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2003년, 당시 RPG 개발사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던 가람과바람 팀(그리곤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신작이 출시됐습니다. 아이큐점프에서 인기리에 연재됐던 박성우 작가의 '천랑열전'을 기반으로 한 동명의 게임이었죠. 이 작품은 당시 상당한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인해 '버그열전'이라는 혹평을 받으며 약 1년 전 출시됐던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와 같이 '국내 패키지게임 산업 멸망의 신호탄'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당시 게임잡지 광고들을 보며 '가람과바람이 만화 원작 게임을 만든다고?'라며 놀라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레이디안이나 씰, 나르실리온 등 감성적인 오리지널 IP로 가람과바람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사실 가람과바람의 첫 작품이 박성우 작가의 팔용신전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천랑열전은 가람과바람의 초심을 되새기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오늘은 당시 게임잡지에 실렸던 광고들을 되돌아 보겠습니다.
2002년 8월, 제우미디어 PC파워진에 처음 실린 천랑열전 광고입니다. 이 게임에는 원작자인 박성우 작가가 상당히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덕분에 게임을 위해 새로 그린 눈호강 그림들이 게임 내는 물론 광고에도 상당수 등장합니다. 원작을 기억하는 팬으로서는 광고만 모아 봐도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 느낌입니다.
첫 광고의 주인공은 역시 두 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월하랑입니다. 눈빛이 살짝 서늘한 것이 천산무정검결을 익힌 상태가 아닌가 싶다가도, 살짝 띄고 있는 미소를 보면 천산유정검결 특유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듯 합니다. 아무튼, 광고에서는 원작 만화와 새 일러스트를 전면에 내세움과 동시에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던 가람과바람이라는 팀 이름을 강조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2002년 9월 광고에는 두 주인공인 연오랑과 월하랑이 나란히 등장합니다. 연오랑의 경우 머리가 은발로 변한 것을 보니 초천랑인...이 아니라 극의를 깨달은 후반부 모습인 듯 합니다. 월하랑 역시 비슷하고요. 게임 발매까지 반 년 정도 남은 상황이지만, 2면 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게임을 홍보한 모습입니다.
10월호 광고엔 죽림오괴의 막내로 등장해 연오랑을 졸졸졸 따라다니며 서브 히로인이 되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비중이 극도로 적어지는 비운의 캐릭터 단령이 등장합니다. 명부첩을 훔치면서 메인 스토리가 흘러가게끔 해 주는 주요 역할을 맡았고, 진지한 분위기가 연속되는 원작 속에서 밝은 미소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던 캐릭터로, 저 역시 꽤나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후속작인 나우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아 아쉬울 따름인데, 게임에선 나름 비중이 있었나 봅니다.
11월 광고는 모용비의 시녀이자 첩보활동을 하는 세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표지에 등장했습니다. 세쌍둥이는 자혜, 자홍, 자희라는 이름으로, 쌍둥이답게 생긴 것이 똑같지만 이마의 더듬이(;;) 유무로 구분합니다. 여기선 더듬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 첫째 자혜로 보이며, 셋 중 유일하게 끝까지 살아남아 모용비와 결혼해 후속작 나우에도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12월을 건너뛰고 2003년 1월로 가면, 그 어느 때보다 공들여 그린 듯한 월하랑 일러스트가 반겨줍니다. 월하랑은 첫 등장 때부터 달을 등지고 하늘을 나는 선녀 느낌을 풍겼는데, 이번 일러스트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하는군요. 아래쪽에는 짧막하게나마 인게임 스크린샷이 보이는데, 잘 보면 아이템창에 박카X로 보이는 드링크제가 눈에 띕니다. 소소한 재미 요소였죠.
발매월인 2월로 가면 주요 등장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위쪽부터 파군성과 석전웅, 자혜와 단령, 연오랑과 월하랑, 그리고 연오랑과 같은 천랑의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오왕' 모용비까지. 물론 여기 등장하지 않아 아쉬운 주요 캐릭터들도 많지만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으니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임 소개에는 '무료 멀티플레이 지원'이 들어 있는데, 멀티플레이는 발매 시점엔 지원하지 않았고 나중에 패치를 통해 추가됐습니다. '3D 카툰랜더링 그래픽'의 경우 당시 국내에서 흔치 않던 기법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저게 뭐지?' 정도의 반응이었는데요, 국내 게이머들이 카툰랜더링이라는 단어와 기법의 특징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마비노기와 프리스타일이 등장하는 2004년쯤 돼서였습니다.
그렇게 발매를 맞이한 천랑열전은 출시 직후부터 수많은 버그로 인해 뭇매를 맞았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발매일을 앞당겨야 했던 어른의 사정이 있었는데요, 앞서 언급했듯 개발 중간부터 약속했던 멀티플레이 모드는 발매 시점엔 구현도 되지 않았기에 약속을 지키고자 5월에 부랴부랴 해당 모드를 업데이트 했습니다.
광고 역시 멀티플레이 모드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앞서 언급했던 자혜, 자홍, 자희 세 자매와 월하랑, 단령, 그리고 채찍녀인 홍군, 연오랑을 사모했으나 결마로와 혼인하는 유화 등이 보입니다. 멀티플레이니만큼 게임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모아 놨는데, 여캐들만 한 곳에 모아놓은 느낌이 왠지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여성 영웅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느낌을 주는군요.
아무튼 게임과 별개로 광고에 실린 일러스트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가 끝나면 집 근처 만화카페에서 천랑열전을 처음부터 정독해야겠습니다. 참고로 천랑열전 게임의 완성도와 그 이유, 당시 상황 등에 대해서는 [메카라떼] 천랑열전은 어쩌다 ‘버그열전’이 되었나? 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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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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