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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한복 소녀가 저승으로 간 까닭은? 루틀레스 ‘사망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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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言]은 스타트업/독립개발팀을 방문하여 게임에 대한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고, 뜨거운 열정과 비전을 소개하여 알리는 코너입니다. 참여를 원하는 팀 및 개발사는 담당기자(orks@gamemeca.com)에게 게임과 팀 및 개발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갓 오브 워’, ‘헬블레이드’, ‘오오카미’ 등 적잖은 게임이 세계 각지의 신화·전설·민담에서 영감을 얻었다. 무릇 옛 이야기에는 초현실적인 배경과 매력적인 인물, 무엇보다 삶에 대한 선조들의 성찰이 깃들어 있기 마련. 따라서 게임의 뼈대를 구성하는데 이만큼 적합한 소재도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네 전통 설화는 좀처럼 게임으로 만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2016년 공개된 인디게임 ‘사망여각’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붓으로 그린 듯한 동양적인 디자인과 전통 설화를 녹여낸 세계관은 이전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묘한 향취를 풍겼다. 뭇 유저의 폭발적인 반응 속에 진행된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은 당초 목표인 500만 원을 681% 초과한 약 3,400만 원을 기록하며 성황리 종료됐다.

그런데 올해 2월, ‘사망여각’에 대격변이 찾아왔다. 개발 엔진이 RPG 메이커에서 유니티로 바뀌며 탑뷰 RPG였던 게임을 사이드뷰 액션 어드벤처로 완전히 뜯어고친 것이다. 아울러 최근 돌연 BIC(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 출품이 취소돼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기회도 사라져버렸다. 과연 ‘사망여각’은 안녕할까? 루틀레스 스튜디오 박현재 대표에게 직접 들어봤다.

사망여각
▲ 루틀레스 스튜디오 박현재 대표(좌)와 김태령 개발자(좌) (사진제공: 루틀레스)

言 먼저 루틀레스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박현재: ‘사망여각’을 개발하고 있는 인디게임 개발사다. 2016년 셋이서 창업한 이후 현재 일곱 명이 함께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협력해주는 사운드 디렉터도 존재한다.

言 루틀레스(Rootless, 뿌리가 없는)라니 참 인디스러운 이름이다

박현재: 남들과 다르다는 의미를 주고 싶었다. 근본(根本)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공유하자는 의미로 정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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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자유롭게 창작하는 스튜디오 (사진출처: 루틀레스)

言 우선 게임 얘기를 해달라. ‘사망여각’은 어떤 게임인가

박현재: ‘사망여각’은 전통 설화에 기반하여 동양의 저승을 배경으로 하는 사이드뷰 2D 액션 어드벤처다. 전체적인 내용은 주인공 ‘아름’이 어떠한 연유로 저승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플레이 방식은 메트로바니아*나 플랫포머 장르를 떠올리면 된다. ‘아름’을 조작해 여러 맵을 탐험하고 마주한 적을 무찌르며 점차 성장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스토리를 알아가게 될 것이다. 지원 기기는 PC이며 스팀에 출시할 예정이다.

*메트로바니아: 2D 사이드뷰 플랫포머의 하위 장르로서, 미궁처럼 얽히고 설킨 맵을 탐색하며 새로운 능력과 도구를 얻고 이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며 진행하는 게임. 어원은 이러한 게임성을 확립한 두 대표작 ‘메트로이드’와 ‘캐슬배니아’를 합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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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2D 액션 어드벤처 '사망여각' (영상출처: 루틀레스)

言 2월을 기점으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게임을 갈아엎었는데

박현재: 기존 엔진인 RPG 메이커는 한계가 뚜렷했다. 시스템이 턴제에 특화된데다 캐릭터 프레임 문제도 컸고, 세밀한 조작이나 피격판정 설정이 어려웠다. 특히 메모리 누수가 심각해서 어느 정도 큰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때 게임이 강제 종료될 우려가 있었다.

결국 유니티 엔진으로 교체를 결정하며 동시에 장르와 시점도 사이드뷰 액션어드벤처로 다잡았다. 턴제는 너무 호불호가 강하다. 취향 차이는 존재하지만 많은 유저가 턴제에 대한 지루함을 피력한 것도 사실이다. 유니티는 다양한 시스템을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어 한결 수월하게 개발 중이다.

言 게임이 갑자기 바뀌면 크라우드펀딩 후원자들이 반발하지 않나

박현재: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응원해주는 유저가 더 많았다. 특히 후원자들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주어 개발을 속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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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월 이전(상)과 현재(하) 게임이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진출처: 루틀레스)

言 그러면 얼마 전 BIC 2017 참가를 취소한 것은 어째서인가

박현재: ‘사망여각’ 개발 일정도 고려해야 했고, 사무실이 제주도에 있다 보니 재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BIC 주최측에서 숙소나 부스 등 여러 가지 지원해주긴 하지만 일곱 명 모두 비행기를 타긴 여전히 부담이 크다.

言 사이드뷰 액션 어드벤처로 장르를 바꾸면서 참고한 게임이 있나

박현재: ‘할로우 나이트’, ‘액시옴 버지’, ‘오리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 등 다양한 메트로바니아 및 플랫포머 게임을 플레이하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 최근에는 ‘샨테: 하프지니 히어로’를 즐겼는데 스토리를 따라 게임을 진행하는 부분이 ‘사망여각’과 비슷했다.

言 제목 ‘사망여각’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박현재: ‘사망여각’은 게임의 주된 무대 중 하나로, 영혼들이 심판을 받기 전 저승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여각이다. 또한 영문명 ‘8 Doors’는 팔괘문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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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여각'은 영혼들이 심판 받기 전 하룻밤 묵어가는 장소 (사진출처: 루틀레스)

言 주인공을 맡은 소녀 ‘아름’을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달라

박현재: 바리공주 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설화 속 바리공주는 불라국 왕의 일곱 번째 딸인데 태어나자마자 버림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훗날 죽을병에 걸린 왕과 왕비를 구하기 위한 생명수를 얻으러 저승으로의 긴 여정에 오른다. 주인공 ‘아름’도 마치 바리공주처럼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저승에 내려간 것이다.

言 갑자기 저승에 와버린 ‘아름’을 위한 조력자는 없나

박현재: 강림차사 설화에서 따온 ‘설’이라는 조력자가 등장한다. 어려서부터 죽은 이가 보였던 ‘설’은 어느 날 온갖 꾀를 쓰며 저승차사로부터 도망치던 영혼을 잡았다. 이 사건 해결을 계기로 염라대왕의 부름을 받아 한 명의 어엿한 저승차사로 임명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스포일러가 될 것 같지만 ‘아름’ 머리 위에 앉은 두꺼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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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설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두 주연 '아름'과 '설'의 만남 (사진출처: 루틀레스)

言 이외에 또 게임에 인용한 전통 설화는 무엇이 있을까

박현재: 여러 설화를 만나볼 수 있을 거다. 한 가지 소개하자면 장화홍련전의 계모가 저승까지 쫓아와 장화와 홍련을 괴롭히는 보스 망령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설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임무와 보스 망령이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달라.

言 동양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은 어떻게 탄생했나

박현재: 전체적으로 그림과 색을 통해서 저승 그리고 죽음이라는 특성을 살리고, 복잡한 느낌은 최대한 피하고자 과감하게 단색 위주로 표현했다. 또한, 가볍고 친근한 느낌을 살리고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言 개성적인 디자인을 살려 ‘사망여각’ 미디어믹스 계획은 없나

박현재: ‘사망여각’ IP를 활용해 무언가 한다면 너무나 기쁠 것 같다. 하지만 그건 게임의 흥망에 따라 결정될 부분이기에 당장은 ‘사망여각’을 잘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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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친근하도록 과감히 단순화시켰다 (사진출처: 루틀레스)

言 ‘사망여각’는 언제쯤 출시되며, 콘텐츠 분량은 얼마나 될까

박현재: 최종적으로 8개 챕터에 3~4개 멀티 엔딩이 투입될 것 같다. 플레이타임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8시간 정도로 본다. 출시 일정은 엔진을 바꾸고 게임성을 뜯어고치다 보니 아무래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현재는 내년 4월 이후로 계획 중이다.

言 인디게임 중 손꼽히는 크라우드펀딩 성공사례다. 그 비결이 궁금하다

박현재: 사실 딱히 엄청난 비결을 들여 준비한 크라우드펀딩은 아니었다. 단순히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 우리가 생각하고 원하던 작품을 소개했을 뿐인데 정말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많은 유저가 관심을 가져줬다. 아울러 사전에 게임을 알리기 위해 펀딩 시작 전에 SNS에 티저를 공개했고, BJ에게 데모를 제공해 게임방송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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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인디게임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 사례다 (사진출처: 루틀레스)

言 독립개발에 도전하는 지망색/업계 종사자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박현재: 우리는 경력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경험이 많지도 않다. 그래서 조언보다는 이제껏 ‘사망여각’을 개발하며 느낀 점을 전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독립개발은 용기와 끈기가 필요하다. 한 2~3년치 정도(웃음)? 그리고 모든 일이 계획대로 돌아가질 않는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독립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역시 자유롭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자유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자유란 독립개발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言 끝으로 루틀레스 스튜디오의 포부와 비전을 밝혀달라

박현재: 지금은 ‘사망여각’ 개발에 집중하겠다. 루틀레스의 첫 발걸음이 ‘사망여각’이길 바라고 이 게임이 출시된 후부터 본격적인 걸음마가 시작될 것이다. 이제껏 ‘사망여각’에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준 유저들이 있었기에 힘들고 지쳐도 계속 개발을 이어올 수 있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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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를 살리고자 저승으로 간 소녀,어서 만나고 싶다 (사진출처: 루틀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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