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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그 시절 캐릭터는 마법사도 어깨깡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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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아트리아 대륙전기'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PC챔프 1997년 3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아트리아 대륙전기'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PC챔프 1997년 3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캡틴 츠바사’를 아십니까? 1980년대에 등장한 일본 축구 만화로, 스포츠 만화 특유의 근성 넘치는 전개, 골대를 찢어버리는 강력한 필살 슛 등으로 전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바 있습니다. 사실, 이보다 더 큰 특징이라면 몸통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머리는 조막만한, ‘어깨깡패’ 묘사가 유명합니다. 최근 나온 후기 시리즈를 보면 9등신, 10등신은 우습고 15~16등신 캐릭터까지 마구 등장하고 있거든요.

왜 갑자기 ‘캡틴 츠바사’ 얘기를 했냐면, 오늘 소개할 게임 광고를 보면 딱 그 만화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1997년 출시된 국산 액션 RPG ‘아트리아 대륙전기’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일단 게임 소개를 해 봅시다. ‘아트리아 대륙전기’는 재미시스템개발 첫 작품이었습니다. 평소엔 일반적인 JRPG 형태를 띄다가, 적과 마주치면 순식간에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으로 바뀌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죠. 국산 RPG로서는 최초로 한국어 음성을 지원했으며, 레벨 업을 통해 업그레이드 되는 기술과 이를 통한 공중 콤보 등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어깨깡패가 되어버린 '아트리아 대륙전기' 캐릭터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어깨깡패가 되어버린 '아트리아 대륙전기' 캐릭터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그런데, 위 광고에서는 그런 게임성은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게임 내적으로 언급돼 있는 것은 90년대 당시로서도 다소 뻔해 보이는 세계관 설명과 ‘CD 2장’ 이라는 볼륨 자랑 문구가 전부. 흔하디 흔한 스크린샷이나 사양, 시스템 설명 등도 없습니다. 메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정작 게임 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일러스트 한 장입니다.

이 일러스트에는 게임 속 주인공인 ‘바론(정중앙)’을 비롯해서 홍일점 소환술사 ‘루나’, 태권도 선수를 연상시키는 격투가 ‘바이슨’, 마법사 ‘미트라’, 전사 ‘트리거’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 ‘루나’를 제외한 남자 캐릭터들은 죄다 비율이 어딘가 이상합니다. 얼굴의 세 배는 될 듯한 커다란 발, 지나치게 작은 얼굴과 이로 인해 부각되는 광활한 어깨. 그 와중에 뭔가 아련한 눈빛까지. 좋게 말하면 고전 일본만화풍, 나쁘게 말하면 망가진 인체비례입니다.

그 중 최고는 마법사 ‘미트라’가 아닌가 싶네요. 전사도 아니고 마법사인데 어깨 넓이가 격투가에 맞먹는 태평양급입니다. 떡대(?)에 걸맞게 수십 킬로그램은 족히 나가 보이는 거대한 목재 지팡이(해머에 가까워 보이는)도 들고 있고요. 백미는 얼굴입니다. 게임 속에서 ‘미트라’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든 노련한 마법사인데, 일러스트 상에서는 그야말로 회춘했군요. 주인공 친구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비록 뭔가 이상한 그림 광고였지만, ‘아트리아 대륙전기’는 특유의 벨트스크롤 액션이 꽤나 히트해서 나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재미시스템개발은 이 게임의 성공에 고무돼 후속작으로 ‘아트리아 2’를 개발했지만, 3D 그래픽을 택한 대신 타격감과 조작감 등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는 평가와 함께 조용히 묻혔습니다. 당시 많은 개발사들이 익숙치 않은 3D로 무리해서 넘어가다가 기존 매력까지 잃고 이도저도 아니게 된 경우가 많은데,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덤으로 보는 B급 광고

90년대 PC용 레이싱 휠 광고
▲ 90년대 PC용 레이싱 휠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B급 광고는 가정용 휠 컨트롤러 ‘퍼포머 터보휠’입니다. 97년에는 가정용 컴퓨터에서도 구동되는 레이싱게임들이 하나둘씩 출시됨에 따라, 이를 더욱 현실감 있게 즐기기 위한 주변기기가 서서히 나오던 시기였죠. ‘퍼포머 터보휠’도 이런 바람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최근 나오는 휠 컨트롤러에 비하면 기능이 많이 빈약합니다. 기어 레버도 없고, 버튼도 설정과 선택을 포함해 6개 뿐입니다. 회전 각도도 좌우로 50도씩이라 조금 많이 꺾으면 탁탁 걸리는 느낌이 날 듯 합니다.

하지만, 당시 게임 환경에서는 이 정도 기능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애초에 지금처럼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레이싱 게임도 없었고, 좌우 움직임 세기를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메리트였거든요. 그러고 보니 집 어딘가에 옛날에 쓰던 PS2시절 레이싱 휠이 하나 있을 듯 한데, 오늘은 간만에 추억에 젖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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