라이덴 쇼군이 토마로부터 신의 눈을 뺏는 것을 방해했다. 이후 칼을 이상하게 뽑는 라이덴 쇼군과 싸우게 되는데, 전혀 상대가 안되더라. 페이몬의 부름에도 일어나지 못하는 여행자가 단칼에 목이 날아갈 찰나, 토마의 도움으로 도망쳤다.
이렇게 수배자가 됨에 따라 이나즈마성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됐다. 저항군을 찾아가보라는 토마의 권유에 따라 야시오리섬으로 향하는데, 도저히 수영으로는 건널만한 거리가 안됐다. 분명 ‘정상적으로’ 바다를 건널 방법이 있겠지만 귀찮은 나머지 얼음 속성 캐릭터 케이아를 이용해 바다를 얼려 건너갔다. 아아, 이게 바로 ‘예수 그리도스 전략’이란 것인가?
야시오리섬으로 가는 여정은 이전까지와 차원이 다를 정도로 험난하다. 날이 밝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낙뢰가 시도 때도 없이 지표면을 강타한다. 티바트 대륙에서 천재지변 혹은 사고로 객사하는 경우는 드문데, 이 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쯤 되니 이게 휴가인지, 아니면 오지 탐험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처럼 험난한 여정 가운데서도 눈을 확 사로잡는 경치가 있었다.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거대한 이무기 형상을 한 바위가 있는데, 번개의 신에게 맞섰던 고대 마신의 시체라고 한다. 크게 벌린 입은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집어삼킬 듯 생동감이 느껴지는데,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꼭 인증샷을 남기도록 하자.
몬드와 리월에서의 모험은 ‘순한맛’이었다
이나즈마 투어는 아직 열리지 않은 지역도 있기에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정리하면, 일단 풍광만큼은 나무랄 곳이 없다. 목가적인 분위기의 몬드, 기암괴석으로 웅장함이 느껴지는 리월과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의 매력적 풍광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맵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새로운 퍼즐 요소들도 눈이 피로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신선하게 다가왔다.
스토리적으로는 주신이 협력관계로 등장했던 이전 두 지역과 달리, 이나즈마의 라이덴 쇼군은 주저 없이 여행자의 목숨을 거두려 했을 만큼 적대적이기에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긴장감이 흐른다. 신과 맞대결을 벌인 것도 모자라 저항군에 몸담기까지 했으니, 라이덴 쇼군과 친분을 쌓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솔직히 이번 여정에서 가장 큰 수확은 카리스마 넘치는 라이덴 쇼군을 만났다는 점인데, 거리의 음유시인 바람의 신이나 경제관념이 없는 바위의 신보다 더 친해지고 싶은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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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기사에 담아내고 싶습니다.laridae@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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