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아일랜드, 신암행어사 등으로 널리 알려진 양경일 작가의 데뷔작은 바로 '소마신화전기'입니다. 1993년 소년챔프에 연재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인기에 힘입어 장기 연재되며 스토리가 꼬여 가기 시작해 결국 무기한 연재 중단된 비운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만화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온라인게임 초기에 MMORPG로 제작됐습니다. 모바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90년대 후반엔 수많은 온라인게임이 등장하며 인기 IP 모셔가기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였죠. 당시 커맨조이에서 개발한 온라인게임 소마신화전기는 국내에서의 인기를 힘입어 중국과 유럽 등에서도 서비스됐으나 뒷심을 잃고 2000년대 중반 국내외 서비스가 종료된 바 있습니다. 다만, 유럽 지역에서는 아직 Myth of Soma라는 이름으로 자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소마신화전기가 한창 출시될 무렵 게임잡지 광고들을 모아 살펴보겠습니다.
소마신화전기 광고가 처음 실린 제우미디어 PC챔프 2000년 12월호입니다. 팬들에게 익숙한 원작 만화 이미지를 필두로, 게임 캐릭터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참고로 아래쪽에는 개발사 커맨조이, 서비스사 위즈게이트라는 표기가 보이는데요, 위즈게이트는 현재의 엠게임입니다. 12월 당시에는 아직 게임 테스트조차 시작하지 않은 시점이라 'comming soon' 멘트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2001년 1월에는 베타테스트가 시작됐습니다. 참고로 이 때의 베타는 클로즈베타로, 데이터가 정식서비스로 연결되는 오픈베타는 2월에 진행됩니다. 함께 게재된 스크린샷을 보면 개발 시작 당시 한창 위세를 떨치던 리니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향후 인계와 마계로 클라이언트를 분리하며 차별화된 길을 걷습니다.
2월호에는 일러스트와 함께 2월 1일 '정식베타' 시작을 알리는 문구가 보입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테스트 명칭들이 확정됐지만, 당시만 해도 게임사마다 부르는 명칭이 각기 달랐죠. 심지어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각종 요상망측한 테스트명이 난립하며 이름만 들어선 이게 대체 어떤 테스트인지 감이 안 잡히기까지 했습니다. 어쨌든, 2001년 2월 1일 오픈베타에 돌입하며 소마신화전기의 막이 올랐습니다.
한창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며 기세를 올렸던 3월에는 기사 맨 위에 소개된 제우미디어 넷파워 표지까지 장식했습니다. 원작 주인공 소마 일러스트가 크게 나오긴 하지만, 게임 내 세계관은 소마가 행방불명 된 이후를 기반으로 한 외전격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넷파워 4월호 광고에는 캐릭터와 스크린샷이 대량으로 소개됐는데, 길드전이 한창 벌어지는 필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잡지 특성 상 3월 중순에 미리 제작되기 때문에 오픈베타 시작 2달이 채 안 된 시점인데, 굉장히 이른 시점에 길드전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5~8월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었는지 평범한 이미지 광고가 나왔습니다. 일러스트는 왠지 돌려막기 느낌이 나는데, 아무래도 양경일 작가가 당시 아일랜드를 완결짓고 신암행어사 연재를 시작하면서 한창 바쁠 시기였기 때문에 새로운 광고용 일러스트까지 그릴 여력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엠게임 측도 일러스트 돌려막기를 인지했는지, 이후에는 게임 오리지널 CG들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원작의 명성을 내세우는 시점을 지나기도 했고요.
9월에는 드디어 7개월 간의 오픈베타를 끝내고 상용화 서비스에 들어간다는 광고가 게재됐습니다. 정식서비스와 함께 새롱누 맵과 아이템 등이 추가되고, 시나리오 진행도 예고됐습니다. 당시 오픈베타를 끝내고 월정액 정식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상당한 모험과도 같았는데, 일명 '오베족'이라 불리는 무료 유저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플레이어 수가 확 주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소마신화전기도 이러한 유저 이탈을 겪었습니다.
정식서비스로 인한 유저 이탈이 현실화된 모습은 11월과 12월 광고에서 볼 수 있습니다. 11월과 다르게, 12월 광고에는 50시간 무료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신규 유저 모객에 열을 올리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미 테스트 단계에서 캐릭터를 많이 키워 놓았던 유저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기에, 이러한 초반 무료 정책은 어느 정도 한계를 갖고 있었죠.
이에, 소마신화전기는 꽤나 획기적인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클라이언트를 인계와 마계로 구분해서, 인계는 유료, 마계는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죠. 참고로 마계 클라이언트는 '마천루'라고 별도의 게임처럼 불렸지만, 실제로는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2002년 1월 광고 '마계의 부활'에도 이러한 부분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마치 호드와 얼라이언스 진영으로 나뉜 와우처럼, 인계와 마계로 나뉜 유저들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투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은 상당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2002년 3월, 마지막 한 장의 이미지를 끝으로 소마신화전기 광고는 끝이 납니다. 이후에도 소마신화전기는 나름 활발히 서비스를 지속하고 중국에도 진출했지만 하락세를 이기지 못했고, 2004년에는 전면 무료화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여 만에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그러나 유럽 지역에서는 나름 인기를 끌었는지 2009년 새롭게 런칭 후 지금까지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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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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