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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확률형 아이템'은 독이 든 사과다

▲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업계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업계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결국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스스로 베일 수 있다. 게임과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아주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으로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게임이 도박과 같이 취급될 수 있다.

최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게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게임을 소재로 한 토론회를 주기적으로 열고 있으며 참석자들이 주목하는 대상은 확률형 아이템이다. 아직은 사감위가 게임이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사행업계 및 관련 학계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사행성이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적신호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감위가 게임에 손을 댄다면 오랜 시간을 들여 쌓아온 ‘문화산업’이라는 이미지는 한 순간에 망가진다.

문화산업이라는 이미지는 게임 질병코드를 막기 위한 중요한 카드다. 게임 질병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쪽에 맞서는 논리 중 하나는 게임은 대표적인 여가이자 문화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사감위가 새로운 규제기관으로 들어온다면 ‘문화산업’이라는 주장은 힘을 잃고 대중이 도박처럼 생각하는 ‘사행산업’과 같이 취급된다.

아울러 게임 질병코드를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쪽에서 단골처럼 물고 늘어지는 것이 확률형 아이템이기도 하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게임에 지나치게 빠지게 되고, 과하게 많은 돈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은 게이머들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에 여론전에서도 꺼내 쓰기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업계에 힘을 실어주는 게이머들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 만큼은 적극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7월부터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성인 이용자의 월 결제한도가 풀렸다. 게이머 스스로가 결제한도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인식이 있는 가운데 월 결제한도가 풀리는 상황이 겹치면 ‘근거가 분명하지 않았던 규제를 바로 잡고, 게임 소비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힘을 잃는다.

실제로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은 온라인, 모바일, 콘솔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게임에 결제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그 근거로 언급된 것이 게임이용 장애다. WHO가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가운데 월 결제한도가 없어지면 게임중독이나 사행성 조장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심해지리라는 의견이다. 이러한 틀에 갇히기 싫다면 게임업계도 여론을 향한 실질적인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에 해외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작년에 네덜란드와 벨기에 당국은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과 비슷하다고 지적했으며, 미국에서도 청소년에게 랜덤박스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해외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두 가지 의미에서 업계에 영향을 준다. 직접적인 부분은 이 지역에 게임을 수출할 때 BM을 손봐야 하거나, 진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해외에서 나온 규제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일에 사감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주요 사례로 언급한 것 중 하나가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과 유사하다고 판단한 벨기에 도박위원회의 판결이었다. 해외에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국내에도 비슷한 규제가 도입될 우려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감위, 게임 이용장애, 월 결제한도 폐지, 해외 규제. 각기 다른 이슈지만 얽히고 설키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게임업계에서 꾸준히 자율규제를 하고 있지만 ‘확률 공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울러 외부에서 공격을 받는 것보다 스스로 먼저 움직이는 것이 게임업계 입장에서 가장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업계가 한 발 먼저 대승적인 결단을 내야 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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