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드래곤플라이에서 ‘카르마2’ 개발을 맡고 있는 K2팀의 개발팀장
김상화입니다. 저는 ‘카르마2’의 게임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8주에
걸쳐 ‘카르마2’를 개발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예전 일들을 기억에 의존해서 작성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약간은 과장되거나 사실과 아주 매우 약간(?) 다를 수 있으니 관계자 분들은 많은 양해 부탁 드리며, ‘카르마2’ 개발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 '카르마2' 브릿지 맵 컨셉아트(1) |
분명 맑은 날일 것이다. 시커먼 연기와 먼지들 사이로 새어나 오는 햇살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어디에선가 대공포 소리와 전투기들의 둔탁한 엔진소리가 들리고 간혹 MG42의 발포소리가 긴 적막을 깨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마저도 자장가로 들린다. 나른한 오후다. 시야가 흐려지면서 살짝 잠이 들려는 순간 불과 30미터 떨어진 곳에서 어렴풋이 흙먼지가 올라온다.
퍼벙! 퍼버벙!
“박격포다! ”
“전원 후퇴! “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독일군 박격포다. 폭파규모로 봐서는 5cm 구경의 개인용 박격포인 듯 하다. 잠시 동안의 휴식을 뒤로 한 채 우리는 현재 거점에서 Libelle Bruke (전략적으로 중요한 다리)를 건너 약 50미터를 후퇴하기로 하였다. 길가에 부숴져 있는 전차를 엄폐물로 우리는 전열을 재정비하였다. 다리 건너 멀리서 적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무기와 탄약을 챙기자 소대장으로부터 명령이 떨어졌다. 다리를 중심으로 교전을 펼치고 있는 사이에 다리 아래의 지하도를 통과하여 적의 뒤를 노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RPG-2와 포탄 3개를, 나의 동료는 데그차레프를 들고 다리로 돌진했다.
▲ '카르마2'에 등장하는 소련군 컨셉아트 |
퍼벙! 퍼버벙! 따다다다다다다다!
“앞이 보이질 않아! “
“다리 밑으로 뛰어 내려! “
다리 위에는 이미 박격포탄과 수류탄 등 터져 연기가 자욱했고 우리는 아군의 엄호사격에 힘입어 무사히 다리입구까지 진입하였다. 흙먼지와 화염연기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우리는 잘 보이지도 않는 다리 밑으로 뛰어내렸다. 우물쭈물 하다가 총에 맞느니 뛰어내리다 다리가 부러지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였다. 다행히 파편들이 쌓여있어 그다지 높지 않았고 우리는 쉽게 지하도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적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벽에 바짝 붙어서 지하도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 '카르마2' 브릿지 맵 컨셉아트(2) |
“헉헉헉헉헉…”
적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전력질주를 했더니 숨이 차다. 우리는 잠깐 숨을 돌린 뒤 주위를 돌아보았다. 지하도는 십자형태로 갈라져 있었고 중앙에 기둥이 있는 구조였다. 기둥을 지나자 지상으로 연결되어 있는 계단통로가 보인다.
“저기로 올라가자! “
우리가 올라온 곳은 정확히 독일군이 대치하고 있는 바로 뒤였다. 독일군은 약 10여명 정도의 보병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2~3명씩 무리 지어 엄폐물에 몸을 숙이고 있었다. 멀리 박격포병과 판저파우스트를 들고 있는 독일군 병사도 보였다. 다들 다리 반대편의 아군과 교전하느라 뒤를 보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재빠르게 RPG-2에 포탄을 장착하고 조준하였다.
쉬이이이이익……펑!
따다다다다다다다다!
RPG-2를 한방 먹이고 바로 데그차레프로 갈겨버렸다. 4명은 RPG-2에 바로 즉사하고 나머지 적들은 포탄이 어디서 날라왔는지도 모르고 계속 엄폐물에 몸을 숙이고 있다가 데그차레프에 맞아 죽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이 어리석은 독일군놈들! 아하하하하하!“
나는 계속 웃음이 나왔다. 뒤에서 포탄을 날리고 기관총을 퍼붓는데도 모르고 있다니.. 왠지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프다.
왜 이렇게 웃기지..
왜 이러지?
왜 이러..
웃다가 잠에서 깼다. -_-;
핸드폰을 열어보니 새벽 4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다. 휴... 벌써 몇 일째 2차 세계대전 꿈이다. 맵 구조 만든다고 하루 종일 맵만 생각하다 보니 꿈에서까지 나오는 것 같다.
▲ 게임 아이디어는 그때 그때 적어두자 |
꿈에 나왔던 브릿지맵의 설계도를 짜기 위한 스케치이다. 보통 이놈의 아이디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떠오르기 때문에 대략 아무 종이에다 생각날 때마다 끄적거린다. 그리고 나서 이런 종이(?)들을 모아서 툴을 가지고 대강의 레이아웃을 잡는다. 이후 스폰포인트, 예상교전지점 및 교전지점까지의 이동시간 등을 고려하여 레이아웃을 수정하거나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하는 엄폐물의 위치와 크기 등을 표시한다.
▲ '카르마2' 브릿지 맵 레이아웃 |
위의 레이아웃을 보면 갈 수 있는 길이 표시되어 있고 색깔을 다르게 써서 길의 높이를 표시하였다. 보통 2D로 작성하게 되면 높이 차이를 표현하기가 어려워 3D로 직접 레이아웃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보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이미지자료 등을 첨부하는 것이 좋다.
위와 같은 레이아웃 파일은 바로 그래픽팀으로 넘어가지는 않고 약 1주일에서 2주일 정도 숙성(?)을 시킨다. 요 기간이 되면 하루 종일 맵만 생각하기 때문에 간혹 꿈에 시리즈로 방영(?)되기도 한다. 이러한 숙성기간이 필요한 이유는 몇 일 지나서 더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개발에 착수한 맵은 수정은 어렵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더 완벽한 문서가 기획단계에서 나와주어야만 개발비와 기간을 조금이라도 더 아낄 수 있다. 이 기간에는 여러 사람들에게 레이아웃을 보여주고 의견을 취합한다. 취합하는 과정에서도 좋은 의견들이 많다. 요런 것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수정을 하는 것이 좋다. 아래는 완성된 브릿지맵이다.
그나저나 새벽에 깨는 바람에 내일은 좀 피곤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좀 쐬니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 2화 '개발자의 꿈' 편 끝 -
다음 3회에서는 제목은 '오해와 진실'로 퇴근이 임박한 시간에 ‘카르마2’ 총알 판정 테스트 도중 생긴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다음 회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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