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케이션 서바이벌 어드벤처 '베리드 어 라이브' (영상제공: 넥스트플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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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순, 한 게임 티저가 조용히 업계를 강타했다. 서바이벌 오디션, 생방송 중 붕괴 사고, 고립된 참가자들, 시시각각 반응하는 SNS, 갑작스런 살인 사건까지. 1분 가량 진행되는 영상에는 뭇 게이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산재했다. 워낙 정보가 파편화되어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진 않지만 첫인상만큼은 강렬하다. 작금의 범람하는 닮은꼴 게임들과는 결부터가 다른 느낌. 심지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콘솔 독점작이라니.
‘베리드 어 라이브(Buried A-Live)’, 앞서 ‘검은방’과 ‘회색도시’를 개발한 진승호 디렉터의 신작이다. 닉네임 ‘수일배’로 더욱 잘 알려진 진 디렉터는 추리 어드벤처만 10년 가까이 개발한 장인으로, 그만큼 마니아층의 지지도 두텁다. 2년 전 ‘회색도시 2’를 끝으로 잠시 소식이 끊겼던 그는 그간 넥스트플로어에서 보다 흥미로운 ‘트릭’을 짜고 있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모두를 놀라게 할지, 진 디렉터를 만나 직접 들었다.
▲ 넥스트플로어 진승호 디렉터 A.K.A '수일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팀 해체 후 SNS을 보며 괴로웠던 경험, 신작 개발의 자양분으로
'베리드 어 라이브'는 진 디렉터의 두 전작과 마찬가지로 텍스트 기반의 추리 어드벤처게임이다. 각양각색의 등장인물간 대화를 보며 단서를 수집하고, 적절한 선택지를 골라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기본 구성. 재미있는 점은 ‘검은방’과 ‘회색도시’가 밀실과 강력 범죄, 탐정 등 스릴러하면 떠오를 만한 상황을 설정한 것과 달리, 이번 작은 서바이벌 오디션과 SNS라는 색다른 소재를 택했다는 점이다.
인기리인기리 방영되던 서바이벌 오디션이 생방송 중 붕괴 사고라는 최악의 형태로 종결된다. 무대에 고립된 PD와 참가자들은 다행히 휴대전화 신호가 잡혀 구조를 요청하지만, 그사이 벌어지기 시작한 기묘하고 섬뜩한 사건들. 시청자는 SNS을 통해 계속해서 정보를 쏟아내고, 게이머는 여기서 얻은 정보로 다른 인물과 교류하고 사건의 전말에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 물론 도중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간 비극적인 배드 엔딩이 기다린다.
“SNS를 소재로 택한 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체험 때문입니다. 2년 전 개발팀이 해체된 후 SNS에서 온갖 얘기가 돌더라고요. 그럴 줄 알았다는 비난부터 복귀를 바라는 응원까지… 하나하나 보고 있자니 굉장히 고통스러웠죠. 이 때 떠오른 생각이 ‘이거야말로 현대의 스릴러 아닐까?’였습니다. 처음에는 아예 SNS만을 중심으로 기획을 하다가 이후 서바이벌 오디션에 조금 더 비중을 두어 현재의 ‘베리드 어 라이브’가 탄생했습니다”
▲ 팀 해체 후 괴로웠던 경험이 신작 개발의 자양분이 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TV 프로그램에 착안한 이유는 유명인사일수록 SNS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적합해서다. 연말 시상식이나 가요 대제전도 고려했으나 오디션 참가자가 지닌 ‘설익음’이 좋아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쇼 비지니스에 익숙한 기성 연예인은 SNS를 적절히 다룰 줄 아는 반면,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오디션 참가자는 별 것 아닌 글에도 쉬이 휘둘리곤 한다. 거기다 대중에게 평가 받는 입장이므로 더욱 예민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영상에는 시청자 반응이 마치 메신저처럼 말풍선 형태로 표현됐는데, 실제 게임에선 직접 SNS 타임라인을 읽어 내려가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다른 인물과 얘기를 나누거나, 추리의 단서로 활용하죠. 시청자에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대응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사건이 전개되는 주된 장소는 어디까지나 SNS가 아닌 실제 현장입니다. 사고를 당한 와중에 휴대전화만 붙들고 있진 않을 테니까요”
▲ 시청자가 SNS에 올리는 글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추리 어드벤처게임은 신기하고 영리한 트릭도 중요하지만,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서사를 감상하는 것이 큰 매력으로 꼽힌다. ‘검은방’과 ‘회색도시’도 멀티 엔딩을 채택한 바 있는데, ‘베리드 어 라이브’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우선 커다란 분기점이 몇 개 존재하며 이 안에서도 여러 요인으로 생존자가 뒤바뀌는 구조라 몇 번을 다시 플레이해도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고.
쪼개 팔기는 잊어라, 콘솔로 모바일 특유의 수익 구조를 넘어선다
오늘날 ‘수일배’를 있게 한 ‘검은방’과 ‘회색도시’는 모두 모바일게임이다. 따라서 진 디렉터를 흠모하는 팬덤도 주로 모바일 게이머라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헌데 2년여 만에 공개된 신작 ‘베리드 어 라이브’는 PS4와 PS비타를 플랫폼으로 선택했다. 모바일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시대를 역행하는 것 아닌가 우려도 든다. 의욕적으로 콘솔 진출을 추진 중인 넥스트플로어 김민규 대표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회사에서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보다는 개발자로서 콘솔에 대한 욕심이 컸습니다. 과거 게임을 해외에 출시했을 때 ‘차라리 콘솔이었으면’하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고, 모바일 특유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요. 제 나이가 어느덧 서른일곱인데 앞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맡을 기회가 얼마나 더 있을까 고민도 많았습니다. 저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 콘솔 진출은 개발자로서 욕심과 회사의 방향성이 맞물린 결과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넥스트플로어는 이미 PS4 액션게임 ‘키도’를 개발하며 소니와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콘솔 개발키트도 갖추고 있어 일사천리로 진행이 가능했다. 유니티 엔진은 멀티 플랫폼 지원이 간편한 덕분에 개발 환경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터치 조작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던 모바일과 달리 콘솔은 패드 버튼을 게임 플레이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여러 기능과 조작이 물 흐르듯 대응하도록 꾸준히 개선 중이라고.
콘솔로 출시되는 최대 장점은 단일 패키지에 모든 콘텐츠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 디렉터의 전작 ‘회색도시 2’는 콘텐츠를 과하게 쪼개 팔아 뭇 게이머의 빈축을 산 바 있다. 당시에는 에피소드 판매 방식 자체가 생소했을뿐더러 캐릭터 음성까지 상당한 고가에 판매하여 반발이 심했다. 여느 RPG나 퍼즐게임처럼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워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악수였는데, 이제는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 없이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셈.
“현재 ‘베리드 어 라이브’의 완성도는 50% 정도로,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간 엔진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게임이 시장에 나섰을 때 국내는 물론 해외 콘솔 게이머들에게까지 선택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콘솔 개발을 경험이나 해보자고 도전한 것이 아니니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야죠”
▲ 이야기꾼 '수일배'의 흥미진진한 트릭을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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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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