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떤 게임이 뜨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본 게임 웹진에 귀엽고 깜찍한 배너가 눈에 들어온다. 필자가 누군가? 귀여움과 깜찍함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푸른달이 아니던가!
고로, 귀여움과 깜찍함에 대한 내성이 생겨날 때쯤, 필자의 손은 이미 귀혼의 캐릭터 생성버튼을 누르고 있었다.-_-;
그녀는 너무 예뻤다
보자, 일단 캐릭터 성별은 여자로 골랐다.(이유는 묻지 말자. 다 알면서) 성별 이후에는 눈과 머리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데, 필자의 눈에 들어온 건 그 중 가장 반짝거리는 큰 눈이었다. 다들 어디선가 이런 유치찬란한 대사를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자기 아버지는 도둑인 가봐..”
“어머, 왜?”
“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훔쳐다 모두 당신 눈에 넣어 놨잖아~”
그렇다. 이렇게 순정만화에서 우리의 닭살을 조장하던 일명 별 박힌 눈이 귀혼에서도 존재하는 것이었다! 고로 이건 당연히 선택, 그리고 머리 역시 청순함을 강조한 기본C형을 선택했다. 고르고 보니 이건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
▲내겐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 |
무기는 신기하게 생긴 ‘조’로 골랐다. 검이야 무식하니 싫고, 장은 보나마나 도사용 지팡이겠지 뭐. 이미 다른 게임에서 검도 쓰고 마법도 써봤으니 결국 남은 것은 조였다. 아직 어디 쓰는지조차 모르는 물건이지만, 일단 바늘같이 생겼으니 마법무기는 아니겠지?
이렇듯 안이한 생각으로 생성버튼을 누르는 데, 캐릭터 이름을 쓰란다. 반짝이는 큰 눈을 가진 저 어여쁜 여인에겐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만든 것이 푸른달닮은눈(별 박힌 눈은 어딘가 잔인한 느낌이 든다-_-;) 고로 필자는 지금부터 푸른달닮은눈(이하 푸른달)이다. 멋진 작명실력에 스스로 만족하며 캐릭터를 생성했다. 그리고 로딩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진 푸른달, 일단 어디로든 가보자라는 생각과 함께 뚜벅뚜벅 걸으려고 하는데, 마우스로 아무리 클릭을 해도 푸른달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때 주변을 날.아.가.는 사람들, 저 사람들은 도대체 공력이 얼마기에 저렇게나 빨리 뛰는 걸까? 애꿎은 마우스의 좌, 우 버튼만 괴롭히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키보드’
▲여기가 바로 필자가 떨어진 곳 |
▲빨간 무언가, 나중에 알았지만 포탈이란다 |
방향키를 누르니 역시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느리다-_-;; 아까 그 사람들은 하늘을 아주 날아다니던데, 역시 공력 차인가? 저렙의 슬픔을 가슴에 묻고 걸어가다 보니 빨간색 도형이 보이고 그 위로 사람들이 올라갔다가 사라진다. 저 뻘건 것이 사람들을 잡아먹는 것은 아닐 테고, 뭐라고 적혀있는데 가슴 아프게도 한글이 아니다. ‘에잇, 될 대로 되라’라는 심정으로 화살표를 연타하니, 이건 어딘가? 생전 처음 보는 맵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설마 이곳이 말로만 듣던 사냥터?
사냥, 그것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냔 말이다
사냥터로 온 것 같긴 한데, 사냥터가 너무 상큼하다.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다니던 동산에 온 듯 한 느낌이랄까?
▲여기는 대략 자연농원 |
여기저기 불덩이들이 날아다니고 사람들이 그것을 치고 있다. 무서운 기세(?)로 온몸을 불사르고 있는 저 녀석이 몬스터인 것이다. 마우스로 불덩이를 마구 찍고 있는데 맞질 않는다. 이런 상황은 좀 전에도 겪었던듯 싶은데? 키보드, 그래 키보드다. 그런데 뭘 눌러야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덕분에 또 다시 좌절모드
때마침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氣라는 글자를 온몸으로 띄우며 둥둥 떠 있는 한 고수(?)를 보았다.
▲사냥하는 방법을 알 수가 없어요 |
▲그렇다. 스페이스바였던 것이다! |
푸른달 : 도우미1님, 때리려면 뭐 눌러야 되요?
도우미1 : alt랑 스페이스바 막 눌러요 그럼 맞아요.
푸른달 : 고맙습니다. 아 그런데 있잖아요. 저기 사람들 막 뛰어가던데 그건 공력 몇 때부터 쓸 수 있어요?
도우미1 : 킁, 그건, 처음 캐릭터 만들고 바로 사용 할 수 있어요. Z키 누르면 되요.
푸른달 : 아~ 그런 거구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님은 뭐하고 계신 거예요?
도우미1 : (궁금한 것도 많구나. 이 아가씨-_-;)저요? 운기조식요.
푸른달 : 그게 뭔데요?
도우미1 : 체력이랑 귀력 채우는 건데 c키 누르면 할 수 있어요.
푸른달 : 와!! 정말 감사합니다. 님 고수군요? 너무 감사해요.
도우미1 : (이런 것을 보고 고수라니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어찌 살아갈꼬?)네, 그럼 즐겜하세요.
(속사정은 모르지만)친절한 도우미1님 덕택에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덕분에 왠지 푸른달이 고수가 된 느낌이랄까?
배운 것은 실천해야 하는 법, 몬스터에 대고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순간. 진짜 맞는다! 만족감과 행복감이 동시에 밀려오며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문제 발생, 아이템은 어떻게 주워 먹어야 한단 말인가. 끙…혹시 이건가? Alt키 옆에 있는 ctrl키를 살짝 눌러 보니 아이템이 먹어진다. 그리고 죽은 몬스터에서 빠져나온 이상한 빛도 함께 필자의 몸 속으로 들어온다. 이거 혹시 내가 귀신에 씐 거 아냐? 뭔가 두렵긴 하지만 별 다른 변화가 없다.
▲아이템을 주워 먹는 방법을 모르는 초보님, 알게 된 것은 공유하자! |
▲이 빛은 도대체 뭐지? |
오호 아무 일 없잖아? 그렇다면 다 먹어야지. 그런데 이상하다 경공을 써서 없어졌던 귀력이 조금 차있다. 혹시, 저거 먹으면 귀력이 차는 갈까?
녹색에 눈이 하나 밖에 없는 난감할 정도로 해맑은 표정을 가진 아이를 치니 이번엔 빨간색 빛이 나온다. 그런데 이번엔 안 찬다. 차는 거야 안 차는 거야, 얘 뭐야~
계속 먹다 보니 귀력이 차는 것도 있고 안차는 것도 있다. 초록색을 먹으면 좀 많이 차고 파란색을 먹으니 조금 적게 차고 나머지 두 개는 뭐에 쓰는 거지? 일단 레벨 업을 위해 골치 아픈 일은 접어두기로 했다. 일단 무해해 보이는(?) 빛은 닥치는 대로 먹어가며 사냥을 하다 보니 드디어 나도 드디어 레벨 업!
나도 날아가게 해주세요
하지만 레벨 업의 기쁨도 잠시 뿐, 사냥 중 이동을 하다가 발견하게 된 높은 턱이 아무리 올라가려고 해도 올라 갈 수가 없다. 그때 또 다시 하늘을 날아가는 고수들!
푸른달 : 여기 어떻게 올라가요?
…….
푸른달 : 여기 어떻게 올라가는지 가르쳐 주세요
…….
그 때 나에게 나가오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 역시 나와 같이 깡충깡충 뛰기만 하고 올라가질 못하는 것이 아닌가. 이야 말로 동병상련!
푸른달 : 님도 여기 못 올라가요?
초보님1 : 네, 저 초등학교 2학년...
▲나처럼 못 올라가는 사람이 또 있네? |
▲우리 둘만 안 되는겨~ |
몇 살인지 물어 본 적도 없는데 나이까지 밝히시는 귀여운 초보님.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초등학교 2학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진 필자의 정신연령.-_-; 아무튼 우리는 계속 한 자리에서 뛰고 있어야만 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안타깝게 여기셨는지 지나가던 분이 하시는 말씀이 있었으니...
도우미2 : 컨트롤 누르고 방향키 누르셈!!
푸른달 : 네? -_-a
도우미2 : 컨트롤 누르고 ↑이거 눌러요
▲푸른달 날다! |
헉, 날았다.
푸른달 : 감사합니다^^
도우미2 : 네 ㅎㅎ
이렇게 또 다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 진화를 거친 나!! 그래 나는 점점 진화 되어 간다. 과연 나는 어디까지 진화 될 것인가? 빠른 진화의 과정을 겪으며 나 자신이 두려워지는 상황이었다.(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주변의 모씨는 여기까지 익히는데 단 45초가 걸렸단다. 과연 필자는...OTL)
붉은 땅, 여기는 도대체 어디?
계속 같은 곳에서 사냥하는 것이 지루해진 푸른달은 드디어 먼 곳으로의 여행을 감행한다. ?구름에 달이 지듯이 봄날 발정난 망아지가 멀리멀리 사라지듯이(응?) 이제 여행을 떠날 때도 된 것이다.
그렇게 들어온 곳이 바로 청음남평야다. 온통 붉다 못해 시뻘건 이곳에서 드디어 공포체험이 시작된 것이다. 허공을 휘저어 대는 피에 젖은 손을 바라보며 다가설지 말지를 수백번쯤 고민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필자보다 두 배는 강해보이는 전갈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나 거기나라고 말하는 당신! 필자의 소심함에 비하면 무지 멀리 온 거다 |
하지만 필자가 누군가. 도깨비불과 외눈박이를 상대로 일당백의 실력을 보여주던 필자가 아닌가! 이미 수많은 전투를 통해서 귀혼의 몹은 플레이어보다 사정거리가 좁다는 사실을 배웠단 말이지!
그런데, 이놈 사정거리가 필자보다 넓었다. -_-; 게다가 몇 번 공격을 당하고 나니 머리 위에 초록색 해골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사방에서 다가오는 전갈들까지. 결국 푸른달의 첫 모험은 십리를 버티지 못하고 마무리 되었다.
▲전갈에게 쏘이다. 마이 아파~ |
완전히 백지 상태로 시작한 귀혼, 그리고 이제 필자는 그 백지에 선 하나를 그었다. 내일은 두 줄 다음날은 세 줄...-_-;; 어쨌든 그 백지를 다 채우는 그날까지, 푸른달은 계속 앞으로 나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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