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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게임 장르와 소재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령 3매치 퍼즐게임 ‘애니팡’은 캐주얼한 게임성과 주 타겟층을 고려해 귀여운 동물 친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하드코어 액션게임은 소재 또한 과격하고 자극적인 경우가 많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 가볍게 즐기는 지뢰 찾기에 좀비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접목해, 예상외의 재미를 찾아낸 게임이 있다. 바로 2017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최우수작이자 제19회 힘내라! 게임人상 수상작인 ‘좀비 스위퍼’. 해외 시장을 겨냥한 깔끔한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시스템으로 출시 전부터 각종 경연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 기대작이다.
누구나 윈도우 OS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대중적인 퍼즐 지뢰 찾기. 과연 어떠한 기획 의도로 이런 지뢰 찾기와 공포스러운 좀비가 합쳐진 독특한 게임에 나오게 됐는지, 지난 3년간 1인 개발을 이어온 아크게임스튜디오 임원호 대표에게 직접 들어봤다.
▲ '좀비 스위퍼' 개발 중인 아크게임스튜디오 임원호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言 반갑다.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임원호: 게임 개발을 시작한지 17년 정도 됐다. 회사 다닐 때는 주로 플래시를 이용한 웹브라우저용 게임을 만들었으며 페이스북에 론칭한 ‘베이스볼 히어로즈’가 글로벌 2,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독립개발에 나선 지 3년 가량 지나는데 첫 작품을 이렇게 오래 만들 줄은 예상치 못했다. 중간중간 경연에 나가 수상도 하고 지원도 받으며 이만큼 이어올 수 있었다.
言 인디팀은 다들 사명이 의미 있더라, 아크게임은 무슨 뜻인가
임원호: 대단한 의미는 없다(웃음). 회사를 떠나 홀로 시작하게 됐으니 내 이름을 걸고 싶었다. 아크가 흔히 쓰이는 Ark가 아니라 Arc인데 원호(弧)라는 뜻이 있다. 아무래도 해외 진출하기에도 임원호게임보다는 아크게임이 나을 테니까.
言 그럼 본격적으로 신작 ‘좀비 스위퍼’에 대해 소개해달라
임원호: ‘좀비 스위퍼’는 지뢰 찾기의 룰을 차용한 퍼즐게임이다. 다만 일반적인 지뢰 찾기와 달리 액션성을 강조한 퓨전 장르라 할 수 있다. 지뢰 찾기나 좀비를 좋아한다면 여태껏 시장에선 볼 수 없던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지뢰 찾기와 좀비의 이색 퍼즐게임 '좀비 스위퍼' (영상출처: 아크게임스튜디오)
어느 날 군부가 비밀리 추진하던 생화학 무기계획의 피실험자 ‘켄트’가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데, 플레이어는 이를 수습하는 기동타격대 USTF(Undead Special Task Force)의 대장 역할을 맡게 된다.
게임을 시작하면 육각형 셀이 여러 개 연결된 게임판이 열린다. 처음에는 안전이 확인된 몇 개 셀에만 대원이 내려설 수 있으며 그 주위로 몇 마리 좀비가 있는지 숫자로 표시된다. 이 숫자를 기반으로 주위 상황을 추론하는 방식을 지뢰 찾기에서 따온 셈이다.
言 여러 퍼즐 장르 중에 지뢰찾기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임원호: 지뢰 찾기의 재미는 숫자에 따라 지뢰 위치를 추론하고 찍는 맛에 있다. 다만 게임 제목과 달리 실제 플레이는 ‘찾기’보다는 ‘피하기’에 가까운데, 정말로 지뢰를 찾아서 파괴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지뢰 찾기는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제한시간이 매우 짧아서 조금 더 느긋하게 즐기고픈 마음도 컸다. 이런 여러 감상을 ‘좀비 스위퍼’에 반영했다.
▲ 셀에 적힌 숫자로 주위에 숨어있는 좀비를 찾아내야 한다 (사진출처: 아크게임스튜디오)
言 영상에 보면 소총수 외에도 다양한 유닛이 등장하는데, 무슨 차이인가
임원호: 처음에는 권총과 소총만 사용하지만 중반부터는 산탄총, 저격총, 화염방사병, 전기톱 등이 추가된다. 나중에 가면 맷집이 강해 한 방에 안 죽는 특수 좀비가 나오기 때문에 이런 추가 유닛이 필요해질 것. 그만큼 어떤 유닛을 언제 꺼낼지 고민하는 전략적인 요소가 있다.
言 특수 좀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달라
임원호: 일단 총 9개 챕터가 있는데 각각 배경과 기본적인 좀비가 다르다. 도시에서는 회사원, 학교는 학생, 병원은 간호사 좀비가 나오는 식. 여기에 경찰관 좀비는 헬멧 때문에 한 방에 죽지 않고, 폭탄 좀비는 단번에 제거하지 못하면 폭발해 제한 턴수가 감소한다. 임무 가운데 게임판의 오염된 구역을 청소하는 부분이 있는데 구토 좀비는 주변을 더럽혀 이를 방해하기도 한다.
言 그러고 보면 왜 하필 캐주얼 장르에 좀비인가
임원호: 어려서부터 좀비를 엄청 좋아했는데, 게임 개발만 14년을 하면서도 회사에서는 좀처럼 좀비를 활용할 기회가 없더라. 그래서 독립한 후 첫 작품은 반드시 좀비물 만들고 싶었다. 일단 시장 조사를 좀 해봤더니 기존 좀비물은 대부분 액션게임이라 비슷한 걸 만들어봤자 주목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거기다 모바일에서 제대로 된 액션을 보여주려면 조작의 피로도가 너무 높았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짬짬이 즐길만한 구성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과거에 기획해둔 지뢰 찾기 기반 게임이 떠올랐고. 그렇게 지뢰 찾기와 좀비를 매치시켜 기획을 구체화시킨 결과가 지금의 ‘좀비 스위퍼’다.
▲ 좀비를 소재로 액션이 아닌 색다른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사진출처: 아크게임스튜디오)
言 게임 진행을 원활하게 해주는 아이템도 있나
임원호: 숨어있는 좀비를 찾아준다거나 헬기를 불러 게임판을 정리해주는 등 10가지 정도 아이템을 기획 중이다. 현재까지 구현된 것은 절반 정도다.
言 ‘좀비 스위퍼’에 영감을 준 좀비물이 있다면
임원호: 명작으로 꼽히는 ‘새벽의 저주’, ‘28일 후’ 이런 영화는 전부 봤고. 게임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레프트 4 데드’, ‘바이오하자드’, ‘더 라스트 오브 오스’ 정도. ‘다잉라이트’는 재미있다는데 많이 해보진 못했다. 아이러니하지만 게임이 좋아서 개발하다 보면 정작 게임 할 시간이 별로 없어진다(웃음).
言 그런데 좀비가 피를 쏟는 연출이 심의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임원호: 개발을 시작할 때 12세 이용가로 기획했다. 그런데 각종 경연에 출품하다 보니 실제로 폭력성에 대한 지적이 좀 있어서 수정을 하게 됐다. 그렇다고 좀비물에서 이런 연출을 아예 빼는 것은 내가 용납 못하고. 유저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빨강 피, 검은 피, 아예 없음까지 세 가지 옵션을 준비했다.
言 퍼즐치고 배경 설정이 치밀하다. 실제 게임에도 녹여져 있나
임원호: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한 부분이다. 스토리가 아주 방대하다거나 한 건 아닌데 퍼즐게임은 대사로 내용을 전달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착안한 수법이 각 챕터를 완료할 때마다 증거물을 얻어서 거기서 설정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켄트’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아내 다음 챕터로 이동하는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 퍼즐게임임에도 짜임새 있는 배경설정을 지니고 있다 (사진출처: 아크게임스튜디오)
言 기본적은 스토리 모드 외에 다른 콘텐츠도 준비 중인가
임원호: 일단 전체 기획은 9개 챕터 250개 스테이지다. 다만 출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일단 130개 스테이지로 론칭하고 매달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모드도 여럿 추가하고 싶지만 일단은 기획만 하고 있다. 가령 99턴을 가지고 누가 최적의 방법으로 더 많은 스테이지를 공략하는지 경쟁한다거나. 시즌별 이벤트 스테이지를 넣는다거나.
言 서구적인 만화풍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원래 원화가 출신인가
임원호: 아니다. 클라이언트 개발자였는데 플래시 특성상 소규모 개발이라 한 가지만 해선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UI 디자인은 원체 많이 했는데 캐릭터는 처음이라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했다. 예전에는 이것저것 다 하는 게 힘들고 피로했는데 1인 개발자로 전향하고나니 좋은 훈련이 됐던 거 같기도 하다.
좀비란 소재 자체가 국내보다 서구권에서 인기 있지 않나. 처음 ‘좀비 스위퍼’를 기획할 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 정했기 때문에 디자인도 그들에게 친숙하도록 신경을 썼다. 유니티 엔진이 아니라 에셋 스토어를 이용할 수도 없어 95% 이상 손수 제작한 결과물이다.
言 유니티가 아니면 무슨 엔진인가
임원호: 어도비 에어로 만드는 중이다. 오랫동안 플래시를 다뤘으니 익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개발자로서 오기가 컸다. 이렇게 오래 플래시와 함께 해왔는데 독립 후 첫 도전은 꼭 이것으로 해내고 싶었다. 개발이 늦어지는 이유도 상당 부분 이래선데, 빨리 유니티로 갈아탈걸 살짝 후회된다(웃음).
▲ 17년 개발의 자존심을 걸고 어도비 에어로 개발 중인 임원호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言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최우수작이자 제19회 힘내라! 게임人상 수상작이다. 어떻게 이런 경연에 출품하게 됐으며, 수상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임원호: 나도 처음 독립할 당시에는 이런 경연에 대해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그러다 운 좋게 게임창조오디션에서 처음 수상하게 됐고 한번 경험해보니 자연스레 관심도 늘어나더라.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작년에도 참관해서 알고 있다가 올해 공고를 보고 출품하게 됐다.
사실 경연도 시간을 많이 뺏기는 일이라 상당히 고민됐다. 그래도 한번쯤 검증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이에 더해 좋은 성과까지 얻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게임人상 또한 지인의 소개로 나가게 됐는데 개발 자금이 거의 다 떨어져가던 차에 상금을 받아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言 좋은 콘텐츠 외에 특별한 경연 노하우랄 것이 있을까
임원호: 노하우까진 아니지만 이왕 하는 거 최대한 열심히 준비하는 편이다. 어느 정도 빌드로 출품할지 목표를 잡고 개발하고 기획 문서도 검토하고 소개 영상도 새로 만들었다. 발표 같은 경우 자신 있는 분야가 아니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일단 서류 통과가 돼야겠지만 이후에는 프레젠테이션이 당락에 굉장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 그간 각종 경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좀비 스위퍼' (사진출처: 아크게임스튜디오)
言 과거 조직 생활과 비교해 독립 개발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임원호: 일장일단이 극명히 나뉜다. 따지고 보면 단점이 훨씬 많나(웃음)? 나는 개인적으로 생활 패턴이 고정적이지가 못하고 야행성이라 출근 시간 지키기가 가장 힘들었다. 독립 개발을 하면 스케줄 관리가 자유롭고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을 자기 소유로 만든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하고 할 일이 정말 정말 많아진다. 금전적으로도 쪼들려서 찬 곳에서 굶으며 사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많은 독립 개발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고독함’이 밀려온다. 물론 친구도 만나고 바깥 생활도 하지만 진정으로 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얘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외로운 것이다.
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 개발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임원호: 소규모 개발을 하더라도 1인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좋지 싶다. 이런 기사나 칼럼을 보면 단편적이고 좋은 부분만 주로 보이기 때문에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할 지도 모르겠다. 그보다는 시장을 조금 더 조사하고 준비 과정을 거쳐 독한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뭔가 프로젝트를 시작해 회사라는 이름으로 안정화되려면 적어도 3년은 필요하다. 그만큼 오래 버틸 수 있는 꾸준함이 중요하다. 끝으로 독립 개발자들 중에 재야에 숨어서 개발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경연이 정기적으로 열리니 출품해보는 것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言 임원호 대표가 생각하는 독립 개발(인디)’이란 무엇인가
임원호: 개인마다 생각하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내 생각에 인디란 말 그대로 독립성이 보장된 개발사여야 하며 그래도 수익성보다 작품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만큼 게임에 열정이 있고 대세에 편승하는 카피캣이 아닌 독창성을 가미해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言 향후 아크게임스튜디오의 계획은 무엇인가
임원호: 일단 ‘좀비 스위퍼’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벌써 한차례 출시 일정을 지키지 못했는데 내년 1분기 안에는 반드시 내놓고자 한다. 만약 게임이 잘된다면 콘텐츠 업데이트에 집중할 것이고. 차기작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좀비’ 트릴로지를 희미하게만 구상 중이다. 장르는 액션이 될 수도 있고 디펜스일지도 모른다. 가능하다면 좀비물 전문 개발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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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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