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얼마 전, 추억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 3 꿈꾸는 요정(이하 프린세스 메이커 3)’이 스팀에 이어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팬들 사이에서 소소한 화제가 됐습니다. 아마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을 보낸 PC게이머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에 각별한 애정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당시를 기억해 보면 저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이 게임 정품 패키지를 산 사람이 딱히 없네요. 아마도 대부분이 잡지 번들이나 주얼판 등으로 게임을 접했을 겁니다. 보통 이 정도 유명 게임은 정품 패키지도 많이 팔리는데 어찌 된 일일까요? 프린세스 메이커 3가 한국에 정식 발매되던 1998년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첫 번째 광고는 제우미디어 PC챔프 1998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PC판 국내 정식발매가 6월이었으니 출시에 앞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광고로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리사 앤더슨(디폴트 네임, 통칭 삼녀)의 어릴 적 모습과 요정 우즈가 메인에 나와 있고, 주변으로는 세 개의 엔딩과 세 개의 바캉스 CG가 하나씩 보입니다. 워낙에 일러스트가 예쁜 게임이므로 아무 거나 갖다 박아도 그림이 되는… 잠깐! 근데 저 왼쪽 아래는 양아버지(플레이어)와의 결혼 엔딩 아닌가!?
어쨌든, 발매를 앞둔 이때만 해도 국내 유통을 맡았던 만트라는 꽤나 의욕적인 마케팅을 벌였습니다. 사실 당시 만트라의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1997년 이스 이터널 출시 당시 IMF로 인한 분위기 침체를 이겨내고자 공격적인 TV 광고를 진행하면서 꽤나 무리를 했는데, 총판 업체였던 하이콤이 1차 부도를 맞이하면서 판매대금이 회수가 되지 않으며 회사 자금사정이 크게 휘청였습니다. 이에 만트라는 회사의 사운을 프린세스 메이커 3에 걸었죠. 광고 하단에 나와 있듯 대기업인 쌍용과 계약을 맺고 오프닝 영상 음성 한국어 더빙까지 진행하며 그야말로 으쌰으쌰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98년 6월 프린세스 메이커 3 PC판이 국내 정식 발매됐습니다. 당시 PC챔프 7월호에 광고가 또 다시 실렸는데, 7월호 잡지라고는 해도 실질적인 발간일은 6월 말이니 사실상 출시 광고입니다. 지면 자체는 게임 화면과 일러스트, 상세 설명이 잔뜩 담겨 있는 꽤나 모범적인 2면 광고로 채웠습니다.
다만, 눈썰미가 있는 분들은 광고 2면의 협력업체 소개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4월 광고에 나온 쌍용이 빠진 것인데요, 당시 쌍용과 계약이 해지되면서 코리아 미디어 링크와 급히 새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왜 쌍용과 계약이 해지됐는지에 대해서는 양사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바가 없기에 추측만 가능하지만, 당시 출시를 한 달여 앞두고 일어난 베타 버전 유출 사건이 계기가 된 것이라는 설이 우세합니다. 출시 전부터 용산 등지에 불법복제판이 유출돼 돌아다니는 최악의 사태가 터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태가 터졌다고 출시를 취소하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왔기에, 만트라는 프린세스 메이커 3 출시를 감행했고 이어 8월호 잡지에도 또다시 광고를 실었습니다. 정품 이용을 독려하는 의미에서 ‘불법복제 S/W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 멘트와 불법 복제품을 정품으로 교환해 준다는 멘트도 실려 있습니다. 여기에 정품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수기 공모전도 열었네요. 10월 15일까지 수시 접수하는 해당 이벤트에서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고가였던 노트북 컴퓨터, 그리고 게임잡지 6개월 정기구독권 등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이벤트 당첨자는 결국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벤트가 끝나기 전인 그 해 8월 29일, 만트라가 부도를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이스 이터널 사태 이후 휘청거리던 회사 재정을 프린세스 메이커 3로 일으켜보려 했지만, 불법유통 사건으로 인해 정품 판매량이 저조하자 결국 부도처리가 된 것이죠. 이로 인해 만트라 유통사 역할을 하던 하늬소프트도 연쇄 부도가 났으며, 당시 만트라에서 자체 신작인 ‘랩소디언 어컬텔러’를 개발 중이던 스물 한 살 김형태도 일자리를 잃어 잠시 방황하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소프트맥스에 입사하는 등 다양한 일이 일어납니다.
어쨌든 프린세스 메이커 3는 그렇게 국내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후 코리아미디어링크를 통해 주얼 CD가 유통됐고, 이듬해에는 타 게임잡지 부록으로도 실리는 등 지속적으로 배포돼 결국 국내에 널리 퍼지긴 했습니다. 이제는 스팀에 이어 닌텐도 스위치로도 즐길 수 있게 될 프린세스 메이커 3를 보며 잠시나마 묵념의 시간을 가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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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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