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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류시원도 못 살린 LG PC통신 '채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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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LG 채널아이 광고가 실렸던 제우미디어 PC파워진 1999년 6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LG 채널아이 광고가 실렸던 제우미디어 PC파워진 1999년 6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1990년대 PC통신 사천왕을 기억하십니까? 바로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이었습니다. 모뎀에서 삐~ 치익~ 소리가 나며 인터넷에 접속되고 나면 게시판 접속부터 채팅, 멀티플레이 게임까지 그야말로 신세계가 열렸죠. 이 중에서 하이텔 광고의 경우 지난 9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통해 소개한 바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PC통신 사천왕은 길든 짧든 자신만의 든든한 유저풀을 가지고 있었고, 그 동안 쌓아 온 게시판과 동호회 DB,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바탕으로 길게는 십수 년 간 꽤나 탄탄하게 유지돼 왔습니다. 그러자, 90년대 말 어느 날. LG인터넷이 이 4강 체제를 5강으로 만들어 보겠다며 야심차게 뛰어들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채널아이’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탤런트 류시원을 전면에 내세운 LG 채널아이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탤런트 류시원을 전면에 내세운 LG 채널아이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일단 광고 먼저 보겠습니다.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1990년대 최고 하이틴 스타 중 한 명이었던 류시원입니다. 비록 지금은 TV에서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지만, 당시 류시원 인기는 어마어마했습니다. 1998년 경향신문이 집계한 ‘연예인 부문별 인기순위’에서 송승헌, 김민종, 배용준 등을 꺾고 탤런트(남) 부문 1위를 기록했으니까요. 다른 분야 1위 연예인들을 보면 서태지, 한석규, 최진실, 김희선, 김국진 등이 있으니 어느 정도 인기였는지 상상이 되시죠?

그런 슈퍼스타 류시원이 LG 채널아이 광고에 등장했습니다. 지난 번 소개한 하이텔 광고의 예진아씨처럼 PC통신 광고에서 연예인이 나온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류시원급 톱스타까진 없었습니다. 참고로 오늘 광고엔 등장하지 않았지만, 당시 LG인터넷은 CF스타로 인기가 많았던 여배우 명세빈까지 동시에 기용한 채널아이 TV CF를 방영하는 등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를 퍼부었습니다. 후발 주자였던 LG의 열정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죠.

라이트 유저보다는 하드코어 게이머 상대로 승부를 보려 했던 라인업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라이트 유저보다는 하드코어 게이머 상대로 승부를 보려 했던 라인업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게임잡지 광고라서인지, ‘컴퓨터는 더 이상 나의 상태가 아니다. 상대는 바로 너!’ 라며 멀티플레이 게임을 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광고에 나온 게임목록을 보면 20세기 최후의 전략 시뮬레이션 ‘C&C 레드얼럿’, 3D 전략 액션게임의 진수 ‘퀘이크 2’, 리얼타임 전략 커맨드 ‘맥커맨더’, 톰 클랜시 원작 ‘레인보우 식스’까지 4종의 게임이 나와 있습니다. 딱 봐도 코어 게이머들을 겨냥한 라인업입니다. 일반 유저들이 즐기던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라는 점에서 나름 타깃층이 확실했군요. 그 외에 아래쪽을 보면 포커, 체스, 에일리언 슬레이어 같은 미니게임(?)들도 표기돼 있습니다.

채널아이 물량공세는 오른쪽 요금특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첫 달 이용료를 50% 할인해 주는 것은 물론, 가입비 무료, 한 지붕 세 아이디, 마일리지 혜택까지. 거기다 홈페이지에서는 15일 무료 체험권까지 뿌렸습니다. 다소의 매출 출혈을 감소하고서라도 유저를 모으겠다는 의지였겠죠.

하지만, 채널아이의 이 같은 도전은 허무하게 실패로 끝났습니다. 2000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에는 PC통신을 상회하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느리고 비싼 PC통신은 구시대 유물로 저물어갔죠. 결국 채널아이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출혈성 마케팅의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빠르게 몰락했고, 결국 LG인터넷의 데이콤 합병으로 천리안에 흡수된 이후 2001년 1월 서비스 중단까지. 그야말로 짧고 가는 삶을 살다 가버렸습니다.

*덤으로 보는 B급 광고

제우미디어가 출판한 치트코드 #2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제우미디어가 출판한 치트코드 #2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B급 게임광고는 ‘치트코드 핸드북’ 시리즈 제 2편입니다. 당시 발매됐던 수많은 PC게임들의 치트키와 에디터 등을 소개한 책이죠. 출판사는 제우미디어. 맞습니다. 저희 회사입니다. 아직도 회사 회의실엔 저 책 초판본이 한 부 보관돼 있죠.

이 책은 당시 기준 최신게임부터 고전명작까지 다양한 치트키를 정리해 놓은 것은 물론, 유용한 팁, 에디터 사용법 등이 담겨 있습니다. 사전처럼 가나다 순으로 게임들이 정리돼 있기에 쉽게 찾을 수 있었죠. 참고로 이 책은 만화책이 아닌지라 비닐 포장이 안 돼 있었기 때문에, 당시 서점에서 필요로 했던 게임 치트키만 슬쩍 보고 외운 후 집에서 써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장님, 지금 와서지만 당시엔 죄송헀습니다^^.

아래를 보면 당시 잠깐 유행했던 미니 CD를 줬던 것이 인상 깊습니다. 미니 CD는 일반 CD의 절반 크기에 용량은 1/3 이하인 200MB 가량인 조그마한 저장 매체입니다. 가운데 홈이 있는 일반 CD-ROM 드라이브 대부분에서 돌아가고, 휴대와 보관, 배포가 용이해서 유행을 타고 인기를 얻었습니다. 제 경우 당시 BBQ 치킨을 먹었더니 핑클 ‘내 남자친구에게’ 뮤직비디오가 담긴 미니 CD가 동봉돼 왔었던 적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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