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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베끼고 보자, 도의적 책임 못 느끼는 게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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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히어로사가(좌)'와 '포레스트매니아'(우) 비교 이미지 (사진제공: 킹닷컴)

지난 1일 게임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가장 큰 부분은 법원이 저작권이 있다고 인정한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기존에는 일러스트나 음악 등을 무단으로 도용한 정도가 아니라면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작진이 수많은 아이디어와 규칙을 모아서 구축한 독자적인 구조에도 저작권이 있다고 보았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다른 게임의 독자적인 구성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판단될 수 있다.

게임업계가 이 판결에 긴장하고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법정싸움에서 대법원 판례는 시비를 가리는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된다. 게임 하나가 뜨면 우르르 몰려들어 비슷한 게임을 찍어내던 업계에 경각심을 주기 충분하다. 아울러 이후에 소송을 당했을 때 이번에 나온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고민 없이 유사한 게임을 내던 업계가 움찔할만한 일이다.

대법원 판결과 분리해서 생각해도 카피캣이 난무한 시장 환경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만을 살펴봐도 그렇다. 인기 게임이 뜨면 거의 스킨만 바꿔 씌운 것 같은 카피캣 게임 수십 종이 시장에 쏟아졌다. ‘배틀그라운드’가 뜨고 난 후 ‘포트나이트’를 비롯한 배틀로얄 게임이 우후죽순 쏟아졌고, FPS를 넘어 RPG에도 ‘배틀로얄’ 모드가 등장하기까지 했다.

▲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후 가히 물결이라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로 수많은 '배틀로얄'이 쏟아졌다 (사진제공: 펍지)

더 깊이 생각해볼 부분은 규모가 큰 기업도 베끼기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선도기업의 역할은 산업의 새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유행을 파묻히는 것이 아니라 중소 게임사가 뒤를 따를만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야 산업이 나아갈 새로운 길이 열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내 대표 게임사라 불리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도 자유롭지 않다. 상대적으로 모험에 대한 부담이 적은 만큼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몸을 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관행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도 카피캣에 대한 뜨거운 찬반논란은 있다. 최근에 도마에 오른 것은 ‘오토 배틀러’다. ‘오토 배틀러’는 태생이 ‘워크래프트 3’ 유즈맵이며, 유행이 시작된 것 역시 ‘도타 2’ 유저 모드였던 ‘오토체스’였다. 올해 초에 등장한 ‘오토체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유저 모드였기에 저작권이 누구에 있는가는 분명하지 않았다.

▲ E3 2019 현장에서 공개된 '오토체스' 리메이크 버전 (사진출처: E3 2019 PC 게이밍 쇼 생중계 갈무리)

‘오토체스’ 역시 거조다다스튜디오가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만들어낸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에 유행하던 ‘오토 배틀러’를 정립해 뜨거운 인기를 끄는 게임으로 완성해낸 기획력은 독자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오토 배틀러’가 거조다다만의 것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분야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낸 공로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규모는 다르지만 유저 모드로 떠돌던 ‘배틀로얄’을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으로 완성해 시장을 선도한 펍지와 비슷한 케이스다.

그런데 이에 대해 라이엇게임즈와 밸브가 보여준 행동은 180도 달랐다. 밸브는 비록 유저 모드지만 원 제작자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 서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그 결과 나온 게임이 ‘도타 언더로드’와 ‘오토체스’ 리메이크 버전이며 밸브와 거조다다는 서로에 대한 존중을 표한 바 있다. 반면 라이엇게임즈는 3개월 만에 ‘리그 오브 레전드’ 신규 모드 ‘전략적 팀 전투’를 냈다. 제작진은 인터뷰를 통해 ‘오토체스’에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협의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 '도타 언더로드' (상)과 '리그 오브 레전드' 전략적 팀 전투 (하)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라이엇게임즈 제공)

회사 규모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라이엇게임즈와 거조다다스튜디오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게임 중 하나로 손꼽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가진 라이엇게임즈가 ‘오토체스’로 독립하려는 소규모 게임사와 맞붙는 격이다. 밸브 역시 큰 기업이지만 ‘도타 언더로드’를 내기 전 거조다다와 협의하며 원 제작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아울러 라이엇게임즈는 게임업계 대표적인 ‘원 히트 원더(곡 하나만 흥행한 가수)’로 손꼽힌다. 2009년에 출시한 ‘리그 오브 레전드’ 외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신작이 없다. 여기에 ‘리그 오브 레전드’ 자체도 유저 모드에서 시작된 AOS다. AOS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 라이엇게임즈가 지난 10년 간 변변한 신작은 내놓지 않고, 또 다시 유저 모드에 영감을 받은 ‘전략적 팀 전투’를 내놨다는 점도 짚어볼 부분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게임은 기본적으로 창작품이다. 창작의 기본은 남과는 다른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옷만 다르게 입고, 머리 모양만 살짝 바꾼 비슷한 작품으로 창의성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그리고 게임의 여러 요소를 모아서 새로운 구조를 완성하는 것도 창작이며, 이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법을 떠나 도의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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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AOS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
게임소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실시간 전투와 협동을 통한 팀플레이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AOS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100명이 넘는 챔피언 중 한 명을 골라서 다른 유저와 팀을 이루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전투 전에...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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