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는 참 불쌍한 캐릭터다. 쌍둥이 형 마리오는 포켓몬, 링크(젤다 아님)와 더불어 닌텐도를 상징하는 캐릭터인데, 형보다 키도 크고 높이 뛸 수도 있는 루이지는 비교적 인지도가 낮다. 마리오 세계관 내에서도 마리오의 연인 피치공주나 메인빌런 쿠파, 심지어 탈 것인 요시보다도 존재감이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루이지는 용감하고 자신감 넘치는 형과 다르게 소심하고 겁이 많은데다가 종종 열등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동생 루이지는 형 마리오 못지않게 정의감도 투철하고, 특히 퇴마에 높은 소질을 보인다.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이러한 ‘퇴마사’ 루이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이다. 겁이 많아 움직일 때마다 벌벌 떨면서도 청소기 형태의 퇴마 도구인 ‘유령싹싹’ 하나만 들고 유령에게 납치된 형을 구하는 루이지의 모습을 보면, ‘형보다 나은 동생 없다’라는 옛 말이 틀렸음을 알 수 있다.
할로윈에 맞춰 출시된 ‘루이지 맨션 3’에서도 루이지의 활약은 계속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분신인 ‘구이지’를 활용할 수도 있으며, 무기인 유령싹싹 역시 시대에 어울리는 외형과 함께 더 많은 기능을 탑재했다. 공간적 배경 역시 저택이었던 전작과 달리 다양한 테마로 이뤄져 있는 초호화 고층 호텔로 바뀌었다. 퍼즐 풀이를 고민하고 수집품을 모으는 시리즈 특유의 재미가 배가돼 루이지를 스타덤에 올릴만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령 청소기 유령싹싹, 외형만 바뀐 게 아니다
시리즈 전작과 마찬가지로 의문의 초청장을 받은 루이지는 마리오와 피치공주, 그리고 3명의 키노피오를 대동하고 초호화 고층 호텔을 방문한다. 호텔 오너의 성대한 환영과 함께 방을 배정받은 일행은 각자 방에서 여독을 푸는데, 루이지가 잠깐 잠이 든 사이 마리오와 피치공주, 키노피오들은 납치돼 그림 속에 박제돼버린다.
순식간에 귀신의 집으로 변한 이 호텔은 지하 2층부터 옥상까지 총 17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초호화 호텔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각 층마다 독특한 테마를 갖추고 있으며, 해당 테마에 어울리는 무장을 한 유령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중세시대 테마인 ‘캐슬 플로어’에선 돈키호테 닮은 유령이 보스로 등장하고, 수풀이 우거진 정원을 테마로 한 층에서는 정원사 유령이 보스로 나온다. 스테이지에 곳곳에 퍼져있는 퍼즐 역시 해당 테마에 어울리는 콘셉트로 디자인됐다. 이처럼 층마다 다른 공략법과 분위기 덕분에 층을 올라갈수록 식상함보다 신선함이 느껴졌다.
본격적인 호텔 탐방에 앞서 최신형 유령싹싹을 획득하고, 아라따 박사를 구출해 분신인 ‘구이지’를 얻어야 한다. 루이지 맨션 3는 ‘호러 어드벤처’를 표방하고 있지만, 전체이용가라는 등급분류에서도 알 수 있듯 무서운 요소는 전혀 없다.
대신 유령싹싹과 구이지를 활용해 다양한 유령을 처치하고, 스테이지 구석구석 숨어있는 각종 수집품을 모으는 것이 루이지 맨션의 핵심 재미다. 2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령싹싹은 시대에 맞게 외형이 변화했다. 고가이지만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끈 D사 청소기와 닮았다는 점이 소소한 웃음 포인트다. 기능면에서도 공기를 강하게 분사해 점프하는 ‘버스트’가 추가됐으며, 공기통에 채워진 ‘플러버’를 떠올리게 하는 초록색 물질로 루이지의 분신인 구이지를 소환할 수도 있다. 루이지와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는 분신 구이지는 사용횟수에 제한이 없고, 쿨타임도 거의 없지만, 체력이 적고 물에 취약해 물기가 몸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녹아내려 버린다.
유령싹싹 및 구이지 활용도는 전투에서 빛을 발한다. 유령을 처치하는 가장 기본적인 패턴은 강한 빛을 쏘는 스트로브로 기절시킨 다음, ‘빨아들이기’로 붙잡고 이리저리 내동댕이쳐 유령의 체력을 소진시킨 뒤 흡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빨아들이는 속도보다 도망가는 속도가 빠른 유령, 반드시 뒤에서 ‘빨아들이기’를 사용해야 붙잡을 수 있는 유령, 혼자 힘으로는 붙잡을 수 없는 유령 등이 존재한다. 아울러 같은 종류 유령이더라도 무장에 따라 공략 방법이 천차만별인데다가, 보스들에겐 일반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령과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방법은 스테이지 환경을 주시한 다음, 유령싹싹의 기능을 하나도 빠짐 없이 활용하는 것이다. 가령 천장에 올라가 기습만 노리는 고양이 유령이 있다. 이 경우 구이지를 미끼로 던져놓은 다음, 고양이가 공격하려는 찰나에 스트로브를 쏴 기절시키는 방식으로 공략할 수 있다. 영화 스튜디오 콘셉트의 층에선 고질라 탈을 쓴 유령이 등장하는데, 스트로브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공격을 피해 도망 다니다 보면 고질라 유령이 파이어볼 비슷한 물체를 쏘는데, 유령싹싹을 이용해 바람을 파이어볼을 향해 분사하면 방향을 180도 바꿔 고질라 유령에게로 향한다. 이처럼 나만의 유령 공략법을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다.
퍼즐 풀이 역시 유령 퇴치와 마찬가지다. 데카르트처럼 모든 것을 의심해보고, 유령싹싹과 구이지를 사용해야 한다. 특정 공간이나 물체에 다크라이트를 비추면 평범한 돈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감춰졌던 가구나 물건이 실체화되기도 한다. 쇠창살로 가로막혀 있는 공간은 구이지가 통과할 수 있어 열쇠나 보석을 꺼내 올 수도 있다. 참고로 배관을 들락날락하는 구이지를 보면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향수가 느껴지기도 한다.
메인 스토리를 클리어하고 모든 수집품을 모았다고 해서 게임의 재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엔드 콘텐츠 중 하나인 ‘공포의 타워’는 최대 8인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협력 멀티플레이로 주어진 시간 내에 모든 유령을 처치해야 한다. 각개 전투가 되지 않도록 협력할 수 있는 요소를 잘 녹여냈는데, 모든 플레이어가 한 곳에 모여 구이지까지 소환해야만 열 수 있는 문이라던가, 문에 끼여 오도가도 못하는 플레이어는 다른 동료가 와서 구해야 하는 등 ‘함께 하는’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특히 직접 멀티플레이를 하면서 수도 없이 갇혔지만, 선량한 다른 루이지들의 도움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기에 ‘협력’의 묘미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조금만 일찍 나왔다면 올해 유력한 GOTY 후보
루이지 맨션 시리즈의 유일한 단점은 비교적 짧은 플레이타임이다. 다양한 수집요소와 온라인 및 로컬 멀티플레이가 이러한 단점을 조금이나마 상쇄하긴 하지만, 메인스토리만 즐긴다면 10시간 내로 클리어 가능하다. 메인스토리 위주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6만 4,8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퍼즐풀이와 수집요소가 많은 게임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가진 게이머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조작을 강요하지 않고, 퍼즐도 터무니 없이 난해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대중적인 난이도를 갖추고 있으면서 독창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루이지가 단독 주인공을 맡은 유일한 시리즈라는 점에서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할 만하다.
루이지 맨션 3가 조금만 일찍 나왔다면 충분히 올해의 유력한 GOTY(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 후보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닌텐도 스위치 유저라면 루이지의 매력을 꼭 느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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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기사에 담아내고 싶습니다.laridae@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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