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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블리즈컨 못지 않았던 손노리/소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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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 제 1회 손노리 페스티발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PC파워진 1999년 1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전 세계 수많은 게임쇼 가운데, XXX콘(컨)이라 불리는 게임쇼들이 있습니다. 블리즈컨이나 퀘이크콘 같은 게임쇼 말이죠. 이들의 특징은 한 개발사에 대한 어마어마한 팬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팬미팅 자리라는 겁니다. 철저히 한 회사의 소식과 신작, e스포츠 등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축제의 장을 여는 페스티벌이죠.

개인적으로 이런 해외 행사들을 보며 부러운 감정이 들 때가 많았는데요, 국내에도 게임 개별적으로 보면 던페 등 여러 행사가 있긴 하지만, 개발사 전체에 초점을 맞춘 행사는 없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20년 전만 해도 이런 행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국산 RPG의 양대산맥이었던 손노리와 소프트맥스가 팬들을 모아놓고 매년 페스티벌 발표회를 열었거든요. 팬들의 열기 하나는 블리즈컨 못지 않았던 당시 페스티벌 광고들을 모아봤습니다.

제 1회 손노리 게임 페스티발 포스터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제 1회 손노리 게임 페스티발 포스터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제우미디어 PC파워진 1999년 1월호에 실린 제 1회 손노리 게임 페스티발 광고입니다. 참고로 페스티'벌'이 아니라 '손발' 할 때 발 입니다. 이전까지 국내 게임사들이 신작 발표회를 안 연 것은 아니지만, 기자들과 관계자들을 모아 연 비공개 언론 대상 간담회였습니다. 반면, 손노리는 팬덤을 위해 일반인들도 참석 가능한 축제 형태의 게임쇼를 기획한 점이 차이점이죠.

1회차 행사에선 강철제국과 화이트데이, 악튜러스 등의 정보가 공개됐으며, 그 밖에 패스맨 닮은꼴 콘테스트, 손노리 캐릭터 아트 콘테스트, 팬클럽 창단식, 게임음악 라이브 연주, 선물 증정 행사 등이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던 점은 행사 내용이었는데요, 이원술 대표가 반짝이 옷을 입고 가발을 쓰고 무대에 올라 재치 넘치는 사회를 보며 그야말로 팬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죠. 이 때를 기점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손노리의 이미지가 확고해졌습니다.

두 번째 게임 페스티벌은 시험기간을 피해서!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두 번째 게임 페스티벌은 시험기간을 피해서!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손노리는 그해 말, 두 번째 페스티발을 발표합니다. 악튜러스 광고 아래에 조그맣게 표시된 행사 공지에 따르면, 원래 10월로 예정하고 있었으나 10월 10일이 시험기간과 겹친다는 중고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11월로 연기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때쯤 되면 수능도 끝났겠다, 기말고사는 아직 좀 남았겠다, 날씨도 선선하겠다... 게임 즐기기에 최고의 계절이죠. 지스타가 괜히 저 시기에 열리는 게 아닙니다.


악튜러스와 함께 한 2회차 행사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악튜러스와 함께 한 2회차 행사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아무튼, 다음달인 1999년 11월에는 제 2회 손노리 게임 페스티발 광고가 대대적으로 실렸습니다. 당시 한창 게임 알리기 중이었던 악튜러스 광고와 함께 말이죠. 특이하게도 서울과 대전에서 각각 1일씩 행사를 개최했는데요, 악튜러스와 화이트데이의 실제 모습을 첫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이원술 대표의 개성 넘치는 진행도 인기 요인이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이원술 대표의 개성 넘치는 진행도 인기 요인이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세 번째 행사는 2001년 1월 열렸습니다. 위자드소프트와 함께 여는 행사로, 앞서 두 번의 코믹한 행사 이미지를 살려 이번 포스터는 상당히 재미있게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행사에서는 위자드소프트에서 개발 중이었던 포가튼 사가 2 온라인과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에 대한 소개, 악튜러스 동영상 등이 상영됐었습니다. 왜 잘 아느냐고요? 저도 갔거든요.

아무튼, 손노리는 3회차 페스티발을 마지막으로 별도의 행사를 열지 않았습니다. 2001년 로커스홀딩스 합병 이후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개발을 선회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전처럼 매년 발표할 만한 거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아무튼, 이원술 대표 역시 인터뷰를 통해 팬 페스티발을 다시 진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수 차례 밝혔지만 결국 이루어지진 않았습니다.


소프트맥스도 '질 수 없지!' 라며 유저 참여형 행사를 시작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소프트맥스도 '질 수 없지!' 라며 유저 참여형 행사를 시작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손노리가 선수를 쳐서인지, 라이벌이었던 소프트맥스 역시 97년부터 매년 열던 제작발표회를 일반 공개로 바꿨습니다. 1999년 8월 열린 '소프트맥스 99' 행사는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누구나 참석 가능한 행사로 열렸으며, 당시 한창 개발 중이던 창세기전 3에 대한 상세 정보들이 다수 공개된 행사였습니다. 포스터에도 시반 슈미터, 크림슨 크루세이드, 아포칼립 스 세 개의 에피소드 챕터가 각각 소개돼 있습니다. 


정확히 1년 후인 2000년에도 유저 참여형 행사를 열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정확히 1년 후인 2000년에도 유저 참여형 행사를 열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소프트맥스도 첫 유저 행사를 통해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이후에도 쭉 이 같은 행사를 이어갔습니다. 이듬해인 2000년 8월에도 같은 행사를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선 창세기전 3 파트 2와 포립 서비스(당시엔 창세기전의 멀티플레이 요소처럼 소개됨) 등이 소개됐습니다.


행사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졌던 2001년 행사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졌던 2001년 행사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2001년 행사는 역대급 스케일로 열렸습니다. 5,000여 명이 입장 가능한 코엑스 3층 대서양관을 통째로 빌려 진행됐고, 캐릭터 코스튬 콘테스트까지 열리는 등 상당히 대규모였죠. 이 자리에서 온라인게임인 테일즈위버가 첫 선을 보였으며, 포리프 모바일 버전인 엠포리프도 선보여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그나카르타도 최초 공개됐었죠. 소프트맥스는 이후로도 몇 차례 더 유저 행사를 열었습니다만, 역시 2004년을 마지막으로 회사가 내리막을 걸으며 더 이상의 큰 행사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정도 열린 후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두 행사입니다만, 당시 손노리와 소프트맥스 팬이었다면 행사 풍경과 당시 발표 내용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그만큼 상징적이고 유저 친화적인 행사가 아니었나 싶네요. 앞으로 이만큼이나 충성적인 팬덤을 가진 개발사가 국내에서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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