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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셔틀]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 GPS와 궁합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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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마법사 연합'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나이언틱)
▲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나이언틱)

3년 전, '포켓몬 고'가 가져온 파급력은 대단했다. 게임은 집 안에서만 한다는 편견을 깨고 수많은 포덕들을 야외로 불러냈으며, 인종과 지역, 직업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게임으로 하나가 됐다. 몬스터볼을 얻을 수 있는 포켓 스톱으로 선정된 상점은 매출상승 효과를 누렸으며, 희귀 포켓몬이 출몰하는 지역은 그 자체로 또 다른 관광사업이 가능할 만큼 많은 유저들이 몰리기도 했다. 강원도 속초도 한 때 방문객이 크게 늘었으며, 고속버스 이용객도 증가, 심지어는 보조 배터리 매출도 올랐을 정도다.

나이언틱의 전성기를 부른 '포켓몬 고'와 달리 신작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의 흥행은 그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나이언틱의 전작보다 확연히 발전된 기술력과 흥미로운 설정을 차용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막상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출시 전 게임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더욱 뜨겁게 느껴졌을 정도. 

과연 어떤 부분이 문제였을까?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해보니 원작 팬이라면 '포켓몬 고' 이상으로 몰입하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게임을 시작하게끔 유도하는 동기 부여나 GPS와의 궁합을 생각해 보면 '글쎄' 라는 의문도 들었다.

▲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전작과 비슷한 듯 다른 느낌

'포켓몬 고'가 도감을 완성한다는 목적을 원작과 함께 공유했던 것과 달리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은 그렇지 않다. 원작이 '볼드모트를 물리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머글 세계에 흩어진 마법 혼란체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다. 정확히는 어떤 마법으로 인해 머글 세계에 등장한 발견체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고, 음모의 주동자를 찾아가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다.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원작과 충분히 연계되기 때문에 팬 입장에서 몰입할 구석은 더욱 많은 편이다. 

전반적인 플레이 방식은 '포켓몬 고'와 매우 유사하다. GPS를 켜고 주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모니터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포켓몬 고'가 '포켓몬'을 몬스터볼로 포획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본작에선 주문을 사용해 현실 세계로 흩어진 혼란체들을 수집하면 된다. 몬스터볼이 소모품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주문력이란 소모품이 등장하며, 포켓스탑에서 5분마다 각종 소모품을 수급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여기선 여관에서 음식을 섭취해 주문력을 충전할 수 있다. 포켓몬 알을 부화하는 대신 희귀 발견체가 있는 곳으로 이동 가능한 포트키가 있고, 마법약이나 약초를 직접 제조하거나 재배할 수 있는 것도 익숙한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포켓몬 고'와 비슷한 게임 양상을 띄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전반적으로 '포켓몬 고'와 비슷한 게임 양상을 띄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포켓스탑이 여관으로, 몬스터볼이 주문력으로 바뀌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포켓스탑이 여관으로, 몬스터볼이 주문력으로 바뀌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등장하는 발견물들은 매우 다양하다. 금속을 좋아하는 귀염둥이 니플러라던가 새끼 히포그리프 같은 신비한 동물들부터, 스니치, 퀘이플같은 퀴디치 용품도 등장한다. 심지어는 디멘터에게 쫓기고 있는 해리포터나 호그와트 교수진도 발견체로 수집할 수 있다. 몬스터볼을 회전시키거나 정확한 타이밍에 던져서 포획확률과 경험치 획득량을 높였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정해진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으로 발견체를 잡을 수 있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주문을 그리느냐에 따라서 포획률과 경험치가 달라진다. 

콘텐츠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작이 체육관 배틀을 통한 진영간 경쟁에 보다 치중했다면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은 협동요소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상성과 병과 분류가 확실한 직업체계와 체육관 대신 존재하는 요새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도에 표시된 요새에선 멀티플레이 마법도전을 할 수 있는데, 상대가 강한 관계로 여러 병과의 친구들과 파티를 이뤄야 수월하게 깰 수 있다. 공격에 특화된 오러와 힐링에 특화된 동물학자, 대미지 보조를 겸하는 교수가 팀을 잘 구성해야 게임이 수월해진다. 

직업 별로 능력치가 상이하기 때문에 고심해서 골라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직업 별로 능력치가 상이하기 때문에 고심해서 골라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원작 팬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작품

전반적으로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은 원작 골수 팬에게는 몰입할 만한 요소가 한없이 넘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마법사 세계 직업부터, 호그와트 기숙사, 지팡이의 재료와 탄성, 길이 등 스스로 만든 프로필에 심취해 혼란체를 수집하고 주변의 플레이어와 우연히 만나서 마법도전을 진행하다보면 핸드폰을 네비게이션 삼아 현실 이면의 마법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소 엉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을 원작과 잘 엮어낸 스토리도 몰입에 도움을 준다. '죽음의 성물' 사건 이후 머글세계에 퍼진 여러 마법 세계의 비밀들을 원래대로 돌려 놓는다는 시놉시스는 원작의 핵심 설정이었던 국제 비밀 법령과도 합치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원작을 잘 아는 게이머 입장에선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다소 쉽게 허물 수 있다. 실제로 공식 커뮤니티에선 스스로를 '00지역 00동물학자', '00지역의 마법부 파견 직원' 같은 칭호로 부르며 현실에서 RPG를 즐기는 유저들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공식 커뮤니티 운영자 닉네임은 '마법부 장관'이다.

마법도전 같은 콘텐츠는 확실히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편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마법도전 같은 콘텐츠는 확실히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편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직접 기숙사를 고르고 지팡이를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직접 기숙사를 고르고 지팡이를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날씨나 장소에 따라 출몰하는 발견체가 바뀌는 등 섬세한 연출도 흥미롭다. 헬스장이나 운동장이 많은 곳에선 퀴디치 용품을 많이 발견할 수 있으며, 밤이 되면 디멘터나 늑대인간 같은 밤을 좋아하는 발견체들이 많이 등장하는 식이다. 현실의 날씨나 환경에 영향을 받는 점도 몰입에 큰 도움을 주는 부분이다. 

다만, 모든 콘텐츠가 경쟁요소 없이 협력에만 집중돼 있는 점은 다소 아쉽다. 쉽게 말해 현재 '포켓몬 고'에 있는 배틀 콘텐츠 중에서 레이드만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친구와의 마법 듀얼도 없으며 체육관 점령같은 지역 쟁탈전도 없다. 덕분에 몰입감과는 별개로 게임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만한 동기부여는 다소 약한 편이다. 경쟁이 없는 만큼 유저간의 상호작용이 다방면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원작팬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만한 요소가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원작 팬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만한 요소가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GPS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IP 선택

게임 내적으로 봤을 때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은 전작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한 게임성을 지녔다는 느낌은 안 든다. 오히려 부족한 IP 접근성을 메우기 위해 치밀하게 설정을 구사했으며, 섬세한 연출을 더해 몰입감을 높였다.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포켓몬 고'와 대동소이하지만 마법 도전이나 직업 요소 등 그 나름만의 매력도 충분한 편이다.

이로 미루어보건대, 본작이 '포켓몬 고'만큼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데에는 '해리포터'라는 IP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해리포터'는 소설과 영화 모두 스토리적으로 완벽히 완결이 난 콘텐츠다. 물론 스핀오프 작인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가 현재 진행형이긴 하지만, '해리포터'만큼은 확실히 완성된 시리즈라 팬심이 많이 식은 상태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게임에 대한 참여율을 기대하긴 힘든 편이다. 또한 그 동안 원작에 기반한 게임들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충 GPS를 이용한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이만큼의 텍스트가 필요로 하니 말 다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대충 GPS를 이용한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이만큼의 텍스트가 필요로 하니 말 다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포켓몬스터'와 달리 '해리포터'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GPS를 이용한 증강현실 콘셉트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애초에 산과 들에 야생 포켓몬이 산다는 설정이 있는 '포켓몬스터'와 달리 '해리포터'는 어둠의 마법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는 시나리오를 굳이 덧붙여야 할 만큼 GPS와 연관성을 떠올리기 어렵다. 또한 수집품도 신비한 동물부터, 등장인물, 퀴디치 용품에 전단지까지 자질구레한 것들 투성이라, 원작을 모르는 입장에선 '이런 거 까지 모아야 하나'란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차라리 '신비한 동물'만을 내세우거나 등장인물들을 동료로 수집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현재 반응은 다소 아쉽지만 게임 자체는 분명 준수하게 잘 만들어졌다. 제작진이 게임 발표 당시 역설했던 "현실 세계에 진짜 마법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꽤나 멋들어지게 수행한 셈이다. 다만, 흥행을 위해선 '해리포터' 자체가 지닌 일종의 진입 장벽을 다양한 게임 외 방법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흥행을 위해선 게임 외적인 요소에 더 신경 써야 할 듯 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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