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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대놓고 피카츄 흉내낸 '포켓몬' 짝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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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내사랑몬스터'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0년 4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내사랑몬스터'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0년 4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개구리 왕눈이’, ‘은하철도 999’, ‘피구왕 통키’ 등 시대별로 국민 만화영화는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90년대 말을 장식한 작품이라면 역시 ‘포켓몬스터’겠죠. 전세계에 불어닥친 피카츄 열풍으로 수많은 파생상품이 쏟아졌고, 동네 곳곳에서 “~~~ 넌 내꺼야!” 소리가 들리던 풍경. 90년대 말을 보냈던 게이머라면 누구나 기억할 겁니다. 저도 띠부띠부 씰 모으려고 빵 수없이 사먹었네요.

‘포켓몬스터’ 인기가 높아지자, 그 전까지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즐기던 ‘포켓몬스터’ 게임에도 높은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문제는 당시 ‘포켓몬스터’ 게임은 닌텐도 게임보이나 게임보이 어드밴스 등 별도 기기를 사야만 즐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정식 한국어판도 2002년 대원미디어 ‘골드/실버’ 발매 전까진 나오지 않았기에 국내 라이트 게이머들은 ‘포켓몬스터 게임이란게 있는갑다~’ 정도만 알고 지낸 이들이 많았죠.

이런 상황에 등장한 ‘포켓몬스터’ PC게임은 그야말로 빛이었습니다. PC게임 잡지에 ‘포켓몬스터’가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환호했죠. 아, 정정합니다. 환호는 잠시 뿐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뭔가 심각하게 이상했거든요. 혼돈의 ‘포켓몬스터’ PC게임이 등장했던, 2000년 4월로 떠나 봅시다.

자세히 뜯어볼수록 게슈탈트 붕괴가 일어나는 '내사랑몬스터'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자세히 뜯어볼수록 게슈탈트 붕괴가 일어나는 '내사랑몬스터'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0년 4월호 잡지에 실린 광고입니다. 귀여운 피카츄가 방긋 웃고 있군요. 왠지 모르게 발은 무지 크고, 목에는 파란색 나비넥타이를 두르고 있고, 눈은 사람같이 초롱초롱하고, 꼬리는 안 보이네요. 옆에는 예쁜 여성 피카츄, 뒤에는 암흑의 힘에 미쳐버린(?) 피카츄, 뒤에는 왠지 모를 빗자루를 탄 마녀 한 명과 구슬동자(?)처럼 생긴 정체모를 생명체까지… 아아, 광고를 뜯어보다 보니 정신이 혼란스러워지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다잡고 광고를 더 보도록 하죠. 일단 게임 제목은 ‘내사랑몬스터’. 전세계를 휩쓸고 밀레니엄 진화를 해서 귀여운 변신으로 한국에 왔다고 합니다. 개발사는 론아이소프트. 들어본 적 없어서 검색해보니 대만의 PC게임 전문 개발사로, 대략 2009년까지 ‘짱구는 못말려’, ‘버블보블’ 같은 PC게임들을 개발해 온 듯 합니다. 다만, 개발작들 사이사이에 묘하게 짝퉁스러운 이미지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볼 때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일단 원작에서 전기’쥐’였던 피카츄는 확실히 이 작품에서 토끼로 거듭난 듯 보입니다. 토끼처럼 귀가 접히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원작 제목이 ‘퍼키 래빗(Perky Rabbit)’이거든요. 참고로 주인공 토끼 이름은 ‘피츄’ 입니다. 그 외에 왼쪽에 아군처럼 보이는 귀여운 마녀는 알고보니 섬의 평화를 깨뜨린 사악한 악당이었습니다. 나름 충격적이군요.

게임 스크린샷을 좀 더 자세히 봅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게임 스크린샷을 좀 더 자세히 봅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좀 더 어떤 게임인지 상세히 알아보기 위해, 스크린샷을 확대해 보겠습니다. 일단 장르는 ‘포켓몬스터’와 같은 RPG는 아니고,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묘하게 길쭉한(?) 노랑토끼를 조작해 마녀와 싸우고, 적을 처치하고, 새를 타고 날며 비행슈팅까지 벌이는. 당시로서는 꽤 흔했던 저연령층을 겨냥한 PC 액션게임이었네요. 어설프게 피카츄만 안 따라했다면 큰 문제 없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당시 게임잡지를 본 게이머들도 바보는 아니었던지라 이 게임은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혔습니다. 오히려 요즘 들어 의외로 작중에 나오는 여성 보스 캐릭터들이 예쁘고, ‘포켓몬스터’ 짝퉁이라는 희소성(?)이 더해져 재평가되고 있긴 하지만요. 지금 보면 혼돈의 밀레니엄 시대였기에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덧붙여, ‘밀레니엄 진화’ 라는 건 저도 한 번 보고 싶군요.

*덤으로 보는 B급 게임광고

드래곤플라이에서 제작한, 아는 사람만 안다는 '날아라 호빵맨 2'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드래곤플라이에서 제작한, 아는 사람만 안다는 '날아라 호빵맨 2'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내사랑몬스터’가 짝퉁 게임이라면, 위의 ‘날아라 호빵맨 2’는 정식 라이선스를 받아 제작한 정품 게임입니다. ‘2’라는 네이밍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전에 1도 나왔고 나름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B급 게임광고 코너에 소개하긴 하지만, B급이라고 하긴 아까운 게임입니다.

개발사는 무려 드래곤플라이. 당시에만 해도 다양한 PC게임을 제작했으나 ‘카르마’를 제외하면 딱히 큰 히트작이 없었습니다. 이후 2002년 ‘카르마 온라인’에 이어 ‘스페셜포스’가 대박 흥행을 거두며 FPS 명가로 자리잡고 우회상장도 진행했으나, 2010년 후반 들어서며 과거의 영광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VR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드래곤플라이가 다시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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