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옛날 게임은 실력이 뛰어나거나 게임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강했다. 그러나 최근 게임들은 돈을 많이 쓴 사람이 강해진다. 일명 ‘페이 투 윈(P2W)’이다. P2W 게임은 분명 게임사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다지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특히 공평한 게임이 되어야 하는 슈팅이나 전략 장르에선 P2W의 P만 나와도 몰매를 맞기 십상이다.
페이 투 윈이 있으니, 혹시 반대 사례인 '페이 투 루즈(Pay to Lose)'도 있을까? 돈을 써서 아이템을 샀는데 무과금 캐릭터보다 약해진다는 것은 얼핏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상엔 그 어려운 사례를 현실로 만들어낸 게임사들이 존재한다. 대다수는 버그나 디자인 측면에서 실패한 경우지만, 일부는 이러한 P2W 모델을 풍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TOP 5. 포트나이트, 히트맨 + 네온 윙 = 날 쏴 줘!
요즘은 게임보다는 소셜 플랫폼 같은 느낌도 들지만, 엄연히 포트나이트는 배틀로얄 게임이다. 배틀로얄의 기본은 적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배틀그라운드 최고 아이템 중 하나가 적에게 잘 보이지 않게 해주는 길리수트겠는가. 그 와중에 괜시리 번쩍번쩍 빛난다거나 커다란 장식품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은 ‘날 쏴주세요!’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포트나이트에는 이런 아이템이 꽤나 많다. 초록색 필드에서 눈에 확 띄는 분홍분홍 옷은 물론이고, 일부는 번쩍번쩍 빛나기까지 한다. 그 중 최고봉은 아예 대놓고 과녁 형태인 ‘히트맨’ 스킨, 그리고 등 뒤에 장착해서 더욱 나를 돋보이게 해 주는 ‘네온 날개’ 장식이다. 사실 이 아이템들은 대놓고 눈에 띄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파티용인지라, 오히려 고인물 괴수들은 “하하하 날 쏴 봐라!” 라며 일부러 저 세트를 장착하고 다닌다.
TOP 4. 엘더스크롤 온라인, ‘Pay to Lose’ 아이템 사세요
서양에서 인기가 높은 MMORPG 엘더스크롤 온라인에는 일종의 현금성 아이템 판매점인 크라운 상점이 존재한다. 이 상점은 오픈 초기, 다른 게임들의 P2W 정책을 비웃듯 동물, 의상, 감정 표현 등 치장용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다뤘다. 그 정점이 2017년 만우절에 추가된 ‘Pay to Lose’ 카테고리다.
이 카테고리에는 유료 무기 2종이 속해 있었다. 양손 무기인 ‘빗자루’, 헬멧으로 쓸 수 있는 ‘나무 양동이’였다. 가끔 이런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아이템이 신급 성능을 자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엔 정말로 동네 마당에서 주워 온 듯한 쓰레기 아이템이었다. 한 마디로 기존 P2W 게임들을 풍자하고자 만든 아이템인 것. 뭐, 이후 엘더스크롤 온라인이 버프, 경험치, 랜덤박스 등을 유료로 팔기 시작하며 자충수가 되었지만 말이다.
TOP 3. 발로란트, 황무지 스킨을 적용하니 총구가 길어졌어요
지난 12월, 발로란트에 무기 스킨 하나가 추가됐다. 각종 무기들에 적용할 수 있는 황무지(Wastland) 스킨이다. 보통 황무지라는 이름이 붙는 아이템이 대부분 그렇듯, 각종 잡동사니를 모아서 총에 이어 붙인 터프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얼핏 쓰레기 같아 보이지만, 매끈한 새 총기 사이에서 이런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게 진정한 멋쟁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스킨을 밴달 소총에 적용했더니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황무지에서 길이가 딱 맞는 총구 부품을 구할 수 없었는지, 기본형보다 총구 길이가 약간 길어진 것이다. FPS 똥손 유저 입장에선 이 사소한 게 뭔 상관이냐 싶지만, 60분의 1초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고수 사이에서는 심각한 문제였나 보다. 모서리를 돌 때 총구 길이만큼 먼저 적에게 노출되니 그만큼 불리하다는 것. 결국 라이엇은 항의를 받아들여 황무지 밴달 총구를 톱질했고, 지금은 편안해졌다고 한다.
TOP 2. 리그 오브 레전드, 스킨 쓰면 불리하지만 예뻐서 쓰죠
리그 오브 레전드는 밸런스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스킨 아이템 판매만으로 세계 최고 매출을 올리는 게임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게임이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스킨 외형이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i-블리츠크랭크의 ‘잘 보이지 않는 그랩’은 페이 투 윈 논란의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스킨을 썼을 때 불리한 경우가 더 많다. 기본 상태보다 스킬 범위나 예상 경로를 알려주는 표시가 눈에 훨씬 잘 띄어서, 평소라면 맞출 공격도 ‘거기 조심해!’라며 적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스킨만 오메가 분대 베이가, 별 수호자 럭스, 메카 제로 사이온, 아케이드 케이틀린, 전투 기계 코그모 등… 수도 없다. 여기에 작년 출시된 저항군 요릭 같은 경우 소환한 안개 마녀가 동작에 이상을 일으키는 오류까지 탑재하고 있어 진정한 페이 투 루즈 스킨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워낙 멋있는 스킨이기에 잘 팔린 것이 함정.
TOP 1. 곧 망할 게임에 과금하기
보통 게임에서 최상위권에 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사전등록은 물론, 서비스 시작일부터 아낌 없이 현금 아이템을 구매한다. 특히 유저들끼리 제한된 이권을 두고 다퉈야 하는 게임일수록 초반 경쟁이 매우 뜨겁다. 남들보다 먼저 길드를 만들어 성을 차지하고, 지역을 점령해서 1인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
그러나, 그렇게 투자한 게임이 ‘망겜’으로 분류되어 빠르게 인기가 식고 유저가 빠져나가 버린다면? 서버 1위를 하더라도 자랑할 사람이 없다면? 그야말로 헤비 과금러들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난다. 실제로 SNS 등지를 통한 연예인 마케팅으로 빵빵하게 광고를 했다가 출시 4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 발표를 한 모 MMORPG에 과금을 한 어떤 유저는 “초반 일주일 동안만 즐거웠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섣불리 과금한 사람이 패배자가 되는, 페이 투 루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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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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