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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에 미드 ‘마스터 이’가 범람한 적이 있다. SKT T1의 간판 선수 ‘페이커’ 이상혁이 ‘롤 챔스’ 경기 중에 미드 ‘마스터 이’로 엄청난 성과를 거뒀는데, 그 경기를 보고 감동한 게이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페이커’를 따라 하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인 것이다. 프로게이머의 ‘슈퍼 플레이’가 ‘롤’ 팬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주도하고, 일반 게이머들의 게임 플레이를 유도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롤’이 가진 e스포츠로서의 힘을 잘 나타낸다. ‘롤’은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수들의 ‘슈퍼플레이’가 종종 나올 정도로 심오한 전략과 컨트롤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프로 경기를 볼 때는 입을 떡 벌리며 감탄하고, ‘나도 이렇게 게임을 하고 싶다’는 일념 하에 선수들의 전략과 빌드를 분석하며 랭크게임을 돌린다. 결국 쉬우면서도 파고들 만한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모바일을 통틀어서 ‘롤’의 아성을 뛰어넘은 AOS가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쉽게 질린다. 반대로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은 화려하고 멋질지언정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4월 25일 출시를 앞둔 넷마블의 모바일 AOS ‘펜타스톰’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e스포츠 종목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성과 깊이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누구나 쉽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심오한 전략과 컨트롤 요소도 있어 ‘보는 재미’도 잡아야 한다. 과연 ‘펜타스톰’은 이를 해낼 수 있을까?
▲ 넷마블게임즈 한지훈 사업본부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자동조준으로 쉽게, 조합으로 심오하게
“AOS를 PC보다 빠르고 편하고 쉽게, 모바일에서 즐기도록 구현된 게임”
‘펜타스톰’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넷마블게임즈 한지훈 사업본부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 말 그대로다. ‘펜타스톰’은 다른 AOS를 즐겨본 게이머라면 별 문제 없이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구조다. 전장에는 상단, 중단, 하단으로 나뉜 3갈래의 공격 루트와 AI 병사 ‘미니언’, 버프를 주는 중립 몬스터가 있다. 원하는 영웅을 선택해 미니언과 몬스터를 잡으며 레벨을 올리고, 상대팀과 치고 박고 싸우면서 방어탑과 본진을 파괴하면 최종 승리다.
▲ '펜타스톰' 게임 소개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여기에 모바일 플랫폼에 맞춰 간소화된 부분이 있다. 특히 지루한 ‘라인전’보다는 치열한 ‘한타’를 더욱 자주 즐기도록 영웅의 육성 과정을 크게 단축시켰다. 굳이 ‘막타’를 치지 않아도, 주변에서 미니언이 죽으면 골드를 얻는다. 또한 4레벨만 찍어도 강력한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고, 능력치를 높여주는 장비 아이템도 어디에서나 터치 한 번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한지훈 사업본부장은 “’펜타스톰’은 라인전을 간소화하며 게임의 템포를 높였다. 따라서 게임 시작 1분 후에 미드라이너와 정글러가 합심해서 다른 라인을 습격하는 등, 초반부터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다. 게임은 평균적으로 13분 정도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펜타스톰’은 빠른 템포에서 오는 이점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먼저 조작의 편의성이다. 전투의 핵심인 스킬을 명중시키는 것이 상당히 쉽게 설계된 것이다. 대부분의 영웅들이 목표를 지정해서 사용하는 ‘타겟팅’ 스킬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자동조준 기능까지 지원하니 범위 내에 있는 적을 쉽게 맞출 수 있다. 아울러 ‘논타겟팅’ 스킬의 범위도 상당히 넓은 편이니 귀중한 스킬을 허공에 날릴 염려는 없다. 한지훈 사업본부장은 “초반부터 전투가 자주 발생하는 만큼, 스킬 사용은 쉽게 접근하도록 만들어 전략에 집중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 액션 RPG와 유사한 간단한 조작 (사진제공: 넷마블)
▲ 논타겟 스킬도 범위가 넓다 (사진제공: 넷마블)
이러한 간편한 조작은 ‘펜타스톰’의 대중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하지만 부족하게 느껴지는 점도 있다. ‘롤’에서는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기습과 같은 전략 외에도, 정교한 컨트롤로 인한 명장면이 자주 연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롤 챔스 서머 2013’에서 ‘페이커’ 이상혁과 ‘류’ 류상욱의 ‘제드’ 미러전이다.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의 ‘페이커’가 ‘류’를 잡아내고 유유히 빠져 나가는 모습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즉, 컨트롤 실력이 빛나는 ‘1 대 1’, 순간적인 합류가 중요한 ‘소규모 교전’, 팀 전체의 연계가 눈에 띄는 5 대 5 ‘한타’까지, 게임 중에 발생하는 모든 전투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셈이다.
‘펜타스톰’은 화려한 컨트롤 승부를 펼치는 것보다는 아군과의 연계를 통한 전투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말했듯이 라인전의 비중이 적고 영웅 성장이 빠르다 보니, 초반부터 맵 곳곳을 습격하는 일이 잦다. 여기에 다양한 캐릭터 조합이 더해진다. 한지훈 사업본부장은 “’펜타스톰’의 영웅들은 6개 직업으로 나뉜다. ‘정석’ 조합은 있지만, 원거리 딜러 ‘아처’를 ‘암살자’로 대체하는 등,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영웅 조합을 통해 게임에 변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 같은 탱커라도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는 다르다 (사진제공: 넷마블)
론칭 시점에서는 22종의 영웅만 있지만, 매주 영웅 1종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계속해서 다양한 조합을 연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지훈 사업본부장은 “오픈 시에는 플레이어들이 쉽게 게임에 적응하도록 단단한 ‘탱커’ 위주로 영웅을 출시했지만, 향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식의 어려운 영웅도 나올 예정이다. 이를 통해 컨트롤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이벤트 대회부터… e스포츠 활성화 기다려라!
이처럼 ‘펜타스톰’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간편한 조작과 영웅 조합을 통한 다양한 전략, 빠른 템포를 무기로 삼았다. 한지훈 사업본부장은 이러한 ‘펜타스톰’의 장점이 e스포츠 종목에 빠져서는 안될 ‘보는 재미’를 만족시킨다고 강조했다. 한지훈 사업본부장은 “’막타’ 경쟁이 없기 때문에 지루한 라인전도 없고, 다른 라인이나 필드를 공격하는 것도 자유롭다. 따라서 ‘한타’가 빠르게 진행된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초반부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펜타스톰' (사진제공: 넷마블)
다만 ‘펜타스톰’의 ‘보는 재미’를 전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내가 한 게임 플레이를 동영상으로 남기는 ‘리플레이’, 다른 사람의 게임을 지켜보는 ‘관전모드’ 같은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하는 것 외에 ‘펜타스톰’을 즐길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롤’의 흥행에 ‘롤챔스’ 같은 공식 리그 외에도, 유명 스트리머나 유저 커뮤니티가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점이다. 이에 대해 한지훈 사업본부장은 “향후 진행될 첫 번째 업데이트에서 ‘관전’과 리플레이 저장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신에 5월부터 ‘펜타스톰’ 이벤트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먼저 오는 5월 25일 개최되는 ‘플레이엑스포 2017’ 현장에서 아마추어 단기 대회가 열린다. 비슷한 시기에 방송사와의 협력을 통해 초청전 성격인 ‘펜타스톰 인비테이셔널’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이벤트 대회를 통해 ‘펜타스톰’의 인지도를 높이고, e스포츠 콘텐츠로서의 재미와 가능성을 선보이겠다는 것. 혹시 ‘롤드컵’ 규모의 대회까지 염두에 두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지훈 사업본부장은 “희망사항”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한지훈 사업본부장은 “’펜타스톰’은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재미있고 즐거웠다. 따라서 유저들에게도 재미있을 것이라 믿는다. ‘펜타스톰’을 한 번도 안 한 유저는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하는 유저는 없을 것이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과연 '펜타스톰'이 모바일 e스포츠계에 '롤'이 될 수 있을지, 향후가 주목된다.
▲ "한 번도 안 한 유저는 있어도, 한 번만 한 유저는 없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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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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