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수집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로 일약 모바일게임 거두로 떠오른 일본 게임회사 노츠가 지난 12월 느닷없이 신작을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월희 어 피스 오브 블루 글래스 문. 일명 월희 리메이크다. 노츠가 아마추어 동호회였던 타입문 시절 만든 그 게임 맞다.
2000년 발매 당시, 월희는 보통 고등학생처럼 보이던 주인공이 여주인공을 보자마자 대뜸 17조각으로 절단해 살해하고, 얼마 후 멀쩡히 살아난 그녀를 만난다는 충격적인 도입부와 몰입도 높은 전개로 일약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월희의 인지도를 밑바탕 삼아, 아마추어 동호회였던 타입문은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발매된 지도 20년이 넘은 작품이다 보니, 페이트 시리즈로 입문한 게이머는 월희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노츠의 반석이 된,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지나 리메이크로 돌아오는 월희는 대체 어떤 내용일까?
기업이 아닌 아마추어 동호회로 시작한 노츠,그리고 그 반석이 된 월희
흔히 월희가 노츠의 반석이 된 게임이라고 하지만, 사실 엄밀히 말해 이 게임은 노츠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본래 노츠는 타입문이라는 작은 동호회로 시작했고, 월희는 이 시절 제작됐기 때문이다. 동호회 타입문은 월희를 통해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기업 노츠를 세웠는데, 회사가 설립된 이후 처음 발매한 게임은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원작이 되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였다. 그러니 엄밀히 말해 월희는 노츠의 첫 게임이 아니다.
타입문 결성과 기업화 과정을 다룬 서적 ‘타입문의 궤적’에 따르면, 동호회 타입문은 일본 게임 제작업체 컴파일에 근무하던 일러스트레이터 타케우치 타카시(본명 타케우치 토모타카)가 퇴사하며 시작했다. 컴파일은 환세희담과 뿌요뿌요 등 국내에서도 인지도 높은 게임들을 제작한 기업이었지만, 1990년대 말 투자실패와 부진한 매출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1998년에는 급기야 구조조정까지 진행했는데, 타케우치도 이 시기 컴파일을 떠나야 했던 퇴사자 중 하나였다.
당시 컴파일을 떠난 타케우치 타카시는 같은 해 다른 게임 개발업체 8ing에 입사했지만, 이 회사에도 그리 오래 있지는 않았다. 그는 이후 남는 시간에 아마추어 만화 및 소설 제작 동호회, 소위 ‘동인서클’ 활동을 시작했다. 본래 그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친구인 나스 키노코(필명)와 함께 아마추어 작품 활동을 한 바 있었다.
그렇게 타케우치 타카시는 나스 키노코를 설득해 ‘타케보우키’라는 동호회 사이트를 만들고, 자신이 그림을, 나스가 소설을 연재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여기서 나스가 연재한 소설이 이후 월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공의 경계’다. 공의 경계는 초자연적인 힘을 타고난 다중인격 소녀 료우기 시키가 같은 반 친구 코쿠토 미키야와 관계가 깊어지고 감정적 동요를 겪는 가운데 차츰 기이한 사건들에 휘말리는 내용을 다룬 어반 판타지다.
당시 공의 경계는 정식으로 출판된 소설이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나름 두터운 팬 층을 모았다. 이에 자신들의 창작물에 확신을 얻은 타케우치 타카시는 이듬해인 1999년 인지도 확장을 위해 공의 경계와 설정을 일부 공유하는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그는 컴파일 시절 알고 지내던 옛 직장 동료들과 함께 ‘타입문’이라는 별도 동호회를 설립해 게임을 만들고, 이를 거대 동인지 행사 코믹 마켓에서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나온 게임이 바로 월희였다.
설정을 공유하긴 하지만, 월희는 소설 공의 경계와 직접 연결되진 않았다. 월희는 공의 경계에서 언급된 초자연적 힘을 지닌 4대 퇴마 가문이나, 다중인격 살인귀, 사물의 치명적인 약점을 보는 시야 ‘직사의 마안’ 등 주요 설정을 소재로 한다. 그러나 공의 경계 인물이 직접 등장하거나 스토리가 이어지지는 않으며, 제재(題材)도 소설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뱀파이어로 선정됐다. 일종의 평행세계를 무대로 하는 다른 내용의 게임이었던 셈이다.
발매 당시 월희의 ‘순한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포악한 이중인격과 초자연적 살상기술을 지닌 주인공’이나, ‘시작부터 열일곱 조각으로 절단돼 살해되지만 재생해서 주인공을 찾아오는 뱀파이어 여주인공’ 같은 충격적인 설정과 전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덕분에 월희는 기업에서 정식 출시한 게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으며, 동호회 시절부터 다양한 파생 게임과 영상물이 발매되기도 했다.
이처럼 게임 월희가 소설 공의 경계를 인지도를 뛰어넘자, 마침 자체 게임 제작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던 타케우치 타카시는 아예 동호회 타입문을 기업화 할 포부를 품게 됐다. 결국 타케우치는 2003년 4월 활동을 마지막으로 타입문 활동을 종료한 후 유한회사 노츠를 설립하고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다만 그렇게 노츠를 세운 후에도 타입문이라는 이름은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하며 동일 세계관 게임을 제작했으니, 즉 노츠는 타입문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노츠를 세운 타케우치 타카시는 2004년 또 다른 게임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성인게임 소매 사이트 겟츄에 따르면, 이 게임은 2004년 가장 많이 팔린 비주얼 노벨로 집계됐다. 또한 모바일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개발한 딜라이트 웍스 대표인 쇼지 아키히토는 동양 경제 인터뷰에서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가 PC 버전 기준 팬디스크 포함 40만 장 판매됐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신생 업체 치고 대단한 판매량이었다.
이러한 상업적 성공을 바탕으로 노츠는 차츰 다양한 페이트 시리즈와 미디어믹스를 출시했고, 2007년을 기점으로는 성적 요소를 배제한 전연령판을 출시해 대중성을 높였다. 하지만 페이트 시리즈에 집중하는 동안 노츠의 반석이 된 월희는 계속 방치되어 있었다. 물론 주기적으로 월희 리메이크나 월희 2가 언급되긴 했으나, 실질적 진전은 20년 가까이 없었다.
아 ‘17분할’ 아시는구나~ 시작부터 충격적인 전개의 스토리
그리고 마침내 지난 12월, 모두 잊거나 포기하고 있던 월희 리메이크 버전 출시 소식이 발표됐다. 리메이크 버전은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내용도 다소 수정될 예정이며, 이번에는 원작 월희 기준으로 간략한 스토리를 알아보도록 하자.
당시 일본 성인게임의 표준 방식을 따라 월희도 다수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며, 그 중 어떤 여주인공과 관계를 쌓는지에 따라 다른 스토리로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여주인공은 다섯 명이지만, 뱀파이어 공주 알퀘이드가 기본 여주인공으로 상정된다. 알퀘이드 스토리에도 다른 여주인공이 등장하긴 하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아예 조연으로만 나온다.
월희는 보통의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주인공 토오노 시키가 특별한 힘인 ‘직사의 마안’을 갖고 있다는 데서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불분명한 기억과 빈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던 그는 병원 신세를 지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성으로부터 마술 안경을 받았고, 그 안경을 써서 초자연적 시야를 가릴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부유한 본가를 떠나 방계 친척들 손에서 자랐으나, 게임 시작 시점에서는 가주가 된 여동생 토오노 아키하의 지시로 저택에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게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토오노 시키는 길거리에서 스친 한 금발 여성에게 알 수 없는 살의를 느낀다. 살의에 미친 그는 여성의 뒤를 밟아 따라가 집을 확인한 후, 초인종을 눌러 여성이 나오자 마자 집에 침입해 그녀를 살해한다. 마술 안경을 벗은 토오노 시키는 ‘직사의 마안’ 덕분에 여자의 온 몸을 따라 보이는 치명적인 약점들을 베어 순식간에 17조각으로 분해해버리고, 뒤늦게 제정신을 차린 후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자각해 도망친다.
여기까지의 전개만 봐도 충분히 충격적인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더 생긴다. 살인사건 수사가 시작될까 숨 졸이며 살고 있던 토오노 시키에게 그가 살해한 금발 여성이 직접 찾아온 것이다. 사실 토오노 시키 본인은 몰랐지만 그는 초자연적 힘을 지닌 퇴마 가문의 후예였으며, 그가 죽인 여자는 막강한 뱀파이어 공주였다. 즉, 토오노 시키는 뱀파이어 공주의 기운을 느끼자 괴물을 처단하고자 하는 본능에 저도 모르게 그녀를 살해한 것이다.
한편, 뱀파이어 공주 알퀘이드에게도 나름 사연이 있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흡혈생물인 ‘진조’의 최후 생존자인데, 자신을 속여서 일족을 멸망하게 한 다른 뱀파이어 ‘로아’를 찾고 있었다. 로아는 진조에게 물린 인간이 변이해 만들어지는 뱀파이어인 ‘사도’로, 그는 알퀘이드가 본의 아니게 만든 사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생전 마술사였던 로아는 퇴치된 후에도 미리 걸어 둔 마술 의식으로 환생을 거듭하며 살아났고, 그때마다 알퀘이드는 그를 퇴치하러 다니길 반복하고 있었다.
게임 시작 시점에서 이미 알퀘이드는 차츰 피를 마시고자 하는 욕구를 참기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진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언데드 몬스터가 아니라 반신에 가까운 존재지만, 일단 한 번 피에 맛을 들이면 점점 흡혈충동을 거부하기 힘들어지는 특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미 알퀘이드는 로아의 속임수에 넘어가 그의 피를 마신 후 흡혈충동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여기에 토오노 시키에게 살해되며 재생에 큰 힘을 써버린 탓에 자제심이 한층 더 크게 꺾이고 말았다.
결국 흡혈충동에 시달리던 알퀘이드는 어쩔 수 없이 토오노 시키를 하수인 삼아서 게임 무대가 되는 도시에 환생한 로아를 찾는 일을 돕게 만든다. 토오노 시키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알퀘이드의 탐색에 합류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뱀파이어, 교회에서 보낸 뱀파이어 사냥꾼 수녀, 일본의 퇴마 일족 등과 조우하게 된다. 선택지에 따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기본이 되는 뱀파이어 쪽 내용은 이러한 흐름으로 진행된다.
게임 말미에 드러나는 내용인 즉, 로아는 본디 필멸의 존재를 덧없게 여기고 영원성을 추구하는 학자이자 사제였다. 그 과정에서 이단적 지식을 포옹하고 뱀파이어가 될 마음을 품었으나, 정작 자신을 사도로 만들어줄 진조를 찾아간 곳에서 그는 알퀘이드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그는 알퀘이드가 자신의 수도자적 정신을 오염시켰다고 믿어 복수심을 품었으며, 알퀘이드를 속여 자기 피를 마시게 만들어 폭주해 동족들을 살해하도록 유도했다.
진조가 사도를 만들면 자신의 힘 중 일부를 하사하게 된다. 그렇기에 알퀘이드의 힘 중 일부는 로아에게 흘러 들어가 있다. 이에 알퀘이드는 힘을 되찾고 복수를 이루기 위해 대대로 로아를 찾아 죽여왔으나, 상대가 전생을 거듭한 바람에 계속 완전한 퇴치에는 실패하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둘의 관계는 애증에 가깝다. 로아는 전생을 거듭하면서 계속 알퀘이드를 기다리고, 알퀘이드는 그를 찾아 죽이는 관계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결국 토오노 시키와 알퀘이드는 교회가 로아를 추적하기 위해 보낸 사냥꾼이자, 과거 로아에 몸을 빼앗겼던 숙주 중 하나이기도 한 수녀 시엘과 함께 한 끝에 로아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싸움 끝에 로아는 존재의 형이상학적 죽음을 보고 이를 물리적으로 찔러서 소멸시킬 수 있는 ‘직사의 마안’을 가진 토오노 시키에게 영혼까지 소멸당하고 만다. 그렇게 로아의 소멸과 함께 월희 뱀파이어 스토리는 마무리된다.
다만 본가 여동생이나 하녀들을 중심으로 선택지를 고를 시에는 뱀파이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쪽에서는 일본 퇴마 가문들 사이에 얽힌 피비린내 나는 과거와, 주인공 토오노 시키가 옛날 기억이 불분명하고 특별한 힘을 지닌 데 대한 숨겨진 이유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 역시 뱀파이어 스토리와 아예 무관하지는 않으며, 나름대로 중요하게 연결되는 내용도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알퀘이드가 쫓던 로아의 환생은 여기서도 주요하게 등장한다.
사실 뱀파이어 스토리에 나왔던 로아의 이번 전생 숙주는 토오노 가문이 비밀리에 숨겨둔 장손 토오노 시키였다. 그리고 이전까지 토오노 시키로 알려졌던 주인공은 사실 토오노 가문이 몰살시킨 퇴마 가문 나나야의 유일한 생존자 나나야 시키였다. 그러다 토오노 가문 장손이 로아의 영혼에 쓰여 미쳐버리자, 가문은 그를 지하에 감금한 후 대외적 위장을 위해 마침 거두어들여 키우던 나나야 시키를 토오노 시키처럼 기른 것이다.
게다가, 진짜 토오노 시키가 발작을 일으킬 때 주인공은 한 번 살해된 적이 있었다. 이에 그를 흠모하던 여동생 토오노 아키하가 자신에게 내재된 요괴의 힘을 사용하여 자기 생명력을 전이해 살려냈지만, 그 반작용으로 토오노 아키하는 요괴의 성질이 강하게 발현돼 차츰 인간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토오노 아키하는 하녀들의 피를 빨아 마시는 방식으로 요괴성의 발현을 억누르는 임시방책을 사용하고 있었다.
뱀파이어 스토리에서 진짜 토오노 시키는 저택 지하에서 탈주한 후 완전히 로아에 몸을 빼앗겨 뱀파이어가 되지만, 토오노 가문 스토리에서는 반대로 요괴의 피가 각성한 끝에 로아의 의식을 억누른다. 여주인공 중 누구를 중심으로 선택지를 고르는지에 따라 구체적인 스토리 전개는 크게 달라지나, 기본적으로 진짜 토오노 시키는 주인공에게 제거되고 토오노 아키하는 차츰 요괴가 돼 주인공을 죽이거나, 죽거나, 우회적인 방법으로 인간성을 보존하는 등 결말이 갈린다.
이렇듯 월희는 충격적인 스릴러 전개로 시선을 잡아 끌었지만, 그 내용을 보면 현대 도시 이면에 숨어 살아가는 뱀파이어나 마술사 비밀결사 같은 초자연적 존재들이 등장하는 어반 판타지에 가깝다. 또한 원작이 성인게임인 만큼 주인공 토오노 시키와 여주인공들의 로맨스에도 꽤나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월희의 다양한 파생작, 혹시 ‘페이트’와도 이어지나?
월희 관련 콘텐츠 중 가장 처음 출시된 것은 당연히 2000년 나온 게임 월희다. 월희는 아마추어 동호회였던 타입문이 한정된 자원으로 만든 게임이었기에 제작 과정도 그리 순탄치 못했다. 제작이 지연되자 타입문은 발매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이른바 ‘반월판’으로 불리는 선행 공개 버전을 먼저 출시했다. 반월판은 알퀘이드를 중심으로 한 뱀파이어 스토리와 퇴마 가문의 과거를 조명하는 토오노 가문 스토리 중 전자만 담고 있었다. 즉 반월이란 월희 전체 내용 중 절반만 담았다는 뜻이었다.
완전한 버전의 월희는 2000년 12월 코믹마켓에서 발매됐다. 이 게임이 서브컬처계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얻자, 타입문은 보너스 디스크 ‘월희 PLUS-DISK’와 팬디스크 ‘가월십야’를 냈다. 이들 또한 본판에 직접 등장이 없던 설정이나 캐릭터들의 숨겨진 면모를 다뤄 팬덤 구축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다만 ‘가월십야’는 짧은 외전 스토리를 여럿 담은 내용이기에 월희와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후속작은 아니다.
‘진월담 월희’라는 이름으로 만화와 영상물이 제작되기도 했다. 만화와 영상물 사이에는 내용상 차이가 있으나, 둘 다 원작 내용 중 뱀파이어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같다. 만화는 2010년까지 총 10권 연재됐으며, 국내에도 학산문화사를 통해 정식 발매된 바 있다. 팬들 사이에서 만화는 원작 게임을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스토리 분기에 나오는 흥미로운 요소를 적절히 섞어 스토리텔링을 강화했다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반면 2003년 제작된 12회 분량 영상물 ‘진월담 월희’는 열악한 품질로 빈번히 언급되는 작품이다. 엉성한 작화와 연출은 물론, 원작 내용도 지나치게 축약돼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격투게임 마니아들은 아마 알 법한 게임인 ‘멜티 블러드’도 월희 파생 게임이다. 멜티 블러드는 투하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대전격투 게임 ‘퀸 오브 하트’를 만든 동호회 와타나베 제작소가 만든 게임인데, 전작 퀸 오브 하트와 마찬가지로 월희 캐릭터들이 대전을 벌이는 2D 대전격투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꾸준한 인기 속에 여러 후속작을 발매했으며, 세가, 에콜 소프트웨어, 아크 시스템 웍스를 통해 여러 플랫폼으로 정식 출시되기도 했다.
멜티 블러드는 월희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2차 창작 게임에 가깝지만, 자체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별도로 미디어 믹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2006년부터 연재된 동명의 만화에서는 게임 월희 이후 벌어진 사건을 다루는데, 내용은 멜티 블러드에 나왔던 막강한 뱀파이어 제피아를 쓰러뜨리는 과정을 담는다. 동인 격투게임이라는 한계가 있던 스토리텔링을 어느 정도 보강한 구성이다.
또한 타입문이 노츠로 기업화 한 이후 제작한 게임 페이트 시리즈와 마법사의 밤도 월희와 일부 설정을 공유한다. 다만 페이트 시리즈는 일종의 평행세계로 간주된다. 페이트에도 월희에 나온 로아나 제피아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나, 기존 월희에 나온 것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페이트 세계에서는 특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스토리가 월희와 다르게 진행됐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페이트 드라마 CD에 나온 로아는 알퀘이드와 만난 적이 없어 성격이 크게 다르다.
2012년 출시된 마법사의 밤은 월희와 페이트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법사 캐릭터인 아오자키 아오코의 젊은 시절을 다룬 비주얼 노벨 게임이다. 아오자키 아오코는 월희와 페이트 시리즈 양쪽에 등장하기는 하나, 스토리상 큰 비중이 없는 배경적 조력자에 가까웠다. 게임은 아오자키 아오코가 마법사라는 정체를 감추고 살던 학생 시절, 한 남학생과 함께 마법사들의 암투에 휘말리는 내용을 다룬다. 공간적 배경은 월희에 나오는 도시다.
이렇듯 월희는 20년도 더 전에 나온 아마추어 게임 치고 대단히 많은 만화와 영상물로 미디어 믹스가 됐으며, 노츠의 다른 게임과도 느슨한 연결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갈수록 게임간 접점이 확장되고 있는 만큼, 2021년 여름 나올 리메이크판에서는 설정 공유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월희와 페이트 시리즈 사이에 더욱 많은 크로스오버를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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