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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업계는 구글에 살고, 구글에 죽고 있다. 주요 게임사마저 가장 예의주시하는 부분은 구글 매출 순위다. 가능한 모든 수를 총동원해 순위를 올리는데 목숨을 걸고, 순위가 내려가면 머리를 쥐어짜며 순위를 다시 올릴 방법을 고민한다.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에 따라 흥망이 갈리기 때문이다. 기자들도 신작이 나오면 구글 플레이를 켜서 그 게임이 몇 위인가를 찾아볼 정도로 절대적인 지표로 통하고 있다.
더욱더 걱정되는 점은 구글에 국내 게임업계가 종속되는 것이 모바일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믿을만한 안방이라고 생각했던 온라인마저 구글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 코앞에 닥쳤다. 그 중심에는 올해 GDC에서 화두로 떠올랐던 ‘게임 스트리밍’이 있다. 기존에도 서버에서 게임을 돌리고, 그 화면을 게이머에게 보내주는 스트리밍은 있었으나 대중화에는 큰 걸림돌이 있었다.
가장 큰 부분은 ‘게임 스트리밍’이 기대만큼의 품질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지원하는 해상도도 제한이 있었으며, 게임이 도중에 끊기는 경우가 많아서 안정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입력이 바로 게임에 반영되지 않는 일명 ‘인풋랙’도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손꼽혔다. 따라서 기존의 ‘게임 스트리밍’은 대중적인 상품이라기보다 시범 서비스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그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부터 5G가 상용화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5G 핵심은 게임처럼 용량이 큰 콘텐츠를 초고속으로 소화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4K를 넘어 8K급 UHD 영상도 끊김 없이 볼 수 있으며,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도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4G보다 10배 빠른 응답속도를 바탕으로 지연시간도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발맞춰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속속들이 5G를 기반으로 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 출발선을 끊은 것이 바로 구글이다. 구글은 GDC 현장에서 공개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스태디아’를 통해 한 순간에 전세계 게임 시장을 집어삼킬 거물로 떠올랐다. ‘스태디아’의 핵심은 기기가 필요 없는 게임 플레이다. PC, 콘솔, 스마트폰까지 기기에 관계 없이 최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모든 기종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구글이 모바일에서만 강력함을 과시했다면, ‘스태디아’를 기점으로 모바일을 넘어 그 영향력이 PC와 콘솔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스태디아’의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유튜브다. 게임 개인방송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유튜브에서 방영되는 영상을 보다가 마음에 들면 설치나 다운로드 없이 바로 그 게임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스태디아’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다. 올해 연말에 서비스가 출시되며 내년부터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다. 구글 플레이 및 유튜브 유저를 바닥에 깔고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스태디아’가 빠르게 국내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구글 플레이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한다면 모바일을 포함해 국내 게임업계 전체가 송두리째 구글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구조는 국내 게임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구글 플레이에 점유된 모바일 시장을 통해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게임으로 벌어들인 매출 중 30%가 수수료로 나가며 업계에 재투자되는 자본도 줄고, 수백 종이 넘는 게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높이기와 피쳐드 받기에 목숨을 걸게 된다. 이처럼 의존도가 높다 보니 예고 없이 게임이 마켓에서 삭제되고, 이에 대한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스태디아’가 게임 시장 전체를 손에 쥔 구글 플레이처럼 자리를 잡는다면 앞서 이야기한 부분이 모바일은 물론 PC에도 해당하게 된다. 국내 모든 게임사가 구글의 영향력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온라인도 모바일과 마찬가지로 구글 입점과 주요 지표 높이기가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될 우려가 높다. 모든 기종에서 시장을 좌지우지할 컨트롤러가 국내 게임사가 아닌 구글에 주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스트리밍을 준비하는 곳은 구글만이 아니다. 콘솔 게임에서 잔뼈가 굵은 MS는 원하는 기기로 Xbox 게임을 즐길 수 있는 ‘X클라우드’를 준비 중이며, 아마존, 텐센트와 같은 글로벌 공룡기업도 속속들이 뛰어들고 있다. 끊김 없는 서비스를 위해 꼭 필요한 5G 상용화에 앞서서 ‘게임 시장’을 잡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지만 굴지의 기업이 총출동하는 만큼 어딘가는 폭발적인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너무나 아쉬운 부분은 이 중 국내 게임사는 없다는 것이다. 게임 시장 전체 파이를 두고 경쟁이 확대될 분명한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중소 게임사는 물론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곳도 ‘클라우드’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곳은 전무하다. 전세계가 5G에 기반한 게임 스트리밍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국내 게임사는 여전히 모바일에 머물러 있다. 그것도 구글에 종속된 모바일 말이다. 그 안에서 최대 과제는 단연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높이기’가 될 수밖에 없다.
모바일에서 얻은 교훈은 하나다. 플랫폼을 잡지 못하면 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생각하며 국내 게임업계를 다시 돌아보면 아이러니하다. 플랫폼에서 우위에 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새로운 경쟁의 장이라 할 수 있는 ‘게임 스트리밍’에는 그 누구도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업계는 변화해나가는데 국내 게임업계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면 온라인 시장 주도권마저 결국에는 해외 업체에 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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