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 공식 이미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사이트)
지난 ‘E3 2018’을 앞두고 명작 RTS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 신작 영상이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8년 만에 등장하는 후속작 소식에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영상을 보던 이들은 곧 분노하기 시작했다. 신작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이 원작과 다른 모바일게임인 것이 영상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아마도 '디아블로 이모탈'과 함께 2018년을 강타한 충격적 소식 TOP 2가 아닐까 싶다.
▲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EA 공식 유튜브)
'커맨드 앤 컨커'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기틀을 다지고, 수많은 팬들을 양산한 전설적인 시리즈다. 하지만 전작 '커맨드 앤 컨커 4: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에서 빈약한 싱글 시나리오와 원작 고유요소 제거로 인해 큰 실패를 겪었고, 시리즈가 와해된 바 있다. 팬들이 실망한 이유도 이러한 상황을 해결해 주리라 기대를 모은 후속작이 캐주얼하게 즐기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과 달리, 막상 출시된 후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 스토어, 각종 게임 리뷰 등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과연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은 어떤 게임이길래 이처럼 좋은 반응을 얻는 지, 직접 플레이하며 살펴봤다.
빠르고 간편한 게임성과 상성·타이밍 싸움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일반적인 RTS게임에 비해 자원 채굴, 생산기지 건설, 유닛 생산 등 전 과정이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자원은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축적되며, 일꾼 유닛인 '하베스터' 하나를 생산하면 자원 채굴 속도가 증가한다. 즉 '스타크래프트'처럼 많은 양의 일꾼을 생산하고 관리할 필요 없이, 단 하나의 하베스터만 생산하면 된다. 건물 역시 따로 생산하고 배치할 필요 없이, 활성화만 해두면 해당 건물 유닛을 생산할 수 있어 편리하다. RTS 초반 세력 확장 과정을 모바일 환경에 적합하게 단순화 시킨 셈이다.
▲ 한 스테이지에 6종의 유닛을 편성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테이지 시작 전에는 전투에 사용할 유닛 6종을 고를 수 있다. 이는 '클래시 로얄'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각각의 상성을 가진 유닛들로 다양한 덱 구성 조합이 가능하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 전에 TCG를 하듯 전략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 적보다 많은 발사대를 차지해 게이지를 모아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의 목표는 일반적인 RTS와 같이 먼저 상대방 기지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각 본부 사이 미사일 발사대를 점령하는 것이다. 점령하고 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미사일 게이지'가 충전되고, 이를 모두 채우면 미사일이 발사돼 적 본부를 직접 타격한다. 둘째는 직접 상대 본부를 공격하는 것이다. 단, 이 방법은 점령 포인트를 놓치기 쉽기 때문에 자주 사용 되는 전략은 아니다.
▲ 적이 채워둔 게이지를 그대로 뺏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이한 점은 미사일 점령 진영이 변경 돼도 미사일 게이지가 초기화 되지 않는 것이다. 즉, 적이 차지해 발사 직전까지 온 미사일 발사대를 뺏으면, 순식간에 역전이 가능하다. 이는 전력 상 열세에서도 막판 뒤집기가 가능한 요소로, 기존 RTS게임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이에 따라 유닛을 비축해 후반전을 노리거나, 초반부터 차근차근 영역을 지배할 수도 있는 등 세력과 시간진행에 따라 다양한 양상이 벌어져 마치 바둑을 두는 것 같은 수 읽기 싸움이 전개된다.
▲ 후반 '미사일 훔치기' 전략에 당해 패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투를 위해서는 유닛을 생산해 각 지점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지면은 육각 타일로 구성되며, 그 중 한 칸에 유닛을 배치하면 각 모서리와 맞닿은 면에서 전투가 발생한다. 턴제가 아니라 실시간이라는 점만 빼면, '문명' 시리즈 전투와 매우 유사하다.
이러한 조작법은 모바일에서 RTS게임을 플레이 하기에 아주 적합한 방식이었다. 대부분 PC RTS게임은 유닛 선택, 부대 지정, 건물 건설, 자원 채굴 등 다양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마우스를 사용해야 한다. 이를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올 경우, 컨트롤이 어려워 플레이에 지장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유닛 터치-타일 터치로 이어지는 간결한 전투를 통해 모바일에서도 충분히 자신만의 전략을 발휘할 수 있었다.
▲ 유닛에 따른 상성을 잘 활용해야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조작이 단순하다고 해서 게임까지 단순한 것은 아니다. 공격 대상을 별도로 지정하거나 후퇴 혹은 우회를 통한 전략도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상성도 중요하다. 유닛에는 '보병', '차량', '항공기' 유형이 있으며, 각 유닛은 하나 이상의 다른 종류 유닛을 상대로 강한 상성을 보인다. 이를테면 '로켓포병'은 '차량'과 '항공기'에 강하지만 다른 '보병' 유닛에게는 약하다. 즉 적이 가위를 내면 보를 준비하고, 적에게 보가 있으면 가위를 내보이는 전략 선택이 요구된다.
랭크 시스템과 경기관전
게임 내 스테이지 구성을 보면 기지와 점령지역이 가깝고, 유닛 생산과 배치에 걸리는 시간도 짧아 5-10분 정도면 한 경기를 마칠 수 있다. 이는 기본 20-30분이 소요되는 여타 RTS보다 압도적으로 짧은 시간으로, 모바일에서 가볍게 게임을 즐기기에 적합했다.
▲ 보다 높은 랭크를 향해 연속 플레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음 경기를 계속 하게 만드는 유인책으로는 랭크 시스템이 있다. 플레이어는 아이언 리그부터 시작해 마스터 리그까지 전적에 따라 얻은 승점으로 레이팅 수치를 받는다. 리그 초반 승점은 18점, 연승 시 36점이며, 패배로 인한 실점은 -4점으로 랭크를 올리기 쉬운 구조다. 이로 인해 누구든 적당한 성취감과 함께 게임 초반부를 진행할 수 있다.
▲ 유닛 레벨 차이는 일정 부분 보정값이 적용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에서 얻은 포인트나 과금을 통해 자신의 유닛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점도 모바일 환경에 맞춘 요소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플레이어마다 유닛 레벨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게임 내에서는 랭크에 따른 능력치 보정을 통해 Pay to Win이나 양민학살을 최대한 막으려 하고 있다. 가령, 유닛 레벨 10인 유저라도 실버랭크에선 레벨 8까지 능력치까지만 구현되는 방식이다. 골드 랭크 이하 구간에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그 이상에서는 보정 값 적용 후에도 능력치 차이가 심하다는 지적도 있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동맹을 통해 친선경기와 유닛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매치에서 벌어진 전투의 영상을 저장하고 공유하는 기능, 다양한 플레이어 경기를 볼 수 있는 관전 시스템, 서로 필요한 카드를 주고 받거나 친선 전투를 즐기는 길드 개념의 동맹 시스템도 게임을 더욱 오래, 깊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세세한 부분까지 잘 신경써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속작보다는 외전에 가까운 구성
위에서 서술했듯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은 분명 잘 만든 모바일 RTS게임이다. 그러나 '커맨드 앤 컨커' 팬들에게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싱글 캠페인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작에서 망쳐 놓은 스토리라인을 수습하거나 다른 시점에서 뭔가를 다루지 않고 전투에만 치중했다는 점은 이 게임의 한계를 명확히 한다. 그래픽 역시 기존 시리즈에 비해 밝고 아기자기해, 얼핏 보고선 이 게임이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임을 알아보기 힘들다.
▲ 원작과 비교하기엔 볼륨의 차이가 상당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원작 고유 시스템을 모바일 환경에 맞춰 충실히 계승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일꾼 ‘하베스트’ 하나로 자원 조달을 하고, 생산기지 건설 없이 유닛을 뽑거나 여러 건물에서 동시에 유닛 생산을 할 수 없는 점 모두 그대로 구현됐다. 유닛 상성에 따른 실시간 전략수행을 비롯한 모든 게임 조작을 손가락 하나로 쾌적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점도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다.
정리하자면,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은 시리즈 후속작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정식 넘버링 작품으로서의 기대를 버린다면 외전으로 기본은 충실히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게임성만큼은 담보하니, 다소 실망한 팬이더라도 한 번쯤 플레이 해 보길 권한다. 아마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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