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수집형 RPG의 기본 소양은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와 자동전투다.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수집욕을 자극하며, 자동전투는 이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과정의 수고스러움을 덜어준다. 그런데 지난 18일, 이러한 수집형 RPG의 공식에 반기를 든 게임 ‘퍼스트 서머너’가 등장했다.
우중충한 분위기의 다크 판타지 세계관 배경에 오크, 오우거, 해골 등 기괴한 모습을 한 몬스터가 수집대상으로 등장한다. 게다가 자동전투마저 과감히 배제해 플레이어가 모든 전투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 첫인상은 굉장히 낯설고 불편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직접 플레이 해보니 낯선 세계관은 흥미로운 서사와 시너지를 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잘 짜인 몬스터 상성관계와 다양한 변수로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해 수동전투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여전사 레이첼과 여섯 괴물들
‘퍼스트 서머너’에서 전투는 가로가 아닌 세로 방향으로 진행된다. 주인공 레이첼을 앞으로 전진시키면서, 전투 전에 준비한 6종 괴물들을 마주치는 적 상성과 자신의 마나 수치에 맞게 소환해 교전을 벌인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레이첼을 직접 조종하고, 소환한 몬스터는 레이첼을 졸졸 따라다니며 적을 마주치면 스스로 공격한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군 소환수 인공지능이 다소 멍청한 편이어서 알아서 움직이지 않기에 탱커형 소환수보다 주인공 레이첼이 앞장서야 한다. 시야에 보이는 적의 공격은 피하기 쉽지만,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내 기습하는 적이 있을 경우 레이첼을 후방으로 이동시키고 탱커형 소환수가 공격을 받아내도록 해야 한다. 또한 탱커형 소환수의 체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레이첼로 적 딜러를 먼저 잘라낼 수도 있다.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플레이어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조작을 요구해 수동전투의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전투에 돌입하기 앞서 스테이지 정보를 보면 출현 몬스터 목록이 있다. ‘퍼스트 서머너’에는 범용 사용 가능한 소환수는 있어도 만능은 없다. 출현 몬스터 목록을 유심히 살펴 상성에 맞는 소환수로 덱을 구성해 전투에 입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높은 체력을 갖고 있지만, 공격과 이동 속도가 느린 오우거를 적으로 마주칠 경우 1회 소환에 2기 이상이 출현하는 스컬 아처와 이블 더스트를 사용해야 한다. 반면 이블 더스트는 한번에 6기가 소환돼 강력한 근접공격을 구사하지만, 체력이 매우 약해 원거리 딜러나 광역기를 가진 적을 상대로는 매우 취약하다.
또한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된 항아리, 상자 등을 부수거나 열어 체력과 마나 수치를 보충할 수 있는데, 이것들을 어느 타이밍에 사용할지도 스테이지 공략의 관건이다. 체력이 부족하지 않을 때 체력 상자를 열어버리면, 나중에 체력이 부족할 때 후회할지 모른다. 그리고 상자를 열기 위해 레이첼이 무방비 상태로 앞장설 때 적 몬스터가 갑자기 등장해 기습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움직임 하나하나 유의해야 한다.
몇몇 특정 캐릭터만 특별하게 성능이 좋다면, 그리고 그런 캐릭터가 높은 과금을 해야 한다면 전략을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퍼스트 서머너’는 몬스터간 상성관계가 상당히 잘 구성돼 있어 머리만 굴린다면 일정 스테이지까지 거침없이 클리어 가능하다. 물론 거침없는 진격도 한계에 봉착하는 순간이 온다. 과금을 해 손 쉽게 앞으로 나아가느냐 혹은 반복전투로 주인공 레이첼과 소환수를 강화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데, 수동으로 하는 반복전투를 한다고 해도 지루하지는 않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투에 수많은 변수가 있고, 다양한 전략과 소환수 구성을 시험해보는 재미도 있다.
로그라이크 던전인 ‘무한의 혼돈’은 쫄깃한 긴장감과 높은 성취감을 선사한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콘텐츠로 층마다 복수의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다. 한 개 층에 있는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면 지금까지 획득한 보상을 수령하거나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것 중 선택하게 되는데, 만약 다음 층 중간에 사망하게 되면 모든 보상은 사라지게 된다. 덱 역시 내가 키운 몬스터가 아닌 임의로 주어지는 것 중 골라서 꾸려야 하기에 긴장감은 더욱 배가된다. 정말 운과 실력이 함께해야 하는 콘텐츠인 것이다. 스테이지 중간에 사망한 이들이 남긴 무덤과 유언을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 본 기자도 2층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유언 한마디 남기고 왔다.
자동전투가 조금 그리워집니다
수동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손맛과 전략성 외에도 주인공 레이첼의 눈부신 외모와 취향 저격하는 다크 판타지 세계관 등, ‘퍼스트 서머너’에 매력 포인트는 다양하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에서 자동전투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요소임을 이 게임을 통해 알게 됐다.
스마트폰 성능이 장족의 발전을 거둬 PC 또는 콘솔 게임 못지않은 그래픽을 구현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게 됐지만, 작은 화면과 불편한 조작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기에 반복전투와 같은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다. 캐릭터와 아이템 획득 및 강화를 할 수 있는 자동전투가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퍼스트 서머너’는 이런 부분을 다소 간과한 듯 하다. 어느 순간 스테이지 진행이 막혔을 때 이미 클리어한 스테이지에서 열심히 캐릭터와 몬스터를 키워야 하는데 캐릭터가 스스로 움직여 적을 무찔러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혼자 밥을 먹거나, 지친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수고로움 없이 즐길만한 게임이 필요한데, ‘퍼스트 서머너’는 직접 플레이를 해야 하니 손을 댈 수가 없어 아쉬웠다.
자동전투 부재로 상당한 피로감이 느껴지고 즐길 수 있는 여건에 제약이 있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그러나 색다른 세계관과 매력적인 주인공, 그리고 수동전투의 손맛과 전략성으로 무장해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특히 모바일에서도 PC 또는 콘솔 못지않은 수동전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퍼스트 서머너’가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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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기사에 담아내고 싶습니다.laridae@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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